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는핑거 Sep 21. 2022

책이 주는 유익과 외로움 사이에 관하여

외로운 시간이 있어야 나를 만날 수 있다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는 요즘, 꾸준히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하자 조금씩 전과 다른 변화가 눈에 띄기 시작하는 요즘이다. 전에는 아무리 좋은 책을 읽어도 책장을 덮고 책꽂이에 넣는 순간 책의 내용들이 영 생각이 나질 않았다. 분명 몇날며칠을  붙들고 읽고 나름 독서를 했다며 뿌듯해했는데 말이다. 그저 겉만 핥다 끝나버리는 습관적인 독서소비를 하고 있었던 것 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책에서  느끼고 공감한 부분을 붙들고 나의 이야기에 살을 덧붙여 글을 함께 쓰다보니 책 읽기가 더 즐거워졌고 몰입력이 더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책에서 저자가 제시한 화두를 가지고 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한 편의 짧은 나만의 글이 완성되기 시작하자 작은 희열과 성취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보물을 찾듯이, 숨은 진주를 찾 듯이 저자와 더 깊이 소통하고 공감하려 노력하게 되었고,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며 책을 읽게 되었다. 그렇게 집중해서 읽다보면 저자가 마치 내 눈 앞에 와 있는 듯 하다. '저자와 대화를 나누며 책을 읽는 다는 것이 이런거구나' 전에 없던 경험을 하며 잠자고 있던 두뇌가 확 깨이는 순간을 맛 보기 시작했다. 책을 통해서 다양한 저자가 들려주는 세상의 이치와 수 많은 지혜와 사상과 가치들을 발견하게 되는 재미를 맛본 나의 삶은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책 읽는 시간을 더욱 더 즐기게 된 것 이다. 아이들을 키우며 주부로서 살림을 감당하며 책과 사랑에 빠져 지내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못 하다. 틈틈히 읽어야 하고 그 틈이 나는 시간이 확보되지 못 하면 나는 뭔가 조급해지기도 하고 불안해지기도 한다. 읽고 싶은 책이 너무나 많고 나는 다른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읽으며 공감되어 밑줄 친 부분을 다시 워드로 작업해서 컴퓨터에 있는 [엄마의 서재] 폴더에 차곡 차곡 집어넣는다. 순간 순간 떠오르는 감정이나 생각들은 간단하게 sns에 기록으로 남긴다. 그리고 오래동안 포기하고 있었던 블로그에 책리뷰까지 마친다. 사실 책리뷰는 하고 나면 너무나 뿌듯하고 보람되지만 생각보다 고되고 힘든 작업이다. 책 한 권을 스캔하듯이 다시 정리해놓아야 하고 사진까지 함께 올려야 하니 시간도 많이 걸린다. 머리쓰기 싫어 죽겠다고 굳어진 내 머리가 성화를 부리자 깔끔하게 포기했던 블로그 책 포스팅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인상깊게 남았던 구절을 내 삶에 접목시켜 브런치에 글을 간간히 남겨본다. 나는 그야말로 읽고 쓰는 삶이 되었다.







부지런히 장을 봐다가 밥냄새 폴폴 풍기며 밥도 뚝딱 지어내고, 집안도 깔끔하게 정리정돈하고 밀리지 않게 빨래를 널고 개고 집어넣고 아이들을 맞이하고 보내고 아이들과 함께 뒹굴거리며 싸우는 아이들을 혼내기도 하고 못 본척 지나치기도 하고, 셋이 깔깔거리며 사이좋게 노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산책을 나가기도 하고 조용히 집에 머물기도 하면서 나는 틈나는 시간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엄마가 되었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살림하며 아이들을 키우며 공허하기도 하고 헛헛했던 마음들이 책 한권을 붙들고 읽고 사유하고 글을 쓰며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모든 찰나가 쌓이기 시작하자 나는 삶을 좀더 능동적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원동력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전에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만 보며 살았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의 비친 내 모습을 신경쓰며 다른 사람의 시선과 생각을 의식하며 그들에게 좋은 이웃, 좋은 엄마로 인식되고 싶어 발버둥을 쳤고, 늘 실수하며 불완전한 내가 그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순간 방심하는 사이 내 본 모습을 들켜버리기라도 하면 모든 것이 무너져내린 듯 너무나 힘들었다. 아이들을 통해서 새롭게 만난 이웃들, 나와 같은 엄마들과의 관계가 너무나 중요했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늘 내 시간을 들여 그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며 돌아서면 헛헛해지는 만남과 모임이 주를 이루었던 그 때, 나는 내가 나 답게 살지 못했다는 사실을, 나는 나를 정말 몰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하자 나는 나를 더 만날 수 밖에 없었고 나를 만나면 만날수록 내가 더 잘 이해가 되었고 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고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하자 다른 사람의 시선과 생각에서 자유할 수 있었고 그제서야 나는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 이다.








독서를 하기 전까지는 나의 눈으로 타인을 먼저 보며 살았다. 타인의 상처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나를 외면하며 살았다. 내 마음이 어떤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성찰하는 시간보다 타인이 바라보는 나는 어떤 사람일지를 고민하며 맞추며 노력하고 살았다. 나의 삶에 가장 중요한 내가 없었다.


독서를 한 뒤에는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으며 타인의 상처를 깊이 응시하는 법도 배워가고 있다. 나를 바라보게 되니 타인의 상처도 기쁨도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의 생각력을 키우는 독서교육




독서를 하기 전 내가 그랬다.

