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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Oct 17. 2022

몸과 마음을 죽이는 인스턴트라고!?

행복한 밥상의 미학



몇일  막내아이의 생일이였다.

성대한 생일잔치와 비싼 장난감은 없었지만 우리끼리의 소소한 행복이 넘쳤던 생일파티였다. 형들은 몇일 전부터 막내의 생일선물을 미리 골라놓고 준비해놓았다. 모아둔 용돈을 털어 다이소와 근처 문방구에서 막내가 좋아할 만한 장난감 하나 두개를 사두었다.




평소 가지고 싶은 것도 많은 물욕 많은 막내 아이가 뭐가 갖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 생일날 사줄게."  미룰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하지만 정작 생일날마다 엄마가 혼자서 정해놓은  적정금액에   미치는 저렴한 선물만 골라대는 막내아이를 보며 웃음이 난다. 평소에 미뤄둔  있어서 생일날  크게 선물하려고 마음먹고 있는데 아이는 그동안 받고 싶었던 선물은  잊어버린체 엄마의 마지노선에 한참 미치지도 못하는 저렴한 선물을 골라주니 아주 효자가 아닐  없다.





형아들이 준비한 선물 몇 가지와 엄마아빠가 사주는 갖고 싶었던 장난감을 손에 쥐고는 세상 행복해하는 아이의 모습에 행복이 별거인가 싶다. 아이는 아직 질보다는 양을 더 추구하고 있고 자잘한 장난감 여러가지에 행복하고 기뻐할 줄 아는 소박한 감성이 넘치니 아이의 그 만족함과 순수함을  나는더 배우고 싶다.





아이 생일이라고 손수 미역국에 소불고기와 잡채를 준비했다.



 생일날마다, 우리  자매의 생일날마다 엄마는 시장에서 한아름 장을 봐와서는 한솥 가득 미역국과 소불고기와 잡채를 해주었다. 가정적인 엄마가 아니였음에 생일날마다 받는  푸짐한  상이  특별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생일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해주었던 생일상 삼총사인 미역국과 잡채와 소불고기를 나도 엄마가 되어서  아이들에게 해주고 있다. 아이들이 내가 기억하는  따뜻함과 특별함을 느끼고 간직하며 건강한 정서를 지니길 바라며 말이다.







생일이라고 근사한 곳에 가서 맛있는 스테이크와 파스타 따위를 즐기며 분위기를 한껏 내고 싶은 마음도 전에는 있었다. 가끔 그런 분위기로 기분을 내는 것도 좋고 특별한 기념일을 기억하는 것도 좋지만 어느샌가 확고해졌다. 생일날  아이들에게 인스턴트 생일문화가 아닌 엄마의 따뜻하고 정성 가득한 생일밥상을  차려줘야 되겠다는 다짐 말이다.



그것은 집밥이 주는 건강함과 소박한 매력이지만 무엇보다 특별한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실 집밥은 식비절약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고 훈련했다. 근사한 곳에서 맛있게  먹는  끼는 편리하지만 냉장고에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  돈으로 장을 봐서 집밥을 차려내면 냉장고에 든든하게 차서 몇날 몇일을 먹을  있으니 식비절약에도 좋고 건강도 지키  얼마나 좋은 것인가. 엄마의 수고로움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엄마로써 주부로써 이것도 감당하지 못하면 그것 또한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봐야  일이라고 생각한다.





워킹맘들은 어쩔  없이 외식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즐기게 될것이다. 전업주부인 나도 집에서 집밥을 지어낸다고는 하지만 온전히 건강한 식재료만으로 밥상을 채우기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마트에는 편리한 인스턴트 음식들이 넘쳐난다. 바쁘게 살다보 보니 먹는 것도 빨라지게 되고 쉽고 빠르고 편리하게 해결할  있는 인스턴트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주부의 노동력과 재료비를 따져 보면 가끔은  먹는 것이  저렴할 때도 있다. 하지만 먹고 사는 문화 속에도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스토리텔링 인문학] 저자는 말한다.






먹는 것 속에는 자연 본성의 '순환이치' 가 담겨 있다는 것 이다. 자연은 운동하고 변화하며 늘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고 우리는 그런 자연이 생산해 낸 곡식과 채소와 고기와 광물들을 만난다. 그렇게 만나고 만들어진 밥과 반찬은 내 몸에서 다양한 효소와 혼합하여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변화의 과정을 거쳐 배설물과 함께 새로운 에너지를 창조해낸다는 저자의 논리가 일리가 있었다. 이것이 바로 자연순환의 법칙이라는 것이다.







