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사의 해외연수(2)

by 마라곤

이제부터는 2008년 7월의 미국 서부지역 샌디에고(Sandiago)에 있는 대학(SDSU; San Diego State University) 연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가는 예전 이야기로 지금 기준으로 보면 안 맞는 부분이 많지만, 그만큼 인터넷도 덜 발달되어 있었고, 교통 수단도, 사람들도 예전 이야기인 만큼 꾸며지지 않은 순수한 모습을 조금은 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예전의 이야기를 회상해서 쓰는 글은 아니고, 그 당시 학교 교지에 실었던 내용을 정리해서 돌이켜 보자고 한다.


7.24 목

미국 서부는 현재 Summertime 적용으로 한국과 16시간의 시차가 발생한다. (원래는 서부는 우리나라와 17시간, 동부는 14시간의 시차가 발생한다.) LAX도착(LA International Airport)하고 대학에서 보내준 Motorcoach가 우리를 태우고 달린다. 405도로- 5번도로를 열심히 달리다니 갑자기 버스가 거북이 걸음이다. 아마 사고가 난 모양이다. 지도를 보니 돌아가긴 해도 우회할 곳이 있어 보이는데 기사는 표정도 그렇고 별로 신경을 안 쓴다. 미련할 만큼 그대로 자리에 앉아있다. 그렇게 1시간 쯤 가다서다가 이제는 우회할 곳도 없다. 모두들 지쳐 잠들다 깨기를 반복하는데 4시간을 그렇게 소걸음으로 가고 있었다. 더 넓은 미국 땅에 와서 이런 정체는 예상밖이다. 그렇게 해서 LA에서 San Diego까지 무려 6시간이나 걸렸다. (일본에서 LA까지 10시간 남짓인데...)


7.26 토

주말여행으로 아침 7시 단체로 관광버스를 타고 숙소를 떠났다. 태평양 연안을 한참 가다 중간에 Borders라는 서점에서 책 한권 사고, 서점 한 편에 따로 정리된 곳에 포개어진 Winery 지도 몇 개를 들고는 차에 올랐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Bob이 $5를 건네는 것이 왜냐고 물었더니 지도 값이란다. 난 그냥 가져왔다니까 지도 한 쪽 구석에 $4.99라고 보여주는데 아뿔사! 난 free라고 생각하고 집어왔는데... 졸지에 책 도둑이 되었다. 큰일 났다며 경찰이 따라 올 거라고 웃어대는 Bob을 보며 난 난감했지만 뭐 할 수 없지. 그런 걸 뭘 돈을 받아? 그냥 줘도 될 Brochure 정돈데 라며 혼자서 자책하고 말았다.


2시간 쯤 더 가서 ‘Hearst castle’ 에 도착했다. Hearst Castle 은 태평양 연안에 마법에 홀린 듯(The Enchanted Hill) 언덕에 우뚝 솟아 오른 성(城)이다. 미국의 대 부호 W.R. Hearst가 만들어낸 숨겨놓은 개인 저택인데 문화적 향수가 아쉬웠던지 유럽문화를 본떠 재현한 건물이다. 신화의 신전과 고대의 조형물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고대 유럽 문화의 중심에 온 듯하다. 하지만 어설프게 따라 한 느낌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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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일)

아침 6시 날씨가 싸늘하고 비도 약간 , 밖으로 나가니 우중충하지만 카메라와 지도를 들고 길을 따라 해변으로 무작정 뛰었다. 곧 해안 산책로가 나타나고 멀리 Monterey State Beach가 보인다. 적막하고 싸늘한 아침 바다는 영화에 자주 나오는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 음산한 해변이다. 잠깐 거닐다 곧 날이 밝아지면서 아침을 가르며 달리다 멋있게 달려 나오는 아가씨에게 사진하나 부탁해서 찍고 곧장 Fishermen's Wharf쪽으로 향했다. 이어지는 산책로를 달리다 돌아오려니 해안가 주변에 scuba diving 동호회 사람들이 장비를 챙기고 있는데 가까이 가 보니 그 중에 한국 사람인 듯한 사람이 보여서 말을 걸었다. 30대말 쯤 되어 보이는 여자 분인데 아주 어릴 때 한국에서 와서 한국말을 많이 잊었다면서 영어로 또는 서툰 우리말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 부근이 수심이 깊고 파도가 잔잔하여 scuba하기엔 안성맞춤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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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내가 뛰었던 찻길을 따라 가다 fishermen's wharf 아래 cannery row에 도착했다. John Steinbeck의 소설 cannery row의 배경이 된 곳으로 그의 동상도 세워져 있었다. 조용하고 깨끗한 바닷가 마을의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곳이었다. 해안가의 분위기에 젖어 셔터를 열심히 누르다 다음 일정을 재촉하는 버스에 몸을 실어 그 유명하다는 17miles drive 길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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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마일이면 어림으로 26km 정도인데 태평양 연안 미 서부 어디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겠냐마는 여느 해변과 달리 절묘한 절경(Pebble Beach)과 cypress로 대표되는 숲, 해안 앞에서 천덕스럽게 노는 물개들 그리고 때 묻지 않은 자연과 해초, 안쪽에는 골프코스로 이어지는 여유로움, 안쪽 저택은 30억을 호가하는 부유함. 이런 것이 어우러져서 군데군데 버스에서 내려서 눈으로 구경하기엔 너무 아쉬웠다. 차를 몰고 달려보고 싶은 길도 길이지만 새벽녘 아니 저녁 어스름에 반바지 입고 신나게 달려보고 싶은 충동은 참기 어려웠다.


버스는 Monterey에서 내륙으로 들어가 101번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다 와이너리를 방문한다. 낮 12시 Paraiso vineyard winery 이다. California 곳곳에 보이는 포도 농장 중 한 곳에 직접 와서 주인의 설명을 들으면서 wine tasting을 해 보았다. 얇은 와인 지식을 총 동원해서 영화 Sideway에서 배운 대로 입을 적시며 마신 와인으로 대낮인데 알딸딸하다. Souzao port 라는 와인을 한 병 샀다. ($21- 와인을 사면 처음 tasting 비용으로 냈던 $5를 깍아주니 결국 tasting은 공짜로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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