독서를 하고 난 후 내가 그렇게 달라졌다. 나는 더 많이 읽고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틈나는 시간 책을 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전에는 의미없이 지인들과 만나 수다를 떠는 시간으로 아이들이 없는 시간을 채워나갔다. 어쩌다 집에 혼자 여유있게 쉬는 날이면 어쩐지 불안했다. '나만 혼자 집에 있는 건 아닐까..'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그 분위기를 즐기고 좇았다. 그런 시간이 없으면 난 너무나 불안해졌다. 다른 사람들 안에서 나를 감추고 있었던 것 이다.






[곁에 두고 읽는 니체]를 읽으며 인간은 누구나 고독의 두려움을 느끼고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나와 같은 또 다른 작은 인간들이 모인 곳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혼자 떨어져 있게 되면 자칫 낙오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어떻게든 사람들 속에 섞여 있으려는 것 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너무나 그러한 이유로 다른 사람들 속에서 섞여 나를 감추고 드러내기를 겁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음의 근육이 단단한 사람은 작은 인간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혼자 있어도 외로움에 떠밀려 다니지 않는다.


[곁에 두고 읽는 니체]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마음 근육이 단단해졌다. 단단해지는 것을 조금씩 느낀다. 오히려 작은 사람들과 떨어져 오롯이 나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기고 소중히 여길 줄 알게 되었다.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너무나 두려워했던 내가 그것의 가치를 찾게 된 것이다.  하지만 또 '이렇게 혼자 책만 읽는 것이 건강한 것 일까?' 가끔 의문이 들기도 할때, [아이의 생각력을 키우는 독서교육]의 저자의 말이 나를 안심시켜주었다.






독서의 위대한 힘을 느끼고 살기 전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 떨고 술 한잔 하는 것이 소소한 행복이었지만 지금은 책 읽는 시간이 행복하다. 예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로웠지만 지금은 혼자라도 외롭지 않다. 오히려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라 더 좋다.



[아이의 생각력을 키우는 독서교육]





혼자 있어야 책을 읽을 수 있고 책과 함께 있으면 외롭지 않았고, 오히려 그 시간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더 좋다라는 가치를 세우게 되었다.  [엄마의 책 모임]의 저자의 말을 듣고 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책과 외로움 사이는 떨어질 수 없으며 함께 공존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잠시나마 아이가 내 곁에 없는 '자유부인' 이 되면 혼자 있기보다 누군가와 꼭 함께 하려 했다. 혼자만의 대화보다는 누군가와의 대화가 쉬웠다. 그땐 고독이 내게 줄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처럼 끝 없이 할 일을 재촉하는 일상에서 나 혼자 있는 고독의 시간은 일부러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휴대폰과 리모컨을 든 손에 책을 들어보자. 책과 함께하면 고독이라고 느끼지도 못할 만큼 머리속이 시끄러워진다. 수 많은 생각과 질문이 거품처럼 생겨나면 그 때부터 사유가 시작된다.



[엄마의 책모임]




사람들과 어우러져 지내는 시간도 겪어봤기에 지금 혼자 조용히 책을 읽으며 보내는 시간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 각자 다른 매력을 주는 시간을 경험해보았고 더 좋은 것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혼자 조용히 책을 보내며 나를 만나는 시간을 더 많이 갖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과의 만남도 여전히 소중하고 중요하다. 말하고 싶은 건, 내 시간을 휩쓸려다니지 않고 내가 필요한 시간들로, 좋아하는 시간들로 채워나가고 있는 내 안의 변화가 만족스럽다는 사실이다.



독서와 글쓰기의 내공이 전 보다는 조금 커진 지금 나에게 필요한건 독서모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기 시작했다. 혼자 사유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의 또 다른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이제 내가 바라는 모임이 있다면 사사로운 수다를 떠는 모임보다는 책을 다각도로 살펴보며 더 깊이 읽을 수 있는 독서모임이 절실하게 느껴져서 조금 더 관련책을 본 후에 추진해보려는 새로운 계획도 생겨났다.






전에 꾸지 못했던 새로운 꿈과 계획을 책을 통해 배워나가고 확장시킨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필요한 시간과 책 들을 마치 큐레이션 해 주시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아이들이 돌아오기 전,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온전한 시간들이, 그 소중한 나만의 시간이 어찌나 소중한지  1분 1초가 어찌나 소중하고 아깝고 귀하다. 그 시간은 다름 아닌 책 속에서 삶의 지헤와 가치와 보물을 찾아나가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나의 정서가 안정되고 건강해지면, 끊임 없이 노력하며 발전해나가는 삶을 살아내는 부모를 보며  아이들도 건강하게 잘 자라게 될 것 이다.



우리 아이들 정서가 안정된 건 내 성격이 안정적이어서야.
내가 집에 있어서가 아니야.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박혜란 작가



이적 엄마라는 사실보다 세 아들을 서울대에 입학시킨 사실로 더 유명해진 듯한 박혜란 작가가 말했듯이 아이들은 나의 정서대로 크는 것 이다. 나의 정서와 감정을 들여다보고 안정된 사람이 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오늘도 단조로운 내 일상이 지겨워질 때 짐 쌀 수고 없이 책 하나 들고 익숙한 길을 나선다.

이번에는 어느 세상으로 나를 끌고 가 어떤 감각을 깨워 '삶을 풍요롭게 해줄 민감함'을 선사해 줄지 기대하면서 ...



[엄마의 책 모임]


나는 오늘도 그렇게 책 한권을 통해 단조로운 일상에  지치지 않고 설레임을 가지고, 외로울 지도 모르지만 결코 외롭지 않은 그 길을 걷고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긴다.











#독서 #책읽는엄마 #변화 #글쓰기 #책읽기와글쓰기 #주부에세이 #성장 #사고력 #가치 #고독 #외로움 #혼자만의시간



작가의 이전글 사교육보다 더 중요한 아이들교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