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총리, 이스라엘 국내 위기 탈출용으로 팔레스타인 공습
15년째 장기집권 하면서 수억원대 뇌물 받아 재판 진행중 상황
실각 경우 감옥행 불가피... 사면 협상키 위해 유리 입지 필요
미국은 산유국이 되면서 이스라엘 중요성 상대적으로 적어져
트럼프와 다른 바이든 美 정부 행보... 국제 사회 '분쟁종식' 물밑 교섭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을 그만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미 팔레스타인에선 건물 수백채가 무너져 잔해에 깔려 사망한 사람과 폭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200명을 넘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오랜 분쟁의 역사는 사실 이번에 발생한 분쟁의 이유를 도리어 희석시킨다.
역사적으로 항상 그래왔던 것이 아니라 지금 일어난 분쟁은 이스라엘이 유도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지금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공습은 순전히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개인의 ‘위기탈출용’이다. 분쟁의 고착화에 더해 네타냐후의 사적 목적이 ‘없을 분쟁을 만들어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충돌보다 더 성격이 나쁘다.
네타냐후가 처한 위기를 간략하면 ▷수억대 뇌물 수수로 재판중 ▷미국의 산유국화로 인한 이스라엘의 지정학적 가치 퇴색 ▷친이스라엘 정책 펴던 트럼프 퇴임 ▷상대적으로 멀어진 미국과의 거리 ▷지난 4월 네타냐후의 총선 패배 ▷권력 놓칠경우 ‘감방행’ 위기 등이다.
네타냐후가 처한 이스라엘 내부의 위기를 타개할 최상의 상황 전개는 오랜 정적 하마스와의 대결인데 실제로 이번 분쟁 이후 네타냐후에 대한 이스라엘 내 인기는 높아진 것으로 알려진다. 대한민국의 남북갈등을 선거에 활용했던 ‘총풍사태’를 편 나쁜 정당이 있었던 것처럼, 이스라엘엔 자신의 위기를 타개키 위해 팔레스타인 사람 수백명 쯤은 죽여도 된다고 생각하는 나쁜 총리가 있는 셈이다.
▶12명 vs 213명= 2021년 5월 19일 현재 이스라엘측 사망자 수는 12명이고, 팔레스타인 사망자 수는 213명이다. 이정도면 전력차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탱크와 전투기가 출격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가하는 데 비해, 팔레스타인측 반격은 로켓포 공격이 고작이다. 숫자론 3000발이 넘는다는 그 로켓 공격은 그러나 대부분 이스라엘측에 의해 요격된다. 하마스측이 가내 수공업 수준으로 만든 로켓은 불발이 태반이고 일부는 이스라엘에 도달하기도 전에 추락한다.
다행히 국제 사회의 휴전 압박이 이어지고 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중재자로 이집트 측이 나서서 양측에 ‘휴전을 제안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팔레스타인 측 민간인 희생자들이 너무 많이 나오면서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되자, 뒤늦게 국제 사회에서도 중재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봐야할 듯 하다.
문제는 가자지구가 외부로 나가는 길이 완전히 봉쇄된 그래서 거대한 감옥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뤄지면서 사망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유엔이 집계한 가자지구 내 무너진 건물의 수는 450채에 이르며, 이들 건물의 잔해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기에 사망자 수는 현재 집계한 수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 팔레스타인 측엔 물과 수도, 전기까지 끊긴 상태다. 1000명을 상회하는 부상자들 다수는 자원 부족 탓에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엇,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번 ‘5월 공습’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미국의 입장이다. 논란의 시작은 이스라엘 측이 AP통신사가 위치한 건물을 공습으로 폭파·붕괴 시켰는데, 이에 대해 이스라엘 측은 “미국과 사전에 협의를 했고, 이해한다”는 미국의 답변을 들었다고 했으나, 유럽을 순방중인 미국 블링컨 국무장관은 “들은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 때와는 달리 바이든 정부에선 이스라엘 측 편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란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블링컨은 “이스라엘에 AP통신 입주 건물 폭격의 정당한 이유에 관한 세부 사항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전에 협의가 됐다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입장이 결이 다소 다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미국이 이스라엘 측에 서지 않을 것이라 단정키는 어렵다. 미국은 유엔에서 현재의 분쟁에 대한 성명서 채택에 ‘반대’를 표명했고, 이 때문에 유엔은 아무런 입장도 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또 사태 초기 미국은 대변인 논평으로 ‘이스라엘의 공격에 정당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외에도 영국과 독일 등에서도 이스라엘은 ‘지지 입장’을 끌어내고 있는 상태다. 다만 AP통신사 건물 붕괴에 대해선 이스라엘측에 공식적인 이유를 요청한 것은 혈맹 수준의 동맹을 자랑했던 미국-이스라엘 관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로 보인다.
