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즐거움

교사 연수

by 마라곤

흔히들 학교의 선생님이라고 하면 학교에서 아이들과 씨름하고, 종일 수업하느라고 업무 처리한다고 하루를 다 보낸다고 생각한다. 거의 맞는 것이 초등은 한시라도 아이들을 눈에서 뗄 수 없고, 고등은 입시지도로 늦게까지 남아 있는 경우가 많으니, 그나마 중등이 좀 나은가 싶기는 한데, 퇴근 후에는 몰라도 일과시간 동안에는 아이들에게 치이며 눈코 뜰 새도 없이 하루를 보내는 건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러니 어찌보면 생활이 단순하고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아가게 된다.


교사가 되고 초창기에는 그렇게 정신없이 지냈지만, 잠시 눈을 떠 보니 약간의 여유가 생겼고(중고등학교는 수업외의 시간으로 하루 1시간 정도는 여유가 생긴다.) 원래부터 이리저리 구경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가끔씩 학교로 오는 각종 연수 중에서 나의 교과와 관련있는 모임이나 배우고 싶은 강좌를 발견하고는 수업후에 또는 수업을 바꾸어서 가기로 하였다.


부산은 지형상 언덕과 산복도로가 많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보다 자동차가 필요했고 그렇게 해서 아마 십수년을 나름대로 학교밖 활동을 하다보니 교사의 생활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며 오히려 굉장히 무궁무진하고 자유롭고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굉장히 창의적인 직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집에 아이를 키울때 늘 붙어 있어야 하는 아동기를 지나고 아이들 머리가 굵어지면 부모도 좀 여유가 생기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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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역마살처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다녀온 연수 이력을 옆 자리 수학샘의 연수이력과 비교하니 별나게 다니긴 다닌 것 같다.(교사들의 연수이력은 교과의 특성과 본인의 성격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퇴직 몇년전까지도 여러가지 연수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말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도 했고 이제 흥미가 떨어지고 기력도 떨어졌지만 지금 보니 이렇게 다양한 연수를 하게 된 것이 교사라는 직업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요 연수 이력을 적어보았다. 게중에는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것도 있고(기억이 잘 나지 않음), 출석연수와 원격연수가 혼재된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당일 연수는 제외)


1987.5 정신교육신규임용자연수(교육연수원)

1988.1 컴퓨터담당교사연수(**교육청)

1989.8 '89 Summer Institute for Korean English Teachers(교원연수원)

1993.7 중등학교 1급 정교사(영어)(교육연수원)

1994.12 고교 교직원을 위한 동계 자동차 정비 교실(**대학교)

1996.1 고등학교 교사 전산 교육(**대학교)

1997.10 영어과심화연수(교육연수원)

2000.1 그래픽 활용 연수(**고)

2001. 9 성교육 전담 교사(교육연수원)

2002.5 진로 상담 전문가 과정(**원격연수원)

2002.7 교원 정보화-프리젠테이션(**고)

2003.4 중등학교 테마식 체험 영어 회화 초급(교육연수원)

2003.7 영어 연수(전교조)

2003.8 영어 수업 개선을 위한 직무 연수(TESOL)(전교조)

2004.7 영어 연수(전교조)

2005.1 그래픽 제작 활용(**고)

2006.1 교사를위한 경제와 문화 체험(경제5단체)

2006.11 핵심 교사 실무 과정(**연수원)

2007.1 디카 수업 활용과 학급 운영(**연수원)

2007.1 진로 지도 전문 교육(한국고용정보원)

2007.4 생활 속에 살아있는 법 교육(**연수원)

2007.8 중등 생활 지도(교육연수원)

2008.3-8 중등 영어 교사 심화 연수(**대학교 & SDSU)

2009.2 교원 골프 연수(**고)

2009.6 아름다운 관계정립을 위한 에니어그램(**연수원)

2010.4 깨어있는수업을 위한 뇌체조

2011.1 국가공인 TEPS 중고급(**연수원)

2011.8 영어쓰기 말하기 수업 및 평가 방법(**연수원)

