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콩강의 나라 라오스
바다가 없어 가난한 국가
그놈의 '꽃보다 청춘'...
“한달에 얼마 벌어?”라는 질문은 사실 여행을 다니면서 하면 안되는 질문이다. 내가 다녔던 국가 대부분은 3세계 국가들인데, 때문에 “OO원을 받아요”라고 답
을하면 돈을 좀 줘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북받쳐 오르기 때문이다. 라오스의 한 코끼리 농장에서 만났던 13살짜리 꼬마 남자애 역시 그랬던 사례중 하나다.
그 꼬마 친구는 내가 코끼리 투어를 마칠 때까지 사진을 찍어주고, 짐을 맡아주는 등 이런 저런 심부름을 도맡아 해줬다. 워낙 발이 빨라 내가 짐을 가져다 달라고 했을 때에도 부리나케 뛰어 다녀왔다. “천천히 가져다줘도 된다”는 말을 분명히 했지만 그 꼬마 친구는 기어이 땀을 뻘뻘 흘리며 내 부탁을 들어줬다. 맨발에 슬리퍼, 때가 꼬질꼬질하게 묻은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그는 항상 웃으면서 다녔다. 투어가 끝난 다음 하지 말아야 할 그 질문 “한달에 얼마를 받아?”를 던졌다. 꼬마를 보며 웃고 흐뭇해했던 그 값을 좀 치러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꼬마는 “돈을 안받는다. 사장님이 재워주고 먹여주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왜 돈을 안받냐”고 묻자 “처음부터 그랬었다”고 했다. 그는 봉급을 받아야 하는 것이냐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이런... ‘돈을 좀 줘야 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북받쳤다. 대략 3만원 가량의 돈을 지갑에서 꺼내 그에게 건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선한 마음으로 행한 나의 행동은 곧 후회로 돌아왔다. 그 꼬마는 돈을 받은 즉시 쪼르르 그길로 코끼리 농장 사장에게 달려가 내가 준 그 돈을 건넸다. ‘이런.... 관광객이 건넨 개별 팁마저 사장이 가져가는구나’
▶그놈의 ‘꽃보다 청춘’= 라오스에서 만난 한국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꽃보다 청춘보고 오셨냐’는 질문이었다. 심지어 라오스 사람들마저도 ‘꽃보다 청춘’ 인사 치레를 내게 했다. “요새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그게 ‘꽃보다 청춘’이란 TV프로그램 덕분”이라고 했다. 나도 여행 프로그램을 좋아하긴하나 연예인들이 단체로 나오는 여행 프로그램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그 나라의 문화와 풍습, 사람들 보다 연예인에 카메라가 더 많이 포커싱 되기 때문이다. 사실 페루를 갔을 때에도 느꼈었다. ‘꽃보다 청춘’의 영향력을....
내가 라오스를 여행지로 고른 것은 남들이 많이 가지 않았을 법한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짧은 여름 휴가에 그리 많이 준비하지는 않아도 되면서 편하게 놀다 올 수 있는 혼자만의 여행지를 고르다 라오스를 선택했다. 그런데 그곳이 하필 ‘꽃보다 청춘’ 프로그램 팀이 나보다 먼저 다녀왔다. 비행기에서부터 유달리 많았던 한국인 여행객들의 이유 역시 TV프로그램 덕분이었겠거니 한다.
비엔티안 공항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15인승 승합차를 타고 방비엔으로 갔다. 대략 3시간 가량을 가서 내린 방비엔은 정말 작은 동네였다. ‘물의 도시’라는 별칭이 붙은 그 동네는 그러나 도시라기 보단 농촌 마을 정도로 소규모 였다. 걸어서 시내를 돌면 30분이면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 방비엔이다. 방비엔에선 짚라인 타기, 수중 동굴 탐험, 카약타기, 코끼리 농장 방문 등 여러 액티비티들을 할 수 있는데 혼자가도 충분히 즐길수 있을만큼 재밌었다. 그 중심엔 인도차이나를 가로지르는 메콩강이 있다.
