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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Feb 14. 2024

만족하는 글쓰기에 관하여

글쓰기 창고



완벽하게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과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자연스럽게 우월감과 존경심으로 연결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우월감과 존경심을 담고 있는 그들의 능력은 권위라는 무기로 변환되어 손에 쥐어쥔다. 하지만 그 무기를 잘 들여다보아야 한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모든 것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는 없다. 완벽해보이는 사람도 커다란 개가 지나다닐 수 있는 허점이라는 은밀한 구멍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우리는 빙산의 일각을 바라보듯이 우리 눈에 보여지는 것으로 쉽게 결론짓고 판단하기 마련이다. 완벽한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허점을 인정한다면 한숨 몰아쉬며 여유있는 삶을 좇아도 되련만 어쩐지 우리는 언제나 완벽을 추구하게 된다. 내가 가진 장점과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장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에서 완벽해지고 싶어 나를 모질게 몰아치기 시작한다. 완벽이라는 거울 앞에 서서 만족한 내 모습을 찾을 때까지 노력하는 모든 과정은 아름다우면서도 어쩐지 위태롭기만 하다.








주어진 시간에 동일한 것을 계속 쌓아놓고 축적해놓은 시간의 힘을 믿는다면서도 한 편으로는 여전히 불안하다. 계속 모아놓는다고, 그 시간을 쌓아놓는다고 불완전한 글쓰기가 언젠가는 완전해질 수 있는걸까? 작가의 꿈을 이루려면 나 스스로가 만족하는 글쓰기가 우선 목표가 되어야 하는걸까? 작가로 성공한다면 과연 행복할 것인가? 그때 모든 것에서 만족할 수 있는걸까? 성공의 한 계단을 올라선다해도 막상 계단 앞에 서면 올라서야 할 또 다른 계단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 오른 것에 만족하며 여유롭게 숨을 고르는 순간, 나보다 한 계단 높은 곳에서 우월하게 서 있는 또 다른 누군가가 다시 보일게다. 도대체 삶에서 만족이란 기능이 가능한 것인지 의심되는 순간이다.





일반주부가 작가가 되었다. 작가님은 강연도 꽤 많이 다닌다. 나랑 비슷한 시기에 책을 출간한 작가님은 벌써 네 번째 책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게 많은 강연을 소화하며 책을 쓰는 것 자체에 만족할만도 한데 그 작가님은 또 다른 난제를 앞두고 고민과 후회에 빠진다. 또 다시 열심을 낸다. 진작에 인스타를 시작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 또 다른 만족을 위해 만족할 만한 상황중에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스스로에게 옭아맨 고삐를 팽팽하게, 비장하게 쥐어잡는다. 작가님을 비하하려는 건 절대 아니다. 내가 오르고 싶은 계단에 올라서 있는 작가님이 그저 부러웠을 뿐이다. 그런데 정작 그 작가님은  자신이 정복하지 못한 또 다른 계단을 바라보며 후회하는 모습이  좀 아이러니했을 뿐이다.









한 계단 한 계단 쌓아올린 성공을 차곡차곡 정복해나간다 한들, 오름뒤에 내림이 있다는 진리 앞에서 모든 것이 무색해지는 것은 왜일까? 그렇게 성공에 집착하다보면 즐겁던 일은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즐겁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사는 삶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힘들다는 것이다. 그냥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천천히 나만의 템포로 걸어가자. 잘 해야 한다는 강박 또한 날려버리자. 오늘을 다시 모으고 채워나가는 발걸음에 그저 만족해보자. 그 걸음에 집중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볼때 가장 만족스럽지 않은가. 그 무언가는 언제나 나에게 글쓰기 뿐이다.




오늘 쓴 글은 어제보다 낫고 1년 후의 글은 이전보다 조금 더 단단한 모습으로 빚어지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차곡차곡 채워나가는 것이며 1년 후의 시간을 당당하고 자신있게 맞이할 수 있는 내 모습일 것이다. 그러니까 만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일 부터 집어치워보자. 이제 글 좀 쓰는 것 같은 우월감이 밀려오는 순간도 있겠지만, 나보다 항상 깊이 있는 통찰과 맛깔나는 표현과 풍성한 어휘를 자연스럽고도 맛깔나게 배치하는 어느 작가의 글을 보며 또 다시 기죽을테지. 그러니까 차라리 만족이 없는 글쓰기를 하자.




글쓰기는 관대하다. 글쓰기에는 자격이 없다. 이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은가? 경쟁 없고 의심 없는 쓰기에 온전히 몰입하여 집중할 때 가장 만족스러운 글쓰기가 탄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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