▶산유국 된 미국... 이스라엘 가치↓= 미국에게 이스라엘은 대중동 정책의 교두보 역할을 역사적으로 담당해왔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펼 때도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치를 때도 이스라엘은 미국에 영토를 열어줬다. 말 그대로 혈맹 관계가 바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였으며, 이는 한때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이었던 미국이 원유를 수입하기 위핸 ‘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이스라엘의 전략적 가치가 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미국의 셰일가스가 비교적 싼 가격에 생산이 가능해지게 되자 미국은 에너지 대외 의존국에서 에너지 수출국으로 변모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유 역시 ‘대량살상무기’ 때문이 아닌 석유 때문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중동 석유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에너지 정책의 일환이었고,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지정학적-전략적 가치는 독보적이었다. 오늘날에도 미국은 이스라엘에 한해 30억달러 규모의 무상 지원을 하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군비로 전용된다. 콜린 파월 이메일이 해킹되며 이스라엘에 200기의 핵무기가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미국이 앞으로도 계속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 것은 자명하다. 미국 내 유대 자본 회사는 페이스북, 구글, 제너럴 일렉트릭, 엑손 모빌,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스타벅스 등이다. 이름만 대도 알만한 회사들이다. 여기에 유대계 상원의원은 10명이 넘고 하원의원도 30명이 넘는다. 유대계 인사들은 같은 종교를 기반으로 ‘똘똘 뭉치기’가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끈끈함이 대단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또 미국에 설치된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는 미국 총기협회와 더불어 미국 내 최대의 로비 단체로 매번 미국의 선거 때마다 총 선거자금의 60% 가량을 내놓는 것으로도 알려진다. 유대계 자본에 밉보였다간 대통령이든 상원의원이든 하원의원이든 다음번 선거에서 질 각오를 해야 한다는 얘기도 미국 내에선 공공연하다.
▶네타냐후의 부활= 팔레스타인 사람 200명이 넘게 죽은 이날까지의 분쟁에서 최대 이득을 본 인사는 역시 네타냐후다. 이스라엘 내 네타냐후를 반대하는 정치 세력들 사이 분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반대 세력이었던 이스라엘 야미나당(야당)의 베네트 대표는 ‘반네타냐후 연정’ 대열에서 빠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베네트 대표는 대신 네타냐후가 소속돼 있는 리쿠드당과 정부 구성 협상을 하기로 했다.
베네트 대표가 ‘반네타냐후 연정’에서 빠지기로 한 이유는 연정 대상에 이슬람계 소수 정당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싸우고 있는 과정에서 이슬람과 손을 잡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반네타냐후 연정’에 계속 힘을 싣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적(팔레스타인)의 친구(이슬람계 정당)와는 함께 가기 어렵다는 것이 베네트 대표가 반네타냐후 연정에서 빠진 이유다.
이-팔 분쟁으로 이스라엘 정치권이 오묘하게 돌아가면서 결국 최대의 정치적 수혜는 네타냐후가 가져가게 됐다.
▶고인물 네타냐후... 수억대 뇌물 받아= 네타냐후가 집권한 것은 올해까지 모두 15년째다. 초강경 매파가 아니고선 집권이 쉽지 않은 이스라엘의 지정학적·정치적 특성상 그의 장기 집권은 어찌보면 불가피한 이스라엘 국민들의 선택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 집권은 결국 뇌물 스캔들로 이어졌고, 현재는 네타냐후의 정치 생명을 좌지우지할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네타냐후가 이스라엘 검찰에 의해 기소된 시점은 2019년 11월이다. 네타냐후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아논 밀천 등으로부터 수년간 '돔 페리뇽' 등 고급 샴페인과 '파르타가스' 쿠바산 시가 등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 돈으로 치면 수억원대다. 또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최대판매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발행인과 막후 거래를 통해 우호적인 기사를 대가로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려고 한 혐의도 받는다.
네타냐후는 지난 4월 실시된 총선에서 국회 과반 확보에 실패했는데, 이 때문에 연정을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고스란히 감옥에 갈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감옥에 가더라도 이스라엘 대통령에 의해 사면을 받으면 정치 회생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불투명 한 상황이다. 뻔히 팔레스타인 측이 반발할 것이 분명한 ‘알 아크사 강경진압’을 지시하고, 이후 무력 분쟁으로 팔레스타인과 싸우는 이유는 바로 이런 내우외환을 극복할 절묘한 카드가 바로 분쟁이기 때문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바티칸에 군대 투입한 꼴”=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이번 5월 분쟁의 시작은 이스라엘 경찰들이 ‘알 아크사 사원(가장 먼 사원)’에 투입돼 7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한 사건에서 시작됐다. 알 아크사 사원은 이슬람의 3대 성지다. 이를 가톨릭에 비견하면 바티칸에 군대가 들어가서 예배를 보는 사람들을 곤봉으로 때려 해산 시킨 사건과 비견된다. 한국으로 치면 명동성당에 경찰력이 투입돼 성당으로 숨어든 도망자를 끌어낸 사건이다. 알아크사 사원에 이스라엘 군대가 투입됐던 2000년(아리엘 사론 총리) 사건 때와 유사하다. 게다가 시기가 라마단 시기다. 한해 가장 성스러운 라마단 마지막 금요일에 벌어진 이번 사건은 그래서 의도적이란 해석이 따라 붙는다.
말하자면 이스라엘 내 정치적·사법적으로 위기에 처한 네타냐후가 휘발성이 큰 화약고에 불씨를 지폈고, 이에 하마스가 로켓포 공격으로 이스라엘을 치면서 이번 사건이 발발할 것이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의 이번 분쟁은 촉발 자체가 매우 의도적이었고, 때문에 ‘분쟁 유도설’도 거론된다. 민간인 사망자 수와 양측 사망자 수, 그리고 무너진 건물의 수 등을 비교하더라도 이스라엘 측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상대 종교를 존중해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이 언제쯤 멈출지는 아직 예단키 어렵다. 다만 국제 사회가 양측에 분쟁 종식을 요구하면서 중재에 나서고 있고, 이스라엘 측도 가자지구에 군대를 투입치 않았기에 전면전 가능성은 아직은 낮은 상태다. 문제는 네타냐후의 위기가 아직 해소 된 상태가 아니란 점에서 당분간 현재처럼 하루에 수십명씩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