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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렌 Dec 30. 2020

독서 모임 1회 차 후기

언제나 프롤로그가 긴 tmi 인간의 최후

후기는 1회 후기인 만큼 크게 


0. 왜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는가. 

1. 독서 모임 결과

2. 무엇을 더 하고 싶은가. 


로 나누어 써볼 예정. 




0. 왜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는가. 


이유는 다들 생각하는 그런 이유들 중 몇 가지다. 

나는 2015년부터 페미니즘을 알게 되며 의식적 독서를 시작했다. 어릴 땐 나름 다독 아동청소년이었으나... 대학에 오고나서부터 놀기에 너무 바빠 책을 한 자도 읽지 않게 되었다. 그게 10-14년. 그리고 이 독서 공백은 웃기게도 가장 바쁠 거라 생각되는 취직 직후에 사라지게 된다.


내 기억으론 15년 메르스가 유행했고 메르스 갤러리로부터 파생된 메갈리아. 그리고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의 마음속에도. 그리고 정제된 언어로도 존재했던 페미니즘이 적어도 나와 내 주변 (대중이라기엔 나도 페미니즘을 알고 있었고, 과거 일련의 운동을 부정하는 셈이 되어 나와 내 주변이라고 한정한다)까지 대두되기 시작했다. 15년 중반 나는 우에노 치(지)즈코의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를 추천받았다. 그런데 10-15년까지의 독서 공백은 (심지어 그전까지 읽은 편독도 소설에 한정되었단 점을 고려하면) 이 책을 쉬이 읽지 못하게 했다. 어렵고 난해하고. 그 정도로 나의 독서 능력이 현저히 낮아져 있었다. 그렇게 또 독서를 팽개친 게 1달. 그때 어떤 언니를 만났다. 연간 독서량이 어마어마한 언니였는데 비결을 물었더니 매일 자기 전 30분 독서란다. 그리고 침대 옆에 책을 내려두고 자고. 그렇게 침대 옆에 책을 쌓는 게 버릇이라고. 너무너무 멋있어 보였고 나도 따라 해야지. 하게 됐다. 근데 뭐부터 읽지. 가장 좋아하던 소설류는 직장에 다니면서 읽기 힘들다 느껴졌다. 누구나 그렇지만 (이건 아닌 사람을 밀어내려는 문구가 아니라, 내가 특별한 사람이다 라는 말이 아님을 표하는 문구다...) 한 번 소설을 잡으면 흠뻑 몰입해 밤새 읽는 타입인데 직장인에겐 그게 너무 힘들다 느껴졌기 때문. 그래서 다시 페미니즘 책에 도전하기로 했다. 마침 그 독서왕 언니 외에 다른 언니는 또 책 편집자로서 이러저러한 추천을 해주기에 적당한 언니였다. 그 언니의 추천으로 빨래하는 페미니즘을 접하게 됐다. 


어제 독서모임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나는 소설과 영화에서 시대와 장소를 넘나들며 나를 공감하게 하는 것에 애착을 느끼는 편이다. 페미니즘은 그 소재로 완벽하고. 어쨌든 빨래하는 페미니즘은 지금도 내가 페미 입문서로 추천하고 다닐 만큼 독서 공백이 긴 나에게 너무 쉽고 재밌는 책이었고 이 책을 기점으로 저 언니의 "자기 전 30분 독서"를 베끼기 시작했다. 이거 봐 0번이 이렇게 길 줄 알았어... 체계 없이 막 독서를 시작한 새내기(?)였던 나는 아마 그 해엔 10권 정도 독파했던 것 같다. 빨래하는 페미니즘, 나쁜 페미니스트, 굿 걸 베드 걸 등 그때 유명한 페미 저서를 읽었다. 그렇게 회복된 독서량은 16년에도, 17년에도 연간 10-20권을 넘나들게 되었고 18년부터 50권을 넘나들게 된다. 이때부터 문제를 인식했다. 책을 읽는 건 좋다. 이제 자주 읽던 소설도, 생각해보니 대학시절에 가끔 읽긴 했던 에세이도 (에세이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다음에 써봐야겠다), 페미니즘 덕에 입문한 인문학/철학도. 책을 골고루 읽게 된 것도 좋다. 근데 남는 게 없다. 내가 생각하는 책의 그릇된 정의는 남이 공부한 걸 합법적으로 도둑질할 수 있는 수단이다. 남이 수많은 레퍼를 읽어가며 정리한 생각을 나는 한 권에 쏙 빨아먹을 수 있다.  그런 책엔 무릇 그 사람의 생각이 반영되기 마련이라 그에 따른 장점과 단점이 있다. 어쨌든 나는 그걸 빨아먹었는가. 아니면 나와 다르거나 맞지 않는 걸 뱉긴 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마 18년부터 독서 트위터를 시작했다. @readinchr 이 계정이다. 근데 이 계정을 훑으면 알겠지만 감상의 대부분이 인용이다. 너무 좋아. 최고. 이런 말이 나머지. 그래서 20년부턴 다시 거기에 내 감상을 280자라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점 발전해 나간 욕망과 생각은 독서 모임을 만들기... 에 이르진 않고 지인에게 만들어 달라 만드시면 하겠다.라는 요구(?)에 이르게 된다. 2199자 정도 0번에 할애했는데 요약하자면 

책은 읽는데 남는 게 하나도 없어요.


