자갈 틈새로 스며드는 고요한 숨결.
세 차례 오프로드 여행하면서 조금씩 이 땅의 결을 배워갔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하늘,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그리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초적인 풍경. 그 모든 것 속에서 나에게 늘 새로운 평온을 주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특별한 곳은, 기후씨가 알려준 ‘비밀의 정원’ 같은 곳이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고,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듯 숨어있는 곳. 바로 홉스골 호수의 자갈 기슭이었다.
호숫가에 다다랐을 때, 나를 맞이한 것은 찬란한 푸름이었다. 하늘은 끝없이 열려 있었고, 호수는 그 하늘을 고스란히 담아 또 하나의 하늘이 되어 있었다. 자갈 위에 몸을 눕혔다. 단단할 것만 같던 자갈은 오히려 등을 부드럽게 받쳐주었고, 그 자리에서 오래된 품 같은 따스함을 느꼈다.
눈을 감으면, 자갈 틈새로 스며드는 고요한 물결은 마치 숨결이 되어 들려왔다. 소란스럽지 않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작은 맥박 같은 소리. 그것은 마치 호수가 내 마음에 직접 말을 건네는 듯한 목소리였다. 고요함은 나를 감싸고, ‘쉼’이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자갈의 숨결을 듣고서야 몸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평온과 쉼이란 따스함 때문인지 가슴 한 곳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던, 깨지지 않던 작은 돌멩이들이 하나 둘 물결에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하늘에서 바라본 호수의 풍경은 더욱 장엄했다. 짙푸른 물결이 끝없이 이어지고, 자갈로 된 호안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숲과 맞닿아 있었다. 나무들은 바람과 함께 호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그 풍경 속에서 인간의 작음을 새삼 느꼈다. 하지만 그 작음은 위축이 아니라 위안이었다. 자연의 품 안에서 작게 존재하는 것이 오히려 더 따뜻하다는 사실을.
함께한 이들과 나란히 자갈 위에 누웠을 때, 우리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이 필요 없었다. 나란히 하늘을 바라보고, 호수의 숨결을 들으며, 고요 속에 몸을 담갔다. 자갈 사이로 스며드는 물결의 소리는 작은 노래였다. 바람마저도 소리를 낮추고, 시간은 천천히 흐르며, 호수는 우리를 포근히 안아주었다.
돌아보면 인생도 이 자갈밭과 닮았다. 매끄럽고 빛나는 순간도 있고, 거칠고 각진 순간도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모여 삶이라는 호숫가를 이루듯, 우리 각자의 경험도 결국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그 풍경이 넓은 호수와 이어지듯, 우리의 삶도 누군가에게 어딘가에 연결되듯이.
홉스골 비밀의 정원, 자리에 누워 세상과의 거리를 잠시 내려놓았다. 근심은 사라지고, 마음에는 오직 고요와 따스함만이 남았다. 자갈 틈새로 스며드는 물결의 숨결은 내 안의 소란을 가라앉히고,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평온을 새겨주었다.
이곳의 기억은 앞으로도 내 삶을 지탱하는 어떤 힘이 될 것이다. 마치 호수의 물결이 끊임없이 이어지듯, 그날의 고요와 따스함도 내 안에서 잔잔히 울려 퍼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몽골을 찾을 때마다, 이 비밀의 정원을 마음 깊이 그리워하며 발걸음을 옮기게 될 것이다.
이곳은 비밀의 정원이었다.
자갈 틈새로 스며드는 물결의 숨결은
내 안의 소란을 가라앉히고,
세상의 무게를 지워주었다.
그날의 고요는 이제 내 안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언제든 마음속 호수로 되살아날 것이다.
사람이 잠시 머무는 자리에도,
영원은 고요히 깃든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