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by 마라곤

2003. 4.


바쁜 3월이 지나고 아직도 간혹 차가운 날씨에 옷을 하나 더 겹쳐 보기도 하지만 늘 한기가 스려 있는 우리 학교 3층 00실이 시원하게 느껴질 만큼 4월은 그렇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3월 내내 여러 가지 교육현안으로, 교육개방 반대 홍보로, 반전 시위로,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으로 몸을 추스리기도 힘든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3월 말 네이스(NEIS) 폐기를 외치는 노조의 안쓰러운 외침을 뒤로하고 교육부는 드디어 교육개방을, 초중등은 제외한다는 미명아래 경제논리에 굴복하여 허용하고 말았다. 당장 그렇게 해서 어떤 일이 앞으로 일어날지 알지 못하며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일명 NEIS(Information System of Educational Administration)라고 약칭하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은 학생의 생활기록부, 건강기록, 출결정보, 봉사활동 등의 학교 생활 기록 전반을 on-line으로 조회하는 시스템으로 이명박정부가 전자 정부를 지향하며, 교육 현장에 도입하기로 한 것인데, 이 과정에서 학생의 민감한 자료가 유출되거나 노출되는 위험성 때문에 선생님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아직 도입 전이라 기우일수도 있지만, 교육부의 교육에 대한 몰이해와, 도입과정에서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강행되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성적이나 가정환경과 같은 개인의 사적인 영역이 노출되면서 입게 되는 아이들의 상처를 이미 경험한 바 있고, 컴퓨터라는 것은 항상 해킹에 노출되는 상황이라 우려하는 교사들을 이해시키는 일에 무심한 교육부와 막가파 정부에 대해 더더욱 신뢰가 가지 않은 때문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교사들을 봉사와 희생이라는 담론으로 교육정책에 대한 교사들의 고민을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노조가 합법화되었지만 단체행동권이 없는 교사들의 약한 부분을 배려할 줄 모르는 탁상 행정에 싸우기도 지치고 염증을 느끼게 하는 현실이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한다.


그런 와중에 전쟁광인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끝내 침략을 노골화하여 힘없는 이라크에 선전포고를 선언하여 전쟁은 시작되었다. 늘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사는 우리가 마냥 남의 나라 전쟁에 무관심하게 되고 그런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학교 현실이 답답할 따름이다.

우리 주위에 암울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또 살아야겠기에 더러는 4월이라 꽃구경도 가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아이들과 사소한 일에 불편해하며, 퇴근 후 한잔 술에 세상사 잊어버리기도 하고 자신의 취미 생활에 몰두하기도 하는 우리는 영락없는 생활인이고, 소시민들이다.

그러나 진실과 진리는 여전히 꿈틀거리고 적지 않은 시민들과 학생들의 의식이 나날이 커가고 있음을 느끼며, 또 우리는 아이들의 난데없는 질문에 놀랍게 성장하는 그들에게 정의를 가르칠 허락을 가지고 있음에 감사한다.


그렇다. 세상은 아직도 희망을 안고 살며, 입시에 찌들고 명문대학의 환상에 쉬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더불어 사는 인간됨을 가르치고 세상을 바로 보는 눈을 가지도록 하는 노력을 쉬지 않아야겠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그런 노력이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안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정든 학교를 떠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