1. 독서 모임 결과


독서 모임은 지난달 중순경 정해졌다. 시국이 풀리면 만나기 쉽게 동일 지역 거주자들로 구성된 네 명의 여성 모임이다. 그 때마침 트위터의 김ㅁㄴ님이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추천하는 40권의 여성작가 책 타래를 세워주셨고, 그중에 이북 보유 (중요) 목록을 체크해 방에 공유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용하며 그중 읽은 게 많단 얘기들을 하셨지만... 나는 그중 한 권 읽었다 한 권. 앨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 (나는 개인적으로 런어웨이가 최애 단편집이다.). 그래서 이 목록을 반드시 독파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우리는 어떤 체계들을 만들었다. 


1) 달에 한 권은 공통으로 정하기. (각자 한 권을 선정하고 공평하게 사다리를 태운다)

2) 나머지 한 권은 각자 정하여 읽기. (영업 목적 혹은 읽고 싶거나. 다만 다른 사람들이 읽어보지 못한 책으로)


첫 달의 책은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

그리고 한 달이 지나 대망의 어제. 구글 밋으로 모이게 되었다. 밝히자면 읽고자 한 2)는 11월 말에 다 읽고서 1)은 전 날 다 읽었다;; 


내 단편적인 감상은 아래쪽에 있다.

https://twitter.com/Readinchr/status/1333723188434403332?s=20


어쨌든 독서 모임은 생각만큼 너무 즐거웠다. 사실 글로 쓰는 것에 항상 자신이 없어 글로 정리해가지 않고 이런 말을 해야지. 대략적인 단어 몇 개만 생각해갔다. 그리고 접속이 늦은 덕에 순서는 마지막. 앞사람들의 발제가 이어질수록 내 단어 몇 개는 늘어갔다. (뒷 순서가 이득이다^.^) 사실 나는 샐리 루니의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은 편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박진감 넘치는 하나의 사건 위주 책이 아닐뿐더러 결국 두 사람이 사랑하나 안 하나, 라는 생각을 크게 했기 때문에 조금 진부한 편이었다. 그런데 남의 생각을 들을수록 와 나 대충 읽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왜 "밀레니얼 세대의" 어쩌고 가 이 책의 많은 수식어 중 하나였을까. 하는 생각을 감상을 들으며 이해할 수 있었다. 모호한 계급 등등. 내 생각은 정리하긴 했는데 이분들 생각에 비하면 좀... 너무 대충 읽은 티가 나서 반성하게 되고... 이게 바로 독서모임의 묘미겠죠... 

웃긴 게 각자 읽은 책이 어떻게든 이 책과 연관되는 것도 좋았다. 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 커밍업쇼트는 밀레니얼의 청년을 서술했고 나의 마음의 발걸음은 아일랜드를. 다른 분의 여성 셰프 분투기는 메리앤의 어떤 분투와, 여성작가와 여성 주인공이라는 분야에선 빠질 수 없는 페미니즘과 닿아있었다. 다음에 읽어볼 책으론 <커밍업쇼트>를 마음에 담아두었다. 0에 비해 1이 너무 짧은 가요? 그래도 1300자나 썼답니다. 


요약.

너무 좋았다.


2. 무엇을 더 하고 싶은가.


- 언젠가 글로 써가고 싶다. 그런데 또 쓴 글을 읽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라 무언가 다른 방식의 글로 써가고 싶다. 내가 남겼던 의문. 남에게 궁금한 점. 같은 질문도 괜찮을 거고...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문장. 도 좋을 테고.

- 남의 서평 하나씩이라도 찾아 읽고 오기. 도 좋을 것 같다. 사실 나는 역자 후기로 대체하는 편이지만... 

- 장르를 정하고 싶기도 하다. 에세이, 소설, 인문학 등 그 달에 정하는 한 권은 매달 다르면 내가 편독 안 할지도 몰라

- 고전을 읽는 달이 있었으면. 나는 여성 작가 고전에 취약하다. 

이 목록은 매달 후기와 함께 갱신하게 될 것 같다.

결국 난 이 글을 0번을 위해 쓴 게 아닐까 하는 정도의 분량 배분; 이래서 제가 문과 교양 서술식은 최대 삐였나 봅니다. 


참고로 다음 회차 책은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

나는 이윤하 작가의 <나인 폭스 갬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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