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된 아파트, 고립의 신호를 보내다

by 만보

섬이 된 아파트, 고립의 신호를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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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 도시의 섬


아침 안개 속에서 도시는 숨을 멈춘 듯 조용했다.


마치 세상이 일시적으로 정지된 듯한 그 순간, 고층 아파트 단지들이 흐릿한 윤곽으로 안개를 뚫고 떠 있었다. 그것은 도시 속에 떠 있는 섬들처럼 보였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이 섬들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연결되어 있는가?’


수십 층의 높이를 자랑하는 아파트는 현대 한국 도시의 상징이다. 경제 발전의 자부심이자, 효율성과 안정성의 결정체. 그러나 이 구조물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점점 더 고립되어 간다. 같은 벽을 사이에 두고 살지만, 우리는 서로의 이름도, 얼굴도, 삶의 이야기조차 모른 채 살아간다. 그렇게 각자의 집은 바다에 떠 있는 섬처럼, 물리적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정서적 거리감을 키워간다.


고립의 신호, 존재의 갈망


사진 속 전파 수신기가 유독 인상 깊었다. 어쩌면 그것은 아파트라는 섬들이 세상에 보내는 무언의 신호기는 아니었을까.

“여기 사람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 누군가 외로움을 견디고 있다.”

“누군가 연결되기를 원한다.”

마치 구조 신호처럼 공중으로 뻗어나가는 안테나의 형상은, 고립된 인간 존재의 깊은 갈망을 말없이 드러낸다.


이 사진은 오늘날 인간 존재의 초상을 상징적으로 포착한 순간이다. 도시화는 인간을 물리적으로는 가까이 모아놓았지만, 정서적으로는 가장 멀어지게 만들었다. 고층 아파트는 그 어떤 시대보다 많은 이들이 함께 사는 공간이지만, 역설적으로 인간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단절되어 있다. 우리는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도 서로를 모른다. 같은 층에 살면서도, 삶은 벽 뒤에 숨겨진 채 흐른다.


실존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비본래적 존재’란 말을 했다. 타인의 시선과 구조화된 삶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상태. 어쩌면 아파트라는 섬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은 모두 그런 비본래적 상태에 놓여 있는지도 모른다. 자아는 점점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존재는 타인의 관심과 연결에서 멀어지며 흐릿해진다.


우리는 오늘도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갈망하며, 무의식 중에 신호를 보낸다. 말 없는 SNS 포스팅, 좋아요, 엘리베이터 안의 어색한 시선. 그것은 모두 인간이라는 존재가 타자와 관계 맺고 싶어하는 본능의 발로다. 그러나 그 신호는 종종 도달하지 못하고 안개 속에 사라진다.


이 사진은 현대 도시의 존재론적 고립, 그리고 인간의 내면에서 발신되는 절박한 연결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담아내고자 했다.


아파트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섬처럼 고립되어 살아간다. 동시에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 고요한 안테나다.


사진은 묻는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신호는 누구에게 닿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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