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이 마주한 벽
'이븐하게 익지 않았어요.'
부러울 정도로 잘생긴 얼굴을 가졌고,
상당히 멋진 퍼포먼스로 화이트 칼라를 놀라게 했고,
군침 돌게 하는 고기 한 덩이 내어놓은 남자가 들은 말이다.
요리를 사랑하는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다채로운 음식을 선보였지만, 이 남자는 '원초적인 방식으로 구운 고기 한 덩이'만이 최고의 무기였다.
그러나 그 셰프는 예선에서 누군가에 의해 탈락하고 말았다.
아주 맛 좋은 고기 한 덩이를 가졌지만,
음식에 대한 마인드가 아직 많이 열려있지는 않았고,
무엇보다 자신의 결과에 결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리에 대한 식견이 부족한 내가 보기엔
정말 맛있을 것 같은 음식이었음에도 말이다.
아쉬운 결과였고, 심심치 않게 부정적인 댓글이 달렸어도,
난 그의 자부심 넘치는 모습이 참 멋있어보였고,
어느 면에선 마땅히 본받을 모습이 있다고 본다.
본래 그 경쟁 자체가 이미 치열한 경쟁을 이기고 자신의 분야에 있어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른 자들의 경쟁이었기 때문이다.
멋진 그의 영상을 몇 번이나 보며 나의 자격을 고민했다.
다른 교사들보다 부장의 자격을 조금 더 갖춘 사람이었을까.
최소 나의 학교, 소속 과정의 특성을 이븐하게 알고 있을까.
별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성장에 따른 믿음의 변화였을까
확고한 믿음이었을까
높은 경지에 오른 당신의 감사한 선택으로 '전임자가 누구냐'는 대답에 '나'라고 밖에 답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그럴 수록 나는 나를 더 평가절하하여 겸손해야 했고
나의 과정 만큼은 이븐하게 알고 있어야 했다.
우리 학교만의 독특한 특성으로 나는 2030교사들이 타교에서 경험하기 힘든 위치를 일시적으로 맡고 있다.
연임에 대해 일년을 안심하지 않아야 하며
사람에 대한 업무를 태만하지 않아야 하며
보직에 대해 능력을 자만하지 않아야 한다.
고교학점제, 교육과정, 개별화, 현장체험학습의 업무
부장과 계원, 부장과 담임, 부장과 부담임의 인간관계
난 이 모든 것을 이븐하게 구울 자신이 되는가.
높은 경지에 올라도 자신을 '평가절하'라 칭하는 판국에,
나를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평가절상'하고 있지는 않은가.
자녀의 올바른 성장 외엔 고민과 걱정이 없는 요즘.
내 일에 대한 전반적인 생활을 되돌아 보며.
높은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낮은 자세를 유지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