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운동을 하다(2)

by 마라곤

교사가 노동자라는 생각을 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70년대 학교를 다닌 우리 세대들에게 선생님은 무한한 존경의 대상이었으며, 하느님 다음으로 높은 분이었다. 그렇게 학창 시절을 보내고 교사가 된 초보교사에게는 선배 교사나 교장도 아마 그 정도의 거리감과 경외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감히 교사를 노동자라고 생각한다는 건 정서적이나 교육적으로도 생경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교사도 노동자라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고 노동조합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분명 획기적인 변화였다. 일의 내용이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범위와 다르지 않았고, 교장, 교감이 우리의 노동 환경을 통제하고 있었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무기력하지만 함께 연대하면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데에서 우리는 분명 노동자였다. 어쩌면 선생님이라는 예의 바르고 단정한 겉옷으로 우리의 비굴한 민낯을 숨겨왔던 것이 아닐까?


처음에는 학교의 분회장을 맡게 되면서부터였다. 우선 이런저런 사정으로 조합에 가입한 동료들을 한데 모아 서로를 알게 되면서 조금씩 힘을 얻어 갔다. 학교는 같은 교과교사, 같은 학년담당... 이런 식으로 함께 지내는 경우가 많았고, 그렇지 않으면 같은 학교에 근무하더라도 한 번도 대화해 보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니 다른 교사들이 어떻게 지내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친한 옆사람 빼고는 거의 알지 못했다. 조합 활동을 하면서 같은 조합원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그 선생님이 새롭게 보이고 무한한 동지애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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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분회는 학교에 대해 독자적으로 정책 제안을 하고 같이 협의하는 동등한 관계가 아니었다. 국가적으로는 합법화되었다고 해도 그때 당시의 대부분의 교장들은 당연히 분회를 인정하지 않았다. (감히 교사가 교장에게 대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분회 활동도 분회가 얼마나 연대감을 가지고 학교에 대해 목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미치는 영향력이 달랐으며, 분회의 힘은 조합원 교사의 숫자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보수정부가 들어서면 교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진보정부가 들어서면 교장들이 언행에 조심하는 모습이 목격되어 교육활동도 정치적 변화에 따라 얼마나 영향을 많이 받는지 실감하게 되었다.


2001년 설동근 교육감 시절이었다. 합법화된 전교조에서는 지역별로 해당 시도 교육감과의 단체교섭을 추진하고 있는 때이다. 부산지부도 교섭위원을 꾸려 교육청의 각 부서 과장(장학관)과 교육 의제에 대한 실태 파악과 문제점과 개선방향, 그리고 교섭 합의안을 도출하려고 수차례 약속을 잡아서 마주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교육청은 과장이 불출석하거나 출석하더라도 형식적인 답변을 하거나, 교섭안에 대해 절대로 양보하지 않으려 하면서 교섭은 파행되기 일쑤였고, 결국 부산지부는 조합원들의 힘을 바탕으로 교육청 앞에서 연일 집회를 진행하면서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밀고 당기는 실랑이 끝에 교육감은 인근 경찰서에 강제 해산을 요청하여 교사들과 대치하는 상황이 계속되었는데...


그런데 집회를 막는 진압경찰은 당시 주로 전투경찰(전경)들로 되어 있었고, 일부는 집회 현장에서 옛 스승을 만나게 되면서 선생님의 호통으로 전경의 대열이 흩트러지게 되었다. 우리는 그날 무사히 교육청 입구를 뚫고 건물 입구까지 진출하며 집회를 계속하였고 일몰 이후 해산했는데, 다음날 같은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번에는 전경의 제자들이 고개를 떨군 채 선생님들을 외면하면서 끝까지 대열을 지켜서 결국 진입하지 못하게 되었다. 아마 경찰 상부로부터 호된 질책이 있었으리라. 나도 당시 집회 중에 밀고 밀리는 군중의 대오로 옆구리 쪽이 눌려져서 한동안 심한 통증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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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활동을 통한 지역단위 교육 운동도 필요하지만 학교의 민주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참여이다. 학교의 모든 결정은 교장이며, 교장의 결정을 통제할 수 있는 기구나 위원회로는 학운위가 유일하다. 학운위는 각 학년별 학부모 위원 2명, 교사 위원 4-5명(교장 당연직), 그리고 지역위원 2명 정도로 구성되지만(학교 규모에 따라 인원이 다르다), 학부모위원은 당연히 아이들을 볼모로 친학교파가 될 수밖에 없고, 지역위원도 주로 학교에 우호적인 인사가 지원을 하는데, 지역의 정치인들이 간혹 지역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발판을 놓기도 한다. 교사 위원도 주로 친교장파의 부장교사들로 채워지니 사실상 형식적으로 운영이 되고 어쩌면 교장의 판단에 면죄부를 주는 합법적인 조직이 된 셈이었다.


학운위는 1996년부터 도입되었는데, 2001년 교사위원 선거에서 낙선한 이후, 2003년 초등 학부모위원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약 20년 동안 근무하는 학교를 넘나들며 교사 위원으로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학운위 회의는 주로 1시간 이내로 끝나는 게 다반사였고, 올라온 안건에 대해 발언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니 매번 안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설명을 요구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나는 미운털이 박혀 버렸지만 그 때문에 교장이나 행정실에서 조심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보람된 일이었다. 사실 나의 경우도 무슨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미리 준비하고 모르면 물어보면 될 일이었다. 모르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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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좀 달라졌는지 모르지만 여전히 학교는 학교장의 권력이 막강하다. 학교장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학부모의 민원도 많고 결단해야 하는 순간의 고민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학교장의 권위는 스스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인정해 주는 것이어야 하며 진솔하게 의견을 받아들이고, 또 상대를 설득하려는 노력이 더할 때 교사들에게서 존경을 받을 것이라 여겨진다. 존경받는 교장은 교사들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만들 것이고, 그 마음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다.


예전에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 초등학교 교장, 행정실장, 중학교 교장, 행정실장이 높은 순위로 나온 것을 기억한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 편해(?) 보인다고 할까? 스스로도 자신의 직업에 만족도가 높다고 하는데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교장이 편한 학교가 아니라 교사들이 행복하고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가 되었으면 하고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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