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통신
가정통신문(1)을 찾아 브런치에 올리고 보니 기억에 혼돈이 있었는지 해당 학년의 2학년 때 가정통신문이 먼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번 글이 2003년 1학기 말 통신인데 그때 당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맡았을 때 글이고, 앞선 글은 그 학생들이 3학년이 되어서 맡게 된 2004년도 글이다.
물론 같은 학년의 학생들이지만, 내가 2학년 담임을 맡은 때는 문과반(인문반)이었고, 3학년 담임을 맡은 때는 이과반(자연반)이니 중복된 학생은 없는 셈이다. 사실 같은 학년이라고 하더라도 각자의 담임반 분위기는 비슷하면서도 약간은 달라서 그 부분은 서로가 자세히 알지 못하고 더군다나 계열이 다르면 거의 알 수가 없었을 테니 나의 가정통신문이 식상하지 않았을 터라 안심했었다.
그런데 이제야 보니 2학년이나 3학년이나 학교 생활에 큰 재미나 화젯거리가 없고 있어도 요새 말로 임팩트(impact)가 약한지 학생들은 곧 학습 모드로 돌입했었다. 그러니까 여학교라고 해도 부모 세대의 낭만이나 설렘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는 답답한 학교였던 셈이다.
더군다나 2, 3학년의 가정통신문이 대동소이하면서도, 안타까운 것은 3학년때 해도 될 입시 고민을 1년 전인 2학년부터 벌써 모두의 관심사가 되고 어느덧 생활 속으로 들어와 있어서 공부와 입시에 대한 내용이 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참 서글픈 현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여고생들과 오손도손 수업하고 입시지도한 것이 보람된 일이었던 느낌이었는데, 그때 참 삭막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2년에 걸친 가정통신문 손 편지 발송은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어떤 반응을 일으켰는지 모른 채로, 대학입시라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졌고, 학생들은 수능을 치르고 나서 각자 자신이 살아가야 할 길로 서둘러 가 버렸다. 졸업과 함께...
나는 나의 할 일을 다했고, 학생들은 여고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채 지금 어느 곳에선가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원래 지나간 것은 그리워진다는 푸쉬킨의 시처럼, 혹시 어느 날 남아 있는 여고시절의 흔적을 들추어낸다면 열심히 잘 살았다고 생각해 주기를 바라고 싶다.
안녕하십니까? 담임입니다. 자녀교육에 고생이 많으시죠. 이번 가정통신문은 학기말 성적통지표와 함께 발송하고 1학기를 마감할까 합니다.
1. 시험실시 및 계획
2. 학교행사 및 학교생활
3. 2005년 입시안내
4. 방학 특기적성수업실시
1. 시험실시 및 계획
6월 초 전국모의고사를 실시하였고(개인별로 성적통지표를 배부하였음), 6월 말에 기말고사와 영어듣기평가, 또 각 과목별로 수업 중 또는 기말에 수행평가를 실시하여 이 모든 성적이 합산되어 학기말 점수로 환산되었습니다. 성적표 보실 때 참고하십시오. 학교시험은 2학기때에도 중간, 기말, 수행평가 등이 반영되고, 개학 후 빠른 시일 내에 사설 모의고사를 치를 예정입니다. (교육청 주관모의고사도 9월 19일 예정되어 있습니다.) 사설 모의고사는 다른 학교나 학생의 성적과 비교되어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2. 학교행사 및 학교생활
전반적으로 학생들이 평소공부 습관이 부족한 데다 시험에 대한 압박이 없어서 수업하기도 어려웠지만, 오후에 남아서 자습하는 인원도 적었고(오히려 적은 인원이 공부하기 좋다는 의견도 있음.), 집과 학교에서 확인되지 않는 사이 오후에 배회하거나 그냥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도 몇 있어 보입니다. 1차적으로 학교에서 자습하게 하고 가정학습이 필요하면 앞으로는 부모님과 직접 통화 후에 귀가시킬까 합니다. 부모님의 많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TV에서 우리 학교의 체험학습 사례인 ‘우리밀 그슬어먹기’라는 행사가 보도되어 아이들이 한때 즐거운 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그동안 싹을 틔운 밀을 탈곡을 해서 입안에 넣어보기도 하고, 밀로 만든(밀이 조금 들어간) 떡과 국수 잔치도 같이 하여 도심 학교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현재 교육문제 중의 하나인 교육정보시스템(NEIS)이 우리 학교에서는 3학년은 NEIS로, 1, 2학년은 수기로 결정되어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인터넷으로 공개될 수 없도록 여러 선생님들께서 의견을 모아주었습니다.
3. 2005년 입시안내
최근 신문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현재 고2학년이 치르게 되는 2005년 입시는 현재와는 다른 체계가 도입됩니다. 수능을 중심으로 보면 국영수의 배점이 각각 100점으로 바뀌고 인문반의 경우 사회탐구 부분을 4과목까지 선택하여 시험을 치며, 각 과목당 50점이 됩니다. 그러나 실제 점수는 시험 만점을 표준점수라는 것으로 환산하여 국영수는 각각 200점, 선택과목은 과목당 100점으로 환산되고(4과목 선택의 경우 수능총점 1,000점),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따라 수능과목이 달라서 일찍부터 진로를 결정하고 준비한 학생이 유리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올 11월 정도면 각 대학의 구체적인 반영비율과 반영과목 등이 결정될 예정이며 지금부터 자신이 원하는 대학의 입시요강을 잘 살펴봐야겠습니다.
4. 여름방학 특기적성 수업실시
7월 23일(수)부터 8월 9일(토)까지 수업이 매일 5시간씩 실시됩니다. 인문반은 8반 중에서 5개 반으로 줄여 반을 편성하였습니다.(희망자중심편성) 국영수와 인문-경제, 지리, 자연-화학, 생물 수업을 합니다. 특기적성수업 후 오후 시간이나 8월 10일 이후에는 각자 부족한 과목을 스스로 보충하고, 계획을 잘 세워 보람된 방학이 될 수 있도록 가정에서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5. 학생 개인에 대한 평가와 당부
(이 부분은 학생 개인별로 따로따로 추가해서 적었음.)
무더운 날씨에 건강하시고 가정에 늘 행복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
2003. 7. 18 담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