무슨 음식이든지 먹기만 하면 순환은 된다. 집밥을 먹든 인스턴트를 먹든 어떻게든 순환이 되지만 중요한 것은 먹는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먹고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에너지의 질이 결정되기 때문에 어떤 음식을 먹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한다.




자극적인 음식을 만나면 자극적인 에너지가 나오고 인스턴트 음식과 만나면 인스턴트 에너지가 나온다. 정성이 담긴 음식과 만나면 정성스러운 에너지가 나온다는  이다.




  먹는 것은 또한 성품으로도 연결된다고 한다. 요즘 청소년들의 까칠한 성품은 먹는 것과 무관하지 다고 말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인스턴트 식품을 자주 먹다 보니 우리의 몸과 마음이 인스턴트화되어 가고 있고 마음도, 생각도, 몸도 차츰 온기를 잃어가고 있는  같은 느낌이라는 저자의 말에 크게 공감이 되었다.








얼마 , 편의점에 갔다. 평소에 집밥을 열심히  먹고 일주일에 한번, 토요일 점심에 우리는 라면을 먹는다.



아이들과 오전에 도서관을 갔다가 편의점에 들려 먹고 싶은 라면을 사다가 끓여주는 것이 아이들의 기쁨이고 낙인 요즘이다. 라면을 아예  먹이고 싶지만 그래도 초등아이가 두명이나 있는 집에 일주일 한번 라면 먹는 것도 나름 선방하고 있다고 위안을 삼으며 일주일에 한번, 토요일 점심에는 도서관에 갔다가  라면을 먹는 것 이다.




편의점 장바구니에 아이들이 먹고 싶어하는 라면과 삼각김밥 이것저것을 담았다. 그런데 편의점을 서성이는 모든 학생들이 하나같이 저마다 라면과 도시락, 삼각김밥류를 들고 계산대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문득 불편해지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불편해진 것은 나도 같은 부류였기 때문이고 안타까워진 것은 주말에 편의점에서 인스턴트로 허기를 채우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인 것이다.






편의점마다 가볍게  끼를 때우기 좋은 인스턴트와 더불어 곁들여 영양을 보충할  있는 다양한 제품들이 한끼 먹기  좋은 사이즈와 가격으로 잘도 채워져 있다.  번은 늦은 시간에 편의점에 갔는데 초등학교 저학년으로밖에  보이는 어린 아이들 3~4명이 능숙하게 편의점을 뜨거운 물을 받아 라면을 들고 먹고 있는 모습에 나는 살짝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



학원을 마친 학생들이 북적이는 편의점에서 수익을 올리는 물품은 단연코 인스턴트 음식들일 것이다.






노자는 [도덕경 12] 에서 인스턴트 문화는 인간 본성을 해친다고 단언하고 있다.  소리도 맛도 같은 이치이다. 컴퓨터 게임이나 스마트폰 게임은 사람의 마음을 광분시키는 최악의 시나오리라는  이다. 인간의 마음의 본성은 '살리는 방향'으로 에너지가 흐르는데 게임은 '죽이는 방향'으로 자극을 주고 떳떳하지 못한 놀이 문화를 숨어서 몰래 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돌고 도는 문명의 거대한 흐름은 거스르기가 어렵지만 지금의 인스턴트 문명은 자연본성으로부터 너무 멀어지게 하기 때문에 인스턴트 문명을 거부하고 조심해야 한다.  대안은 '자연본성'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오색의 화려한 색깔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오음의 아름다운 소리는 사람의 귀를 먹게 한다.
오미의 좋은 맛은 사람의 입맛을 버리게 한다.
말을 달려 사냥을 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광분하게 만들고
얻기 어려운 재물은 사람의 행실을 그르치게 한다.
그러므로 성인을 배를 채울 뿐 눈요기는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하는 것 이다.


[노자의 도덕경 12장]




자녀들을 사랑한다면 자녀들이 원하는 인스턴트 유혹을 뿌리치고 대화를 통한 진지한 소통이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먹는 것 , 입는 것, 자는 것, 노는 것 모두 인스턴트 일색이고 우리에게 선택의 의지가 없어보이지만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님을 기억하며 온 가족이 오순 도순 밥 한끼 먹는 것에 행복이 있음을 기억하며 나는 오늘도 부지런히 집밥을 지어낼 것 이다.








밥상머리 교육은 훈계하는 곳이 아닙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보듬어주그 서로의 허기진 빈 곳을 살피는 신성한 순간이 바로 함께 밥을 먹는 그 시간입니다.

'행복한 밥상' 에서 '행복한 인물'이 나오는 법입다.


스토리텔링 인문학 ]by 송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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