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상담 일대기에서 여러 차례의 상담 경험을 이야기한 바 있다. 매 상담이 끝나갈 때마다, 그러니까 종결 시점이 다가올 때마다, 가능하다면 상담을 몇 회차 연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그렇게 상담 기간을 조금 연장한 적도 있었고, 차마 입 밖으로 그 생각을 꺼내지 못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매 순간이 적절한 마무리였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상담받는 걸 좋아한다. 약간 면접과 비슷한 맥락에서, '내 이야기'를 실컷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는 게 즐겁다. 게다가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가, 그것도 전문가가 성심성의껏 경청해 주고 그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이나 위로, 격려 등을 건네준다는 것도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단순한 재미의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심신 안정에도 상담은 참 유용하다. 뚜렷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걸 해소하거나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고, 나름 평안한 시기라면 나의 경우에는 짧은 주기로 나타나는 감정의 요동이나 심리적 불안을 잠재우고 일상에서 평온함을 유지하는 데 대학 시절엔 상담이 큰 도움을 줬다.
하지만 상담을 연장하고 싶었던 건 냉정하게 보았을 때 징징거림에 가깝기도 했다. 혹은 관성. 당장 해결해야 하는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사실 이제 남은 건 나의 몫이라는 걸 그 시점의 나도 잘 안다. 다만 일주일에 한 시간씩 전문가와 나누는 대화가 매주를 새롭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만들어주기도 했고, 상담이 당시의 나에겐 일주일 단위의 루틴으로 자리 잡은 상태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걸 그냥 이어나가고 싶었던 거다. 특별한 이유 없이. 하지만 그건 내 몫의 할 일,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외면하고 남에게 의존하고 싶은 마음에 가깝다. 상담이 끝나간다면 이젠 내가 직접 머리 써서 고민하고 실행하고 변화해야 하는 시점이지, 계속해서 비슷한 이야기를 나눌 때가 아니다.
하지만 상담을 마무리한 지 오래인 지금도 나중에, 안정적이고 충분한 소득과 시간 등 여러 측면에서의 여유가 확보된다면 상담을 자주 받으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이런 식의 내 인생 로망이 몇 가지 있는데, 아무튼 나와 잘 맞는 전담 상담 선생님과 정기적으로 상담 세션을 갖는 게 그중의 하나다. 사설 상담은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좋은 상담은 그 값을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와의 대화가 얼마나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는지 새삼 놀랍기도 하다. 의존이 아닌, 건강한 도움을 받는 선에서, 상담이라는 시간을 나에게 적절히 활용하고 운용하며 여전히 불확실할 미래를 잘 살아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