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글쓰기
다른 사람들은 글쓰기를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듯 즐겁게 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고요한 사색의 시간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글쓰기는 조금 다르다. 나는 글을 쓰는 일이, 광부가 땅을 파는 일과 가깝다고 생각한다.
눈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저 깊은 땅 아래 어딘가에 분명히 무언가가 있다. 꼭 보석이 아닐 수도 있다. 오래된 단지일 수도, 기억의 조각일 수도, 혹은 이름조차 모르는 감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뭔가가 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그래서 땅을 파기 시작한다. 내 안의 땅, 마음의 지층을 한 겹씩 벗기듯이.
글을 쓴다는 건 그런 일이다. 손에 곡괭이를 쥐고, 조심스럽게, 때로는 과감하게 파 내려가는 일. 여기인가 싶어 파보기도 하고, 아니다 싶으면 또 다른 자리를 찾아간다. 어쩌다 단단한 돌에 부딪힐 때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깊은 샘을 발견할 때도 있다.
가장 짜릿한 순간은, 오랜 시간 파헤친 끝에 마침내 어떤 ‘정체’를 만났을 때다. 아, 내가 이걸 쓰고 싶었던 거였구나. 내가 이렇게 느끼고 있었던 거구나. 내가 이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었구나. 그렇게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무언가를 마주하는 순간, 나는 광부처럼 조용히 감탄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건 아니다. 파고 또 파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손에 쥔 건 흙먼지뿐이고, 쌓인 건 피로뿐일 때. 그럴 때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괜한 자리를 판 건 아닐까?’ 자책도 들고, 괜히 애쓴 마음이 쓸쓸하게 남는다.
그럼에도 나는 다시 땅을 판다. 실패했던 자리는 언젠가 다른 글에서 단단한 밑바탕이 되어주기도 하고, 아무것도 안 나왔던 곳이 뜻밖에 가장 중요한 통로가 되어주기도 한다.
글쓰기란 그런 것이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견디는 일, 보석이 아니라 흙먼지 속에서도 나를 찾아가는 여정.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곡괭이를 들고 내 마음의 땅을 판다.
누군가는 그것을 ‘글쓰기’라고 부르고, 나는 그것을 ‘살아내는 방식’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