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2 2월의 학교
1년이 10개월이었던 이전의 달이 로마황제 쥴리어스(July), 아우구스투스(August)의 달을 사이에 끼워 넣으면서 밀려 마지막 달이 밀려 2월이 되었다는, 그래서 2월은 어딘지 모르게 부족해 보이고 있을 자리에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모르고 살았는데, 새해가 오고 알이 꽉 찬 1월이 지나자 뜬금없이 이빨 빠진 것처럼 28일 또는 잘해봐야 29일 밖에 없는 2월이 뭔가 단단히 잘못되어 보인다.
학교라는 교육제도가 정착되면서 계절의 영향도 받았겠지만 우리는 늘 3월에 새 학년이 시작되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물론 서구에서는 1년을 3학기 또는 4학기로 쪼개다 보니, 여름, 겨울의 긴 방학보다는 학기 사이에 2-3주 정도의 방학이 있어 우리가 느끼는 2월의 분위기와 같은 상황은 없지 않을까 싶다. 아니, 그곳도 뭔가 그런 느낌의 시간들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학교에서도 2월은 완전 애물단지 같다. 수업을 하는지 마는지 듣는 아이들이나 수업하는 교사나 일관성을 가지고 이어 나가기가 어렵다. 2월은 수업일수도 적으니 여러 학급 수업을 맡은 경우 해당 학급 수업은 2-3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이미 1월 초에 교과서 수업은 다 끝났고, 시험도 끝나서 교사로서는 학년말 성적 처리와 생활기록부 작성 등 서류 작업이 잔뜩 쌓여있어 그것만 해도 정신이 없는데 마음이 떠나간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하려니... 쉽게 말해 몸은 교실에 있는데 마음은 교무실에 가 있는 셈이다.
2월이면 혹한의 추위는 없을 것 같지만 여전히 학교는 춥다. 바깥 온도가 몇 도 이상이 되면 행정실에서 난방을 꺼두기도 하고, 덜 춥다는 느낌으로 두꺼운 옷도 여기저기 벗어놓은 상태라 2월의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에 쉽게 적응이 안 된다. 좀 풀린 것 같으면서도 찬 바람과 찬 공기가 여전히 교실을 휘감고 있다.
마음은 빨리 정리하고 끝내고 싶다. 남은 수업 시간도 빨리 채우고 곧 헤어질 아이들과도 마지막 정리도 하면서 달력에 매달려있는 몇일의 날들을 하루하루 떼어내는 기분이다. 여기에 또 하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건 인사이동이다. 4년을 꽉 채워 전보 대상인 선생님들은 마지막 발표를 기다리며 남아있는 선생님들과 똑같은 일상을 하고 있다. 이전보다는 빨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2월 중순은 되어야 인사이동 발표가 있을 것 같다. 각자는 대강의 흐름을 알 수도 있겠지만 발표전까지는 마음이 떠나 있어 미리 간다고 인사하는 샘들도 있고, 마지막 비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샘들은 발표까지 묵언 수행 중이기도 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도 채우지 못한 남은 마음을 붙들고 내년에 (실제로는 그해 3월에) 누가 담임이 될 건지 기대하기도 하고 누구는 절대 피해야 한다는 나름의 비밀을 공유하면서 이제 고2네, 고3이네 하면서 애써 허전한 마음 감추려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쓸데없는 소리 마라며 괜한 허세를 부리려 하지만 공허하게 들리고 눈치 빠른 아이들은 썩은 미소를 짓는다.
매년 반복되는 2월의 일상으로 행정력과 교육 역량이 낭비되어 학사일정을 1월에 모두 끝내고 2월은 온전히 방학으로 하자는 학사일정의 논의가 몇 해째 계속되지만 아직은 요원한가 보다. 어수선한 2월에 그나마 설날 연휴가 끼면 바빴던 일상 속에서도 마음 추스르며 각자의 생활도 정리하고 그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 미처 매듭짓지 못한 일들 정리하는 기회가 될 것 같아 다행이라면 다행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