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돌릴 틈이 없었다. 팔각모 사나이로 시작하는 군가 메들리가 어느 순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몰입했고, 가끔 기합을 토한다. 고독하게.
그 끝엔 까만 바닥에 지체없이 드러누워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밝은 조명을 바라보며 '오늘 와드도 끝났다. 끝났구나.'하는 생각이 자리잡는다.
얇팍한 나의 지식에 의하면, 'For time of'란, 크로스핏에서는 최대한 빠르게 주어진 WOD를 끝내야 하는 형식을 의미한다.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한 아이의 아빠인 나로서는 '어떤 와드이건 빨리 끝내고 귀가하라.'는 Time cap x min이 적용된다.
같이 하는 운동이라지만, 육아라는 사정을 박스에서 이해해주신 덕에 난 늘 박스를 늦은 시간 혼자 이용한다. 그래서 더 힘들게 다가오는 운동이다. 그래서 '고독한' 크로스핏.
서른 살 갓 넘은 젊은이가 감히 본인의 인생을 돌이켜보면, 나의 생활과 인생은 늘 'For time of-Time cap'이였다.
제한된 중등교육과정 기간 내에 나를 극한으로 몰아넣어 대학이란 결과를 창출해야 했다. 재수, 삼수라는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방법도 있지만, 당시엔 나로선 창피한 도피라 생각했다.
고등교육과정이라 할 수 있는 대학 시절엔 '임용 합격'이라는 WOD가 있었다. 비록 삼수 끝에 결실을 맺었으나, For time of - Time cap 3 Years 라는 와드를 끝낸 것이었다. '안 되면 될 때까지'라는 해병의 각오로 도전하니 더 큰 세상을 마주할 수 있었고, '결과로서 과정을 입증한다.'는 707 부대의 믿음을 어깨너머 배울 수 있었다.
'특수교사'라는 자랑스런 아들로 거듭나기엔 나의 삶이 너무나도 바쁘고 힘겨웠지만, 그 결실 자체가, 그 이후의 삶이 행복하기에 부모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응원과 격려로 극한으로 몰아세워 와드를 마무리하게 해주는 코치가 회원들을 자랑스러워 하고, 회원이 변화된 본인들의 몸을 보며 감사해하는 그런 관계 아닐까. 금전적 이해 관계의 여부가 다르다면 다른 점이겠다.
부모의 자랑스런 아들로,
사랑스런 한 여아의 아비로,
아름다운 한 여성의 남편으로,
한 학교의 고등교육부장교사로,
여러 직급을 달고 살아가는 우리 인생은 크로스핏과 유사한 점이 참 많다.
제한된 시간은 없으나, 언젠간 끝날 것이고, 최대한 빠르게 이뤄낸다면 내 인생에서, 내 박스에서 높은 위치를, 좋은 기록을 얻는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