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국내 여행은 물론이고 해외 여행도 너무 쉽게 갈 수 있는 시대라 그 예전의 수학 여행의 추억을 이야기하기가 그렇지만 수학여행은 1년 중 가장 큰 행사이고,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고 기다리는 날이었다. 요새는 수학 여행의 멋도 없어진지 오래지만, 잔인하게도 학생들이 친해지기 전 새학년을 오르자말자 서로 서먹서먹한 상태인 3월에 미리 계획된 수학여행을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탓에 내가 봐도 사고를 예방하려는 학교의 처사가 심한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적어도 20년전 또는 10년전까지는 제일 좋은 계절을 미리 선점하여 예약을 일치감치 해 두며, 아이들도 적당히 친해진 상태이고, 막 재미있어 지려고 하는 시기라 아이들은 더더욱 기대를 많이 했을 것이다.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고삐풀린 망아지 같은 녀석들이 어떻게 튈지 몰라 끝날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겠지만, 어쨌든 일상에서 벗어나 떠난다는 것 자체가 싫지는 않았을 터이다.
20년전에는 아이들은, 즐거움과 기쁨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시대라 선생님들을 잘 따라 다니며, 착한 아이들의 전형처럼 별 문제도 없이 조용하게 지낸 것 같다. 물론 학교가 있는 지역의 특성도 있고, 학급의 특성도 있겠지만 그 당시의 아이들은 정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순한 아이들이었다. 그 아이들도 지금은 벌써 40대 중반을 향하는 나이가 되었을 것인데 각자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로부터 정확하게 10년이 지나 또 같은 나이의 아이들과 수학여행을 갔다왔다. 여전히 여행지는 국내에 머물렀고, 아이들도 10년전처럼 착하고 조용한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사진을 보니 예상 밖에 교복 차림이 많은데 , 내 기억에 특별히 교복 착용을 강제하지는 않았고,(10년전의 학교에서는 수학여행때 교복 착용을 강요해서 학교와 싸우고 나서 교복을 가지고 가서 돌아올 때 입는 조건으로 사복을 입고 간 기억이 난다. -- 그 학교는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동창회의 입김이 센 학교였다.) 편한 복장으로 가도록 했는데 의외로 아이들은 교복이 편하다면서 교복을 입고 와서 좀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러니까 세월도 세월이지만 학교의 분위기에 따라 아이들의 성향이 차이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너무 잘 따라주어 심심했던지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위해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로 했는지, 누가 제안했는지 모르지만 그 당시 원로 교사들도 흔쾌히 몸을 던져서(?) 한 장면을 연출하게 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돌이켜보면 이 때는 연령차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이 서로 마음이 잘 맞았던 것 같은데, 그 여파가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다 2년후 다시 같은 나이 아이들의 수학여행을 갔는데, 내 기억에 이번에는 수학여행으로 너무 많은 대형버스들이 몰려 다녀서 사고 위험이 있다며, 3개반 정도씩 나누어서 장소를 순환하며 가다가 다음 숙박지에서 모이는 것으로 진행된 것 같다. 하여튼 인원이 적어서 그런지 아이들에게 자유시간도 많이 주고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은 더 많은 해방감을 맞은 것 같다. 노을이 지는 해변 근처에 풀어놓고 나니 해방감에 몸을 던지는 거친(?) 액션이 더 없이 행복하게 보였다.
교직 초창기에 멋모르고 따라간 초임 시절의 수학여행에서 선생님들은 숙소에서 귀빈 대접을 받았고, 아이들은 지금 생각해보면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개인 행동을 용납하지 못하는 비인격적 대우가 만연했던 것 같다. 수학여행을 통해 일탈할 기회만 노렸던(?) 일부 문제아 때문인지 몰라도 몰래 가져온 술을 찾는다고 가방을 뒤지기도 하고, 집단으로 밀어넣은(?) 좁은 방에 있을 아이들이 겪을 불편함을 생각하지 못한 미안함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그나마 지금은 아이들을 너무 귀하게 여기는 탓에 교사들이 더 힘들어진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수학여행이 없어진 건 다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