▶농업·어업·교통로까지… 메콩강 수천년= 인도차이나 반도는 세계적으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유명하다. 인도차이나 반도에 소재한 국가들은 미얀마(5600만명), 태국(8000만명), 캄보디아(1700만명), 라오스(700만명), 베트남(9800만명) 등이 있는데 이들 국가를 관통하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강이 바로 메콩강이다. 역사적으로 인도차이나 반도의 인구 수가 많을 수 있었던 이유는 쌀 농사가 잘지어지는 비옥한 땅과 기후 덕분인데, 여기엔 메콩강은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메콩강은 연간 수위 변화가 크지 않은(하상계수) 강으로 이 때문에 물자를 실어나르는 천연 교통로로서도 역할이 크다.
문제는 줄잡아 2억5000만명 가량이나 되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의 상류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는점인데, 중국은 메콩강 상류에 여러개의 댐을 지어 수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지역 패권국으로서의 입지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강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아예 메콩강 협의회(MRC)가 설립돼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베트남이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바다 없는 내륙국= 라오스의 역사는 비교적 짧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라오스에 최초의 독립국가가 생겨난 시점은 14세기 가량인데 이 때 라오족 최초의 국가 란쌍 왕국이 세워졌다. 란쌍왕국은 18세기까지 이어지다 이후 3개의 왕국(루앙프라방·비엔티안·참파삭)으로 나눠진다. 이후 프랑스 식민지와 일본 식민지 등을 겪은 다음 1960년대 독립국가가 됐다. 라오족의 국가 라오스는 그러나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다. 면해있는 주변국들이 워낙 강하기에 경제적으로는 사실상 속국 지위를 벗어나기가 어렵다.
라오스의 동쪽으로는 비엣족의 국가 베트남이, 서쪽으로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맹주 태국이, 남쪽으로는 캄보디아가 버티고 있고, 북쪽으로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중국의 경제력이 강대해지면서 라오스는 중국의 영향권에 보다 많이 포섭되고 있다.
라오스의 미래는 어떨까. 여러모로 보더라도 라오스의 미래가 밝다고 볼만한 근거는 부족하다. 일단 라오스가 가난한 가장 큰 이유는 면해있는 바다가 없다는 점이다. 교통로로서 메콩강이 있지만 메콩강 남쪽에는 캄보디아가 들어서 있기에 해양으로 뻗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라오스는 2015년부터 연평균 7% 안팎의 고속성장을 해왔다. 문제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엔 관광수입이 급격히 줄고 국가 재정상태다 급전직하하면서 세계은행은 코로나 19 상황에서의 불확실성에 따라 2020년 라오스의 경제성장률을 -1.8%~1.0%로 전망하였으며 관광업 침체로 고용시장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 내다봤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들은 대부분 가난하다. 남미의 내륙국인 볼리비아는 남미 전체에서도 가장 가난한 극빈국 형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아프가니스탄은 영국과의 전쟁에서 지게 되면서 내륙국이 된 다음 국력이 급속도로 쇠퇴했다. 국가가 사용할 수 있는 바다가 있느냐 없느냐는 국력을 좌우하는 큰 요인인데, 요르단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영토를 맞바꿔(1965년) 항구(아카바)를 얻어낸 역사가 있다는 점을 보더라도 그렇다.
라오스는 참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 국가다. 내가 다닌 3세계 국가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여행 비용이 저렴하고 만난 사람들은 순박하며 한국에서도 5~6시간만 비행기를 타고 가면 먹고 놀고 즐길 거리가 풍성한 곳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라오스가 그곳에 위치할 수 있었던 것은 지형 덕분이 아닐까 한다. 라오스의 동쪽으로는 베트남과의 천연 국경선인 안남산맥이 높게 솟아있고, 라오스와 태국의 국경에는 역시 천연 국경선인 메콩강이 길게 위치한다. 산맥과 강이란 천연 국경이 라오스를 오늘날 독립국가로 있게 만든 것 아닐까. 라오스의 인구는 700만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