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에 느낀 온도들
우리 모두는 각자의 기념일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세상에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생일’은, 본인에게 가장 특별한 날로 취급받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최근 있었던 나의 생일에서 느꼈던 여러 감정과 따뜻함, 그리고 그에 관한 고찰이다.
2024년 11월 20일, 25번째 생일의 아침, 전화 소리에 잠을 깼다.
“야, 생일 축하해~”
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출근길에 나의 생일인 것을 깨닫고 전화를 한 것이다. 그렇게 잠긴 목소리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다시 철푸덕 쓰러졌다.
수요일 오후 수업인 나에게 출근길 아침 8시는 너무나도 이른 시간이었다.
그리고 12시쯤 눈을 떴을 때, 핸드폰에 쌓인 많은 생일 축하 연락들을 보며 기분 좋게 일어났다.
“인국, 생일 축하해~”
“ㅅㅊ.”
“생일인데 학교 째라 그냥.”
“생일추카해요. 진심 100.”
“술 안 마셔? 나랑 술 마시자.”
“갖고 싶은 거 있니.”
“생일 기념 5대5 고?”
등등 많은 지인들이 나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여기에는 언급하지 못한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평소 생일에 대해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았다.
여태까지 생일은 그저 다른 날에 비해 아주 조금 특별한, 1년 치 받을 연락을 다 받는, 1년 동안 사용하는 기프티콘을 받는, 그런 날이었다.
종종 시간이 되는 친구들과 모여서 술을 마시거나 밥을 먹긴 했지만, 굳이 생일 파티를 챙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직전의 생일에는 실험을 비롯한 여러 할 일들을 하다 보니 학교에 밤 10시까지 남아 있게 되었고, 생일을 잘 챙기지 않는 나이지만 ‘생일인데 일만 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예상치 못한 생일 축하를 받고, 늦은 시간인데도 술 한잔 하자는 친구들의 전화를 받고, 늦어서 미안하다며 뒤늦게 생일 축하한다는 연락을 보내는 지인들을 보고 나니 추운 날씨에도 그들의 온도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나는 생일에 의미부여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감정의 떨림을 무시하고 있던 게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여러 사람에게 받은 따뜻함은 체온이 되어 춥고 더운 나날들을 지낼 수 있는 항상성이 되는 것이 아닐까.
매번 나오는 예전에 출간한 책에서 이런 말을 했다.
‘그렇다면 우리를, 더 나아가 이 세상을 따뜻하게 해 주는 것들은 모두 사랑이 아닐까.’
미다스북스, ‘우리가 사랑하는, 어쩌면 우리의 전부들’ 중
나의 생일을 포함해 종종 있는 지인들의 생일을 챙기며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받는 것도 모두 감정의 교류이다.
나에게 그런 온도를 아낌없이 내어 준 주변 사람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꼈다.
이런 생각을 하며 깨달은 점이 있다.
생일의 의미는 단순히 한 사람이 탄생한 날이 아니라, 나와 연결된 사람들과의 관계를 확인하고, 그 속에서 서로의 온도를 나누는 데 있다는 것을.
더 나아가 생일의 존재 이유도 우리의 따뜻함을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살아온 햇수만큼 꽂는 초, 그 촛불만큼의 따뜻함을 얻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래서 다음부터는 내가 받은 온기를 나눠주기로 결심했다. 굳이 생일이 아니더라도,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슬픈 일이 있어도, 심지어 아무 일도 없는 평범한 날이어도 그저 서로를 향한 마음을 아낌없이 전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결국,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건 그런 작은 따뜻함 들일 테니까.
2024.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