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2.24
2년 전 ㅇㅇㅇㅇ를 찾았을 때가 생각난다. 이제 봄의 기운이 막 피어오르는 학교 교정에 낯설지만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에 찾은 여학교가 무척 신선하고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릴 듯했다.
그리고 2년, 이제 ㅇㅇㅇㅇ를 떠나면서 스쳐 지나가는 많은 일들이 생각난다. 사람에 대한 실망감, 내용과 형식이 유리된 학교의 숨 막힐 것 같은 분위기로 한때 갈등과 고민을 적지 않게 한 기억들, 한 때는 즐거웠고 한 때는 체념하며 애써 밝으려고 노력하고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는데 이제는 떠나는 운명이 되었다.
나는 여기서 무엇을 했는지? 진정 중요한 것을 놓친 것 같은 아쉬움과 거센 시간을 헤치고 나온 안도와 자신감이 교차한다. 좋은 선생님들, 여전히 밝고 꾸밈없는 아이들, 그 속에서 또 내일을 기약하는 남은 많은 사람들을 위해 행운을 빌어보고 싶다.
한때 전국적으로 '아침밥 먹기'가 유행처럼 기사화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하는 보충수업(0교시라고 했다.)이라는 수업을 위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침밥을 먹지 않고 오면서 생기는 여러가지 부작용 - 수업의 비효율성, 수면 부족, 집중력 부족, 건강 문제, 점심 폭식의 문제 등 - 이 새시대를 맞아 문제점으로 지적되면서 아침 보충수업 폐지를 선생님들끼리 관철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그 치열한 현장이 그나마 크나큰 보람이었다.
더 있고 싶고 할 일이 아직 남아있어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보통의 경우 4년을 근무하게 되지만 과원으로 인한 절반만의 인사이동은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나를 전보시키려고 이런저런 궁리를 했을 것만 같은 의심을 가졌지만, 그런 의심으로 악착같이 더 버틸 생각보다는 사람에 대한 실망으로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오히려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ㅇㅇㅇㅇ의 교정은 봄의 기운이 완연했다. 이제 곧 화려하게 수놓을 등나무의 등꽃(그렇게 등꽃이 화려하게 핀 곳은 드물다고), 이름을 외워 놓았지만 머물지 않았던 많은 나무의 이름들, 많은 사람들이 오고 싶어 하고 남고 싶어 하는 학교를 나는 마음속으로 남은 인연을 끊으며 뒤를 돌아 나왔다. 그날, 전날 내린 비가 계속 내리면서 학교는 안개에 싸였다.
새로 발령받은 ㅇㅇㅇㅇ를 다녀오면서 새로운 꿈을 꾸어야겠다. 새로움이란 그래서 신선하고 가슴 설렌다. 이제는 새 학교에 대한 기대도 조심스러워지겠지. 다시 아이들을 사랑해야겠다. 새로운 만남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