2012.1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영어수업 비법 공개(**연수원)

2012.10 스마트교육의 이해(**연수원)

2012.12 수업을 디자인하다(심화)(전교조)

2013.12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 대비 교사 연수(**대학교)

2015.1 희망, 인문학에 묻다(**연수원)

2015.5 지속가능한 사회와 에너지 정의(전교조)

2015.7 교과서 속 세계여행, 걸어서 세계속으로(**연수원)

2015.7 토의토론수업(**연수원)

2016.1 방과후활동 지도를 위한 골프 직무연수(**대학교)

2016.4-12 학교내 전문적 학습공동체 연수(**고)

2016.6 협력과 배움을 실천하는 수업 혁신(전교조)

2016.8 수업혁신(교과통합 프로젝트 수업)(**연수원)

2016.8 부산다행복학교 기초과정(교육연수원)

2017.10 안전 문화를 만들어가는 아이들의 학교(**연수원)

2017. 11 Best 팝송으로 배우는 Pops English(**연수원)

2017.11 해외영화 자막없이 보는 Movie English(**연수원)

2018.4 방송통신고등학교 인성진로지도의 실제와 적용(**연수원)

2018.8 골프 중급 상급반 과정(교육연수원)

2018.11 교사가 꼭 알아야 할 학교 안전 가이드 백서(교육연수원)

2019.3. 국어과 한학기 한권읽기 연수(**연수원)

2019.3 독서 교육 레시피(**연수원)

2019.3 작가의 숨결따라 걷는 문학여행(**연수원)

2019.5-7 2019학년도 1학기 수업나눔의 날(연구정보원)

2019.7 성장과 발달을 돕는 학생평가-영어(교육연수원)

2019.7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돕는 과정 중심 평가 (**연수원)

2019.7 세계 문화의 이해와 글로벌 매너(**연수원)

2019.10 최고의 Reading 수업 영어독서지도(**연수원)

2019.10 이보영의 NEW ENGLISH 900 고급(**연수원)

2020.3 민석쌤의 교권상담실(전교조)

2021-2023 일제잔재청산 교사연구회(**교육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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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질적으로는 의문이 있지만 양적으로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깊은 지식보다는 얕고 폭넓은 지식으로 직간접 경험을 한 것 같다. 이런 다양한 공부가 가능한 것은 그래도 교사에게는 방학이 있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겠다.


영어를 가르친 덕분에 영어 공부할 기회가 많았고, 무엇보다 미국 동서부 지역을 한달씩이지만 여행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을 것이다. 연수과정을 들여다보면 2011년에 지금의 수능 시험에서 느닷없이 말하기와 쓰기를 평가하자는 대입안이 나와서 아마 현장에서 어떻게 쓰기와 말하기를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 당시만 해도 수능 응시인원이 70만에 가까웠는데 (이상적으로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그 많은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쓰기와 말하기를 평가할 것인지, 그것을 위해서 학교에서 예전에 대학에 있었던 LAB교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었는데 6개월쯤 지나자 대입안이 철회되면서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나 버렸다. 그 이후 대입에 학교생활기록부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또 그에 대한 대비로 교사 연수가 넘쳐나기도 했었고 그러다 세월호 사고 여파로 학교에서 안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갖가지 안전 교육, 심폐소생술 교육이 의무적으로 할당되었고, 2019년 코로나 이후에는 (이전에도 많았지만) 집합연수가 제한되어 거의 온라인의 원격연수가 주를 이루었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것은 교사의 교권 연수를 거의 마지막으로 받은 것 같은데, 여러가지 교권 침해 사례를 수없이 겪었지만 본격적인 공부가 너무 늦게 이루어진 점이다. 적어도 교직 초창기부터 배우고 요구해야 하는 교사의 권리도 그 당시의 사회분위기로 꺼낼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나마 교권이라고 이야기된 것은 2010년은 넘어서 여론화된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교사가 정치적 자유가 없다는 건 배울 기회와 시간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영혼이 자유롭지 못한 한계 때문에 혼자서 배우고 그것으로 끝나버리는 한계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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