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오프로드 여행 42

초원의 울림, 마두금과 흐미의 대화

by 만보

초원의 울림, 마두금과 흐미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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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교향곡, 마두금의 울림


초원은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무대다. 그 무대에는 악보도, 지휘자도 없다. 바람이 불고, 말이 달리며, 사람들의 숨결이 이어져 하나의 교향곡을 완성한다. 이번 오프로드 여행 중, 그 교향곡의 한 조각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이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어느 식당에서 우연히 마련된 마두금과 흐미 공연이 그것이었다.


동행한 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함께 선물하고 싶었던 작은 마음의 표시로, 많지 않은 공연 비용을 내가 지불하였다. 공연이 시작되자, 두 연주자가 무대에 섰다. 한 명은 젊은 청년이었고, 다른 한 명은 깊은 세월의 흔적을 담은 장인이었다. 그들의 손에는 몽골의 상징이라 불리는 악기, 마두금이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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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금은 몽골인들에게 그것은 민족의 영혼을 담은 상징물이다. 전설에 따르면, 사랑하는 말을 잃은 목동이 그 말의 갈기와 뼈로 마두금을 만들어 그리움을 달랬다고 한다. 그래서 마두금은 언제나 ‘말의 악기’라 불린다. 그 소리에는 말의 울음, 달리는 발굽 소리, 초원을 달리던 자유의 기운이 스며 있다. 실제로 연주자가 활을 긋는 순간, 말이 우는 ‘히힝’ 소리를 그대로 재현해 내자, 공연장은 경이로움의 박수로 가득 찼다. 그것은 기술적인 묘기도 있지만, 몽골인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말과 초원의 노래였다.


자연과 사람의 숨결, 흐미의 노래


미는 또 다른 음율의 세계로 나를 이끌었다. 목 깊은 곳으로부터 울려 나오는 이중 음은 인간의 목소리로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을 것 같은 소리였다. 저음은 땅처럼 묵직하게 깔리고, 고음은 하늘 향해 솟아올라, 대지와 하늘이 동시에 노래하는 듯했다. 흐미는 음악 기법이라 하기보다는, 자연과 인간이 맺는 교감의 언어다. 초원의 바람, 강물의 흐름, 동물의 울음 같은 자연의 소리를 은유하며, 인간의 목소리로 자연과 대화를 나누는 방식인 것이다.


유목민들은 늘 자연 한가운데서 살아왔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서 고립된 듯 살아가는 그들에게, 마두금은 그리움과 위로의 소리였고, 흐미는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간다는 약속 같은 소리였다. 그래서 이 음악은 몽골인들의 세계관과 철학이 응축된 삶의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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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마치자, 흥분된 마음으로 박수를 보내면서 ‘앙코르!’를 외쳤다. 그리고 두 곡이 더 이어졌다. 그것은 박수로 얻어낸 작은 선물이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음악을 한 번 더 들었다는 의미보다, 관객의 마음과 연주자들의 마음이 연결된 것이리라. 그리고 몽골의 바람과 영혼이 맞닿았다는 증거가 아니었을까.


음악은 인간이 자연을 해석하는 가장 원초적이고도 숭고한 방식이다. 마두금은 인간과 말을 이어주는 다리이고, 흐미는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는 숨결이었다. 그 울림은 국경을 넘어, 언어를 넘어, 우리와 같은 여행자의 가슴 속에도 잔잔하게 남겨졌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마두금과 흐미의 공연은 초원이 내게 건네준 초대장이었고, 유목민의 삶이 들려주는 선율이자 노래였다. 이제 그 소리를 떠올릴 때마다, 초원의 하늘과 구름과 바람, 달리는 말, 그리고 양 떼, 어디선가 목베개하고 하늘을 보는 젊은 목동,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영혼을 함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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