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못한 마음들이 문장들을 만날 때

글쓰기강의실. 뒷이야기(1)

by 쓰는핑거

. 작은 도서관에서 또 다른 성인글쓰기강좌가 시작되었다. 서로 모르는 이들이 모인 강의실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누군가는 볼펜을 만지작거리고, 누군가는 휴대폰만 들여다본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엔 공통된 갈증이 있었다. '나도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갈증." 누구나 글을 쓰고 싶다는 갈증이 있다. 모두에게는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출간하고 싶다는 바램이 있다. 그러나 막막하게만 느껴진다. 그런 갈증을 가지고 나만의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어서 글쓰기강연장을 찾는다.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물었다. 대부분 에세이 형식의 글을 쉽고 재미있게 써보고 싶다고 했다. 내 일상을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담아서 써보고 싶다고 했다. 2004년생 젊은 청년은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검정색 롱 코트를 멋지게 차려입은 그는 마음만 먹으면 소설을 뚝딱 써낼 것 같은 글쟁이의 냄새가 묘하게 느껴졌다. 그가 쓴 글은 굉장히 추상적이면서도 묵직했다. 범상치 않은 매력의 소유자이지만 내 글쓰기강의와 결이 잘 맞을지 걱정스럽다. 다음주에도 이 자리를 지킬까? 혹시 다음주에 얼굴을 못 보게 되더라도 크게 실망하지 말아야지.





한 시간동안 내면치유와 자기강화에 맞춘 글쓰기강연을 준비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기분좋은 변화들이 몇 가지가 있고 글을 쓰는 유익은 무궁무진하지만 첫 강의는 내면치유에 포인트를 맞춰 준비했다. 글쓰기란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만나는 시간이기에. 우리는 그런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즐겨야 한다. 생각보다 나는 나 자신을 잘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부지런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 시간을 통해 작은 상처들이 치유되고 흐릿한 감정들이 선명해지면서 나 답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그게 바로 내적강화. 자기성찰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제 삶엔 특별한 게 없어서요' '저는 정말 글 못 쓰는데." 라며 수줍게 웃던 수강생의 펜 끝이 마침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특별한 삶을 쓰는 게 아니라, 쓰는 행위 자체가 삶을 특별하게 만든다는 것을 우리는 함께 느꼈다. 막힘 없이 술술 쓰던 그들은 서슴없이 발표도 잘 해줬다. 내가 쓴 글을 읽는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데 말이다. 누군가가 조용히 써내려간 글을 나지막이 읽기 시작하자 강의실이 고요해졌다. 남을 위해 살던 시간이 문장이 되어 돌아오자, 비로소 '나'라는 주어를 되찾은 듯 했다. 글쓰기 강좌는 기술을 전수하는 곳이 아니라, 잃어버린 목소리를 함께 찾아가는 여정임을 알려주고 싶다.






혼자 쓰면 일기지만, 함께 쓰면 역사가 된다. 우리는 서로의 독자가 되어준다. 서로의 문장에 고개를 끄덕이고, 타인의 기록에서 나의 조각을 발견하는 순간들. 글쓰기 나눔으로 잡아놓은 1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저마다 다른 불안함을 기술하고 있지만 모든 글에 우리는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글쓰기가 우리 시대에 얼마나 절실한 위로인지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있었을 것이다.

저마다의 불안을 한 보따리씩 안고 강의실로 들어왔다. 누구에게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그 무거운 마음들이 하얀 종이 위에 문장이 되어 내려앉는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내 글 속의 불안은 누군가에게 닿아 '공감'이 되었고, 당신의 글 속 불안은 나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서로의 문장을 보듬으며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불안은 홀로 감내하는 짐이 아니라, 함께 나눌 때 아름다운 글감이 된다는 것을. 그 순간 우리는 모두, 글 안에서 완벽한 하나였다.




글쓰기는 가장 고독한 작업이라 생각했지만, 오늘 우리는 함께 쓰는 힘을 목격했다.


각자의 삶을 갉아먹던 크고 작은 불안감을 용기 있게 꺼내놓았을 때, 강의실은 더 이상 타인들의 공간이 아니었다. 서로의 고백에 고개를 끄덕이고, 타인의 도전에서 나를 다시 일으킬 자극을 얻는 시간. 그 뜨거운 공감 속에서 우리는 '나'에서 '우리'로, 그리고 마침내 글 안에서 '완벽한 하나'가 되었다. 강사로서 마주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우리는 수많은 불안감에 대해 다양하게 나누었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상처를 지루함 없이 공감했다. 때로는 따뜻한 위로로, 때로는 건강한 자극으로 연결된 우리들. 펜을 쥔 손은 달랐지만, 우리의 마음은 글 안에서 완벽한 하나로 수렴되었다. 이토록 아첫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확신했다. 우리에겐 더 많은 '쓰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 따뜻한 소란이 더 많은 곳에서 이어지기를 바란다. 아름다운 연결을 경험한 수강생들은, 이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삶을 써 내려갈 것이라 믿는다.





2026/03/19/13:00-15:00/ 성인글쓰기강좌6-1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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