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작가님들은 이미 다들 아시는 이야기.
나는 현재 늦깎이 대학생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오프라인으로 대학을 다니는 건 아니고, 모 사이버대학 웹문예창작학과에 편입을 한 것이다.
웹문예창작학과에 편입을 했던 건 대단하고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이세계 영주가 밥을 잘 먹임>의 연재가 약 200회를 넘었을 무렵, 광고 하나를 봤다.
모 사이버대학에 웹문예창작학과가 있고, 웹소설을 배우고 싶다면 지금 입학신청서를 내라는 이야기.
워낙 일을 벌리는 스타일이기도 하고(수습이 잘 되냐면 그건 따로 이야기 할 문제지만), 인생이 무료할 땐 유료 결제를 하라는 이야기를 철썩같이 믿으며 살아온 사람이기도 하므로 큰 고민없이 무작정 질렀다.
사이버대학이니 강의도 온라인으로, 과제도 온라인으로, 시험도 온라인이라 일을 병행하면서 수업을 듣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았고.
그렇게 2024년, 나는 다시 대학생이 되었다.
사이버대 웹문예창작학과 입학 후 가장 먼저 느낀 건,
'아. 웹문예창작이라는 게 반드시 웹소설은 아닌 거였구나.'라는 것.
나는 현직 웹소설 작가였기 때문에, '웹문예=웹소설'로 생각했는데 함께 입학한 동기(단톡방이 있다.)들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웹소설에 관심이 있는 경우는 사실 많지 않았다.
동화작가를 꿈꾼다거나 시인, 소설가를 꿈꾸는 학우들이 느낌상 80퍼센트 이상은 되는 듯.
실제로 단톡방에서(물론 이건 기수마다 다르긴 할테지만)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대부분 시나 소설에 관심이 있지 웹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개설 과목 역시 마찬가지.
웹소설 창작에 도움을 받고자 입학을 결정한 분들은 조금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웹소설 관련 커리큘럼이 매우 부족하다.
나는 편입을 한 것이라 1~4학년 전공과목을 통틀어 웹소설 관련 과목을 뽑아 듣고 있기 때문에 전공과목 이수 조건을 웹소설로 맞추는 것이 그래도 좀 수월한 편인데, 만약 1학년으로 신입생 입학을 한 경우라면 웹소설 관련 과목으로 전공 학점 이수를 맞춘다?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남성향과 여성향이 뒤섞여 있기도 하고, 판타지, 무협,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로맨스, 로판 등 장르를 구분해서 공부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진학을 추천하지 않느냐?
이건 또 다른 문제다.
여러 작가님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말 중에 '작가는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보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대체로 이 의견에 동의하는데 사실 직접경험은 한계가 있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적은 수업료를 내고 다양한 과목을 접할 수 있는 건 작가로서의 토양을 쌓는데 매우 효과적인 부분이다.
게다가 과제나 시험이 있으니 강제성이 있지 않은가.
나는 내 의지를 절대로 믿지 않기 때문에 강제성이 필요하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에 필요한 배경지식을 쌓기 위해 내가 수강한 과목을 몇 가지 예시로 들자면 <군사심리학>, <문화 예술과 관광>, <재미있는 클래식> 등이 있다.
웹소설 창작에서 도움을 받은 수업은 없는가 하면 그것 역시 아니다.
전공과목 중 현직 웹소설작가(여기서 말하는 현직이라는 건 최근까지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고 계시는)인 교수님의 수업은 확실히 현실에 발 딛고 있는 현직자의 인사이트가 돋보이는 수업이다.
배운 것을 바탕으로 창작 실습을 진행하기도 하기 때문에 웹소설이 무엇인가를 배우는데도 적합하다.
다만 이런 교수님들이 한 두 분 밖에 계시지 않으셔서 개인적으론 좀 안타깝기는 하다.
물론 이건 내가 '웹문예창작'이라는 말을 '웹소설창작'이라고 자가번역하여 오인한 탓이니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시나 소설 등을 배우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