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고등학교를 아시나요?
사람들은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것보다도 세상에는 훨씬 다양한 형태의 교육기관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교육기관에서 몇십 년째 근무하고 있어도 교육부 인가된 특수학교, 외국인학교, 대안학교, 학력인정평생교육시설 등 정도 들었을 뿐이고, 자신에게 해당되지 않는 경우는 세상 모든 일이 남의 일일수밖에 없을 것이다.
방송통신 (중) 고등학교는 한국교육개발원이 운영 주체로 되어 있고 현재 전국적으로 중학교 24개, 고등학교 42개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졸업을 못한 성인들이 만학의 나이를 뚫고 공부하는 곳이며, 초중등교육법에 근거한 정규학교로 학제나 교육과정 모두 일반 중고등학교와 동일하다.
내가 근무한 학교에 부설된 방송통신고등학교 업무를 맡게 되면서 알게 된 방송고는 하나의 독립된 학교라고 할 수 있다. 부설기관이라 교장, 교감은 동일하지만 방송고 학생들은 3개년 과정으로 지원하고 교육받고 졸업한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한 학급을 이루면서 따로국밥처럼 겉돌기도 하지만, 동성인지라 또 나름의 끈끈한 연대감도 드러낸다. 월 2회 일요일에 수업이 진행되며, 일반 학생들의 교육과정을 모두 소화하기 위해서는 출석하는 날은 일정이 빼곡하지만 여러 가지 행사가 빠짐없이 이어진다.
특정 연령층 학생들만 가르치다가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이 모여있는 수업시간은 매 순간 새로운 재미와 가벼운 흥분감이 흐른다. 나이가 들수록 수업에 대한 열의가 뜨겁고, 노안으로 글자가 희미해지면서도 학업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가 전해질 때는 남다른 사명감을 느끼게 된다. 방송고 수업 교재는 따로 제작되어 일반 학생들과는 다르지만, 어찌 보면 가장 실용적이고 현실적으로 필요한 지식을 예로 들어 설명하게 되고, 영어의 경우도 오로지 생활영어, 기본 회화 위주로 편성되어 아주 기초적인 내용으로 다가 가려고 하였다.
방송고는 특정교과에 대한 지식도 지식이지만, 교과와 연결된 사회적 경험과 살아온 이야기에 주목한다. 나보다도 더 다양한 경험을 가진 나이 든 학생의 이야기를 공유하기도 하고, 수업이 끝나고 담임으로서 개인 상담이 때론 더 가치 있게 여길 때가 많다. 하지만 월 2회의 짧은 시간으로는 수업을 해내기 급급하고, 또 매일 보는 관계가 아닌지라 젊은 학생들은 그저 졸업장을 얻기 위한 과정으로만 여기기 때문에 결석도 잦은 편이고, 생업으로 수업의 열의가 없어서 안타까운데 섣불리 그들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기도 쉽지 않았다. 어차피 해결해 줄 수도 없을 것 같은 생각으로 주저되기도 하고...
방송통신고에서도 여느 학교와 같은 소풍이라는 날이 있었다. 50대, 60대가 느끼는 소풍도 10대들의 소풍과 겉으로는 다를 바 없었다. 소풍 전부터 소풍에 대한 기대로 교실이 술렁거렸고, 소풍 당일 답답한 교실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학교 밖에서 만나는 것부터 신이 나는지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모여서 담소하고 간단하게 게임도 하고 그리고 쉬었다가 화려한 먹거리를 잔뜩 널어놓고 떠들면서 결코 젊지 않은 담임 선생님을 놀려가며 반나절을 보내며 소박한 행복을 마음껏 누렸다. 세월을 거슬러 30,40년을 훌쩍 뛰어넘는 시간 여행을 마음껏 만끽하였지만, 여느 10대들 처럼 한바탕 놀고 나서는 당연히 일찍 마치고 2차 모임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재빨리 헤어지는 것이 눈치빠른 담임으로서 당연히 배려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에서 학력으로 고통받았던 그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 나도 그들에게서 전혀 다른 학생의 면모를 보기도 하면서 늘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되었다. 어쩌면 그들을 통해서 우리 모두는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나도 그들에게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남게 주게 되어 보람된 시간이었음을 인정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