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사의 해외연수(5)

LA 지인 방문

by 마라곤

8.9 토

2번째 주말이다. 대부분의 일행은 LA 단체관광에 일찍 숙소를 떠나지만 난 LA에 거주하는 지인을 만나기 위해 나혼자 기차역으로 향했다. LA로 가기 위해선 Solana Beach까지 가서 AmTrak을 타야 한다. 버스 30번을 타고 University of California in San Diego(UCSD: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고 분교) 앞 VA Medical Center에 내려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옆에 앉은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는데 그는 마침 UCSD에서 외국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였다. 내가 한국에서 가져온 부산에 관한 홍보지를 건네니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특히 교육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이곳 California에서도 주 예산이 삭감되면서 제일 먼저 교육예산을 깎았다며 주지사인 Arnold Schwarzenegger를 성토했다. 버스가 오면서 대화가 끊어졌지만 먼 이국땅에서 말과 문화는 다르지만 교육에 관한 동반자를 만난 것 같아 가슴이 따뜻해졌다.


저녁 7시30분 Solana Beach에 도착했다. 우리 연수단이 오기 1달 전 이곳 해변에서 상어가 나타나 한 사람이 물려 죽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어 저물어가는 해변을 멀리서 바라보며 LA가는 Amtrak표($20)를 끊고 있으려니 청년 몇 명이 내개 말을 걸어온다. (내가 Ticket Machine을 사진 찍고 있으니 이방인인 줄 알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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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들도 다음 역까지 가는데 같이 저녁 먹자며 근처 Fastfood 점으로 이끈다. 첨에는 거리를 두면서 사양했지만 그네들은 남자애들 3명과 여자애들 2명이라 별 일은 없을 것 같아 따라갔다. 약간 어둡고 시끄러운 매장 안은 젊은이들로 넘쳐났고 나는 못이기는 척 그들이 권하는 훌라버거(석쇠에 구운 파인애플 조각 하나와 치즈 두 조각을 넣은 햄버거-엄청 크다.)를 맥주랑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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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ryl이라는 친구는 자신이 가진 PDA로 지도검색을 해 보면서 Busan, Korea를 찾아주는 관심도 보였으며, TV에서 야구소식이 나오자 내가 박찬호와 San Diego의 백차승을 아는지 물어보았지만 유감스럽게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난 남자애들에겐 우리가 어릴 때 하던 공기놀이 팩을 선물하고 여자애들에겐 휴대폰 accessary를 선물했다. 비싸진 않지만 한국 고유의 놀이와 노리개를 선물하며 한국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한 것 같다. 그 친구들의 출발시간이 다가오면서 그들을 배웅하러 같이 갔다가 나도 예정보다 빨리 그 기차를 타게 되었다. 기차는 엄청나게 많은 인파로 연착은 물론 제 시간에 출발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주로 20대의 젊은이들이 술을 한잔 씩 한 뒤라 젊은 기운을 주최하지 못하고 서로 소리 지르면서 기차안은 난리였다. 내 주변의 젊은이들은 기차가 떠난 후에도 자리를 왔다 갔다 하며 떠들고 여자 친구와 서로 껴안고 때론 추태를 부리기도...

알고 봤더니 그날 Solana Beach 근처 경마장에서 경마경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쾌 유명한 대회라 젊은이들이 열광한다고 하는데 그 인파가 경기가 끝난 후 몰려왔단다. 중간에 경비요원 같은 흑인 여성이 총을 차고 열차에 올라 젊은 친구들에게 주의를 주며 타이르는데 젊은 애들도 조금 눈치를 보는 정도고 요원이 사라지자 또 다시 열차 안은 어수선하다. 한편으론 괴로웠지만 미국 젊은 친구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게 되어 오히려 재미있었다.


밤 11시 LA Downtown 앞 Fullerton역에 도착했다. 역이라고 하기엔 주위가 너무 어두웠고 사람들도 거의 없이 택시 1,2대만 서 있었다. 도착시간보다 먼저 와서 난 잠시 기다리다 지인을 만났다. 그 한국인 부부는 한국에서 5-6년전 미국으로 이민 가서 처음에 Nebraska에 살다가 2년전 이곳 LA에 왔다고 한다. (남편은 가게 가게운영, 부인은 간호사) 먼 이국땅에서 한국인을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 밤늦게까지 못다 한 이야기를 하며 고국의 정을 나누었다.


8.10 일

부부가 사는 곳은 Fullerton 지역 La Mirada 라는 곳이었다. 한인촌은 아니고 주위의 백인들과 어울려 살아가는데 한국인이 이사 오면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서 다들 반긴다고 한다. 아침에 혼자 일어나서 주변을 산책했다. 영화에서 보는 미국인의 저택이 여유로워 보이며 간혹 신문을 던지는 조그만 van이 훌쩍 나타나선 곧 사라졌다.

부부는 카톨릭 신자라서 아들 한명과 함께 근처 한인성당(성 라파엘 한인 천주교회: St. Raphael Korean Catholic Center- Rosecrans Ave Norwalk)에 같이 갔다. 기대한 것과 달리 신부님도 한국인이고 미사도 한국어로 하고 음식도 내가 한국성당에서 미사 끝나고 먹는 국수랑, 밥이랑 등 말이 미국이지 이곳에 살면 한국과 다를 게 없었다. 미사 후 교우들과 얘기도 나누고 그 중의 한 분은 부산상고 출신이라고 노무현대통령 안부도 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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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헤어지려는 나를 붙들고 멀리까지 같이 간 곳은 Getti Art Museum이었다. LA는 대중교통이 편리하지 못해 혼자서 다니기에는 너무 불편하고 또 Downtown은 노숙자천국이라서 오후 5시만 되어도 사고가 날 수 있다며 나중에 Fullerton 역에 다시 태워 준단다. 석유왕 Paul Getti가 남긴 기금에 의해 설립, 운영되고 있는 이 미술관은 지난 1997년 개관하였으며 회화, 조각, 장식예술, 사진 등이 동서남북의 별도의 아름다운 건축물에 전시되어 있고 멀리 Santa Monica 해변도 바라다 보이는 산기슭 300에이커의 부지에 세워진 모습이 19세기 성곽을 연상시켰다. 미술교과서에서 봄직한 유명화가들의 진품들을 직접 눈으로 보며 감상에 젖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였지만 모르는 게 약이라고 그러려니 하고 대충 훑어지나갔다. (이런 미술관은 하루도 부족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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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럭저럭 해는 저물고 집으로 갔다 작별인사를 하고 Fullerton역에서 미국서해안의 석양을 아쉬워 바라보며 지난 주말 일들을 주마등처럼 머릿속에 스치면서 열차에 몸을 기댔다.

San Diego에 내려 숙소로 오는 버스를 탔다 늘 내리던 데를 놓쳐서 중간에 내렸더니 칠흑 같이 어두운 길에 나 혼자 내 버려진 느낌이다. 가로등 불빛아래 지도를 보면서 위치를 확인하려니 저 멀리 택시가 한 대 보인다. 택시를 탔더니 불쌍하게 생긴 조그만 체구의 유색인(아마 남미 쪽) 이다. 팁과 함께 $6을 지불하곤 숙소로 들어갔다. 내일 학교에 가면 모두 지난 주말에 있었던 이야기로 꽃을 피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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