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모종의 사명감
'아빠! 피 났었네?'
'맞아. 그래서 피부과에서 진료 받고 왔어'
'아팠네~ 긁혔어?'
'맞어.'
'에헤이~ 친구가 긁었네?'
'아니야. 학교에서 숲을 지나다가 가시에 긁혔어.'
'조심해야해. 가시는 아파 엄청 아빠야~'
임기응변으로 참 잘 넘어갔다.
내가 가진 상처를 별 수 없이 보여주었지만,
장애학생이 가진 나름의 인권도 보장했고,
마냥 아름답기만 한 교육현장이 아니라는 것도 숨겼고,
자칫 친구와 다툼을 연상시킬 수 있는 사고체계도 차단했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도 와이프와 이 일에 대해 말을 못했다.
단지, 어떤 약을 처방 받았는지를 얘기했을 뿐.
늦은 밤, 속상한 와이프는 이런저런 얘기를 내놓았다.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의 현실에 대해 서로 하소연했다.
이 정도 상처는 내 직업상 참 별 것 아닌데도,
제 3자의 시선엔 속이 뒤집어질 일이었다.
이 자리 오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내 딸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면 좋겠다.
엄마처럼 다른 직업을 목표할 만큼 똑똑하지 않지만,
더 멋진 일을 하도록 묵묵히 지원해줄게 우리 딸.
교육실습생 대상 연수에서 이런 말을 했다.
'스트레스, 화는 책상에 두고 퇴근할 멘탈이 필요합니다.'
내일이 있고, 모레가 있는 한,
그 학생을 안 볼 것이 아니라면,
그냥 없던 일로 생각해야 한다.
그럼 없던 일처럼 살게 된다.
상처를 기억하며 더 나은 길을 모색하거나,
아니면 1년 꾹 참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