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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꼽슬이 Feb 08. 2024

초등 겨울방학, 아이랑 어떻게 보낼까

초4 겨울방학, 참 길어요..

 요즘 우리 동네 근처 초등학교들은 봄방학이 없다. 그 말은 겨울방학이 무려 두 달이라는 얘기다. 2학년때까지는 그것의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돌봄 교실에 가면 학교에서 점심밥을 줬고, 끝날 시간에 맞춰 태권도 학원에서 픽업해서 수업하고 집으로 데려다주면, 퇴근 전에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1~2시간이니 그 정도는 집에 있는 놀잇감으로 놀며 보내면 금방 지나가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기도에서는) 3학년부터 돌봄 교실을 운영하지 않는다. 방학 중에 어른이 집에 아무도 없으면, 아이가 점심을 혼자 알아서 먹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 참 매일 도시락을 싸 놓고 출근하는 것도 어렵고, 매일 컵라면을 먹으라고 하는 것은 더더욱 엄마로서 할 짓이 못되니 진퇴양난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3학년 겨울방학은 시골살이 2개월을 택했다. 직장 근처에 시골집을 두 달 빌려, 1시간의 점심시간에 아이 밥을 챙겨주고 다시 오후 근무를 하는 것. 나름 시골살이의 낭만이 있었고, 난로가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에서 살아보는 새로운 경험이 좋았지만, 나에게는 두 달이 매우 정신없는 시간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11월 즈음부터 4학년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이 시작되었다. 다시 시골살이를 하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었고, 고민 끝에 근무를 확 줄이기로 했다. 일주일에 이틀, 월요일과 화요일만 종일 근무를 하기로 한 것이다. 함께 일하는 두 분 원장님의 양해로 가능한 결정이었고, 지금까지 한 달 하고도 1주가 지나는 동안 나는 아이를 핑계로 매주 휴가를 보내는 기분이다.


월, 화요일에 다행히 남편이 근무가 없으면 아이 점심은 남편이 알아서 해결해 주고, 그렇지 않은 날은 동네 언니에게 부탁하거나, 컵라면이다. 물론 아이는 컵라면을 허락하는 날을 제일 좋아하긴 했다. 평소에 주중에 한번, 주말에 한 번만 라면류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약속인데 맨날 그 횟수가 너무 적다고 투덜거렸으니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그럭저럭 방학도 절반 이상이 지나가고 있다. 4학년 때 했던 공부를 복습하고, 5학년 학습을 미리 조금 예습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는데 실제로는 거의 놀러 다니고 보러 다닌 게 다인 듯하다. 초등학교 때 아니면 언제 놀겠는가 하는 마음이 크지만, 5학년 때부터는 공부량도 늘고 내용도 어려워진다는데 살짝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놀 계획만 잔뜩 세워놓았으니 이왕 놀 거 마음이라도 편하게 놀까 싶다.


그냥 이렇게 지나고 나면, 나름대로 알차게 보낸 방학이 그냥 쓱 사라질 것 같아서 지난 5주 동안, 그리고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아이와 함께 보낸 수, 목, 금, 토, 일요일에 곳과 일을 지금이라도 여기남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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