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강의실 뒷이야기(2)
롱패딩을 벗지 못하던 꽃샘추위가 드디어 지난걸까? 가벼운 자켓 하나 걸치고 지나고, 살랑이는 봄바람을 맞으며 강연장으로 향하는 길, 마음도 함께 가벼워진다.
강의 전의 감정은 늘 비슷하다. 설렘과 두려움이 나란히 서 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두려움보다 설렘을 더 꽉 끌어안고, 한층 가벼운 발걸음으로 강의실 문을 열었다.
아담하고 쾌적한 강의실.
그 공간 안에는 오늘도 새로운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늘 궁금하다. 그리고 기대된다. 오늘은 어떤 삶의 조각들이 펼쳐질까, 나는 또 어떤 배움을 얻게 될까.
2주차 수업의 주제는
‘어린 시절의 보물찾기’였다.
이미 지나온 시간, 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은 기억들.
우리는 그 오래된 장면 하나를 꺼내 글로 다시 살아나게 하는 시간을 가졌다.
#놀이 #친구
단 두 개의 키워드만 건넸다.
그리고 워크지를 펼쳐드렸다. 막막한 백지 대신, 기억을 따라갈 수 있는 작은 길을 만들어드리고 싶었다. 글쓰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시작이 어려울 뿐이다. 그래서 나는 늘,‘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부터 시작한다.
노인복지관 글쓰기 시간은 5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주어진다. 10분의 이야기, 20분의 글쓰기, 그리고 나눔. 빠듯하지만, 이 안에 가장 중요한 것들이 다 담겨 있다.
글을 쓰는 시간이 되자 강의실의 공기가 달라졌다.
고개를 끄덕이며 듣던 어르신들이 이제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이야기에 깊이 들어간다. 망설임 없이 써 내려가는 손들. 그 손끝에서 삶이 다시 살아나는 것만 같다. 부저런히 손을 놀리며 하얀 백지를 채워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자주 울컥한다. 쓰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언제나 아름답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많은 것들 중 가장 아름다운 행위가 아닐까. 서슴없이. 거침없이 쓰는 손이 아름답다.
글쓰기 시간 20분이 지났다. 이제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다. 서로의 독자가 되어주는 시간. 독자가 있는 글쓰기는 즐거울 수 밖에 없다. 신경써서 잘 쓸 수 밖에 없다. 글을 쓰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보여줄 사람이 없거나 읽어줄 사람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어떤 이는 고무줄 놀이를, 어떤 이는 동네 친구들과의 숨바꼭질을, 또 어떤 이는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나는 어린시절의 이야기의 꽃망울을 글쓰기로 자연스럽게 터뜨린다. 그 사람이 쓴 글을 들으며 어느새 긴장감이 줄어들고 친밀해진다. 글 안에서 완벽한 타인이었던 서로가 조금씩 하나가 되는 것 같은 아름다운 순간이다.
이야기는 다르지만 감정은 하나로 흐른다.
그리움,
그리고 따뜻함.
신기하게도 글을 나누는 순간, 금세 가까워진다. 우리는 서로의 독자가 되고,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사람이 된다. ‘아 저렇게 쓸 수 있구나’ 새롭게 배우기도 한다.
마지막에는 조금 특별한 질문을 건넸다.
“그때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한마디를 건넨다면요?”
마무리문장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었다. 자신을 향한 위로였고, 늦지 않았다는 다짐이었으며, 여전히 괜찮다는 고백이었다.잘 살아낸 자신을 스스로 격려해주고 인정해준다. 수업이 끝날 무렵, 강의실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단지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을 꺼냈을 뿐인데, 사람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나는 그 순간을 사랑한다. 글이 사람을 살리는 순간,
기억이 마음을 깨우는 순간. 오늘도 다시 확신한다.
평범한 하루도 글을 만나면 특별해진다는 것을. 그리고 함께 쓰면, 그 힘은 더 커진다는 것을.
오늘도 함께여서 참 좋았습니다.
다음 주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만나게 될까요.
벌써부터,
조금 설렙니다.
#글쓰기 #글쓰기강의 #글쓰기강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