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이 추억이 되었다.
이번 홉스골까지 가는 오프로드 여행은 지난번보다 훨씬 좋았다. 길은 예전보다 수월했고, 간혹 보이는 마을마다 편의점도 눈에 띄었다. 심지어 커피점과 휴게소까지 있어, 오프로드에서 콜라와 환타를 마신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환타를 마시던 덕종씨가,
“형님, 그런데 고비사막은 언제 다녀오셨어요?”
“2018년도에 갔었지요.”
“어떠셨어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싶지는 않았어요.”
옆에서 기후씨가 슬그머니 웃으며 한마디 거들었다.
“한번 가보면 알아요.”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고비사막 오프로드 여행할 때 사진을 덕종씨에게 슬쩍 보여주었다. 진흙에 빠져 허우적대던 사람들 모습, 진흙으로 가득 뒤덮인 차, 그리고 그 옆에서 맨발로 진흙을 밟고 가는 사람들. 사진을 본 덕종씨가 놀란 듯 말했다.
“사막에 비도 오고 진흙도 있네요!”
사막이라고 해서 늘 건조하고 모래만 있을 뿐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비가 내리고, 그 비는 순식간에 길을 진흙탕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뒤바꿔 버리기도 한다. 오프로드 여행의 묘미는 바로 그런 예측 불가능함에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상황은 늘 달라지고, 그때그때 서로의 마음과 힘을 합쳐야만 한다.
고비사막을 달리던 오프로드 여행의 한 장면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 그리고 가끔씩 일어나는 바람에 휘날리는 날카로운 먼지. 하지만 사막은 모래로만 이루어진 곳이 아니었다. 비라도 한 차례 쏟아지면 금세 진흙탕으로 변해버리는 곳도 많다. 마치 커다란 흙 반죽을 펼쳐놓은 것처럼, 바퀴는 어김없이 빠지고, 발걸음을 옮기기조차 힘들 정도다.
그날, 그렇게 차는 진흙에 깊게 빠져버렸다. 처음에는 운전기사가 여러 번 액셀을 밟으며 빠져나가려 했지만, 오히려 바퀴만 헛돌고 흙탕물이 사방으로 튀어 차 전체를 덮어버렸다. 신발은 금세 무겁게 진흙을 달고 다녔고, 옷은 흙탕물에 얼룩졌다. 하지만 그런 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차를 진흙탕에서 꺼내야 계속해서 여정을 이어갈 수 있었으니까.
함께 여행하던 일행 모두 차 앞뒤로 나누어 힘을 모았다. ‘하나, 둘, 셋!’ 소리를 맞추며 밀어도 차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서로 진흙 묻은 얼굴을 보며 웃었다. 고생이 고생 같지 않고, 오히려 한 장의 추억이 되는 순간이라도 만들 것처럼 웃었다. 결국 차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바퀴가 빠져나오는 순간, 모두가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우리 앞에 놓인 것은 여전히 진흙 길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또다시 빠질지 모른다는 긴장감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건, 아마도 같은 상황을 함께하는 일행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는 씻을 물조차 없었다. 손이며 발은 진흙으로 덮여 있었고, 신발은 무거운 덩어리가 된 듯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게르 숙소까지 가면 씻을 수 있겠지”
하며 농담처럼 주고받았다. 그 불편함조차 여행의 일부였고, 지금은 그렇게 소중한 이야기로 남아 있다.
그런데 며칠 뒤, 또 다른 작은 해프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운전기사가 차키를 차 안에 두고 내렸는데, 차문이 저절로 잠긴 것이다. 진흙에 빠진 날보다 더 당황스러웠다. 모두가 차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이리저리 방법을 궁리했다. 한참 동안 수고 끝에 문이 열렸을 때, 우리는 또다시 박수를 치고 웃음을 터뜨렸다. 진흙에서 차를 밀던 순간처럼, 예상치 못한 불편은 결국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멋진 풍경만은 아니었다.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구름, 초원의 바람은 아름다웠지만, 진흙에 빠져 힘을 다해 차를 밀던 때, 신발이 진흙에 빠져 맨발로 걸었던 시간, 모두 차문을 열려고 애쓰는 그 모든 순간이, 오히려 더 강하고 진하게 마음에 남아 있다. 여행은 풍경만이 아니라,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다. 고생을 함께 나눈 기억은 멋진 풍경보다 오래간다. 진흙투성이가 되어 서로를 보며 웃었던 그 장면이야말로 여행의 본질이 아닐까.
이제 그때의 고생은 힘겨움이 아니라 추억으로 남아 있다. 사진 속 진흙 범벅이 된 차와 우리 모습은 마치 ‘이 정도쯤이야, 함께라서 괜찮았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진흙에 빠지기도 하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옆에 누군가 있어 함께 밀어주고, 손 내밀어 주고, 토닥거려주고, 안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결국 다시 길 위에 설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진흙에 빠진 그날을 떠올릴 때마다 괜히 웃음이 난다. 힘들었지만, 그 기억은 이제 내 여행의 한 페이지가 되어 있다.
돌이켜보면 여행은 늘 그렇다. 고생은 지나고 나면 에피소드이며, 웃음이 되고, 불편은 이야기가 된다. 오프로드 여행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풍경 속이 아니라, 함께 했던 그 웃음 속에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