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감옥

by 퍼퓸

제목이 너무 도발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난 감옥에 갇혀 보았다.

누군가는 그것이 감옥이 아니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그때의 그 상황을 감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저께 많은 사람들이 나와 동일한 상황을 겪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기사 내용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은 최근 ‘커뮤니티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 ‘계정 무결성에 관한 커뮤니티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등의 이유로 계정이 차단됐다는 통지를 받았다.

...

한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연합뉴스에 "재고 요청을 눌렀더니 여전히 커뮤니티 규정을 준수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영구 비활성화 조치가 됐다"며 "팔로워 1천 명이 넘던 본 계정이 순식간에 비활성화됐다"라고 전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현상이 지난달 말부터 시작됐으며, 이달 3일부터 4일까지 피해 사례가 대규모로 증가했다는 주장도 올라왔다.

인스타그램과 연동된 페이스북, 스레드 등 계정이 함께 정지되는 사례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져 혼란은 가중되는 양상이다.

혼란이 계속되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피해자 모임이 결성됐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1천 명 넘게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딧 등 해외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이유로 계정이 정지된 이용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2025년 6월 5일 자 연합뉴스 중


다행히 내 계정은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이 상황이 얼마다 당혹스러운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계정이 비활성화가 되면 어떠한 게시물도 게시할 수 없고 다른 계정의 게시물에 댓글도 달 수 없게 된다. 그 계정 안에서는 어떠한 활동도 할 수 없게 되는데, 인스타 측에 문의해도 ‘커뮤니티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 ‘계정 무결성에 관한 커뮤니티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라는 답변 외에는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하게 된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계정이 되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카카오 오픈채팅방에 모인 걸 보니, 이번 상황에서도 계정의 모든 활동이 철저하게 차단이 된 듯하다.

규모가 큰 계정은 인스타 측과 어떻게 소통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작년에 내가 겪은 바에 따르면 영문도 모른 채 모든 활동이 중단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옥에 갇혔다’라고 표현한다.


나는 뉴스기사와 동일한 상황을 작년 7월 경에 경험했었다. 당시 한창 인스타그램에서 좋아하는 책소개 영상을 만들어 게시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때였다.


어느 날 갑자기 내 계정에 경고가 떴다. 규정을 위반했다며 검토 중이라고 했고,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문의하라고 했다. 하지만 바로 문의해도 답신도 없었고, 다른 팔로워에게 댓글로 문의하거나 내 게시물에 내가 댓글을 남기지도 못하게 모두 차단이 되었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음란물을 올린 것도 아니고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지도 않았다.


인스타를 이용한 지 1년을 갓 넘긴 상황이고, 나 혼자 몰입하며 즐기는 상황이어서 많지 않은 팔로우와 활발한 소통도 거의 없었다. 어떠한 정보도 없었기에 상황이 너무 답답했다. 그러다 문득 DM이라는 기능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나마 내 게시물에 처음으로 댓글을 달아주었던 한 계정 주인에게 DM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겨우 물을 수 있었다.


그분의 대답인즉, 아는 지인도 나와 같은 상황에 처했는데, 이리저리 수소문한 결과, 인스타 프로필 링크에 네이버 블로그로 연결되는 링크를 걸어 둔 계정들이 그런 상황에 처한 것 같다고 전해 주었다. 그리고 그분의 말처럼 네이버 블로그 링크를 삭제하고 나니, 바로 제한이 풀려서 계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들리는 소문을 취합해 보니, 인스타와 네이버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싸움이 있었던 거였다. 각각의 플랫폼에서 이용자들을 서로 빼앗기지 않으면서 이용자들이 자신들의 플랫폼에만 집중하게 하기 위한 일종의 배타적 관리였던 것이다.


지금도 네이버와 인스타 간의 배타성은 진행되고 있는데, 요즘 한창 유행하는 숏폼 콘텐츠 편집 프로그램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인스타의 경우 올 3월에 Edits라는 편집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공개했다.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는 숏폼 형식의 콘텐츠를 Edits로 편집하도록 독려하고 있고, 실제로 Edits로 편집해야 알고리즘에서 노출이 잘 되는 것 같다. 인스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동일한 내용의 콘텐츠를 중국에서 만든 '캡컷'으로 편집한 것보다 인스타가 자체 개발한 Edits로 편집했을 경우 더 노출이 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내가 Edits 프로그램 출시 후 개인적인 테스트를 해본 결과이다.


이 상황에서 네이버는 Edits로 편집한 영상은 잘못된 형식의 동영상이라며 게시할 수도 없게 되었고, 네이버 역시 자체 개발은 아니지만 외부 업체와 협력하여 네이버 클립(네이버의 숏폼 콘텐츠의 이름)을 그 프로그램으로 편집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네이버에서 친절하게도 고객들에게 숏폼 편집 강의를 무료로 교육해 준 경우가 있어서 실제 배워본 적이 있었다. 모양새는 네이버 이용자에게 숏폼 영상을 잘 만드는 법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네이버와 협력관계에 있는 영상 편집 프로그램 사용법이었다. 어쨌거나 각 플랫폼에서는 사용자를 뺏기지 않기 위한 경쟁이 점점 더 치밀해지고 있고, 해당 플랫폼에서 잘 살아남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반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당시 약 이틀 동안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계정제한을 당하고 나니 그동안 공들여 만들었던 책소개 릴스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 그래도 당시 700명 이상 모였던 나의 팔로워들이 다 사라지고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허탈감에 빠져 있었다. 게다가 어느 누구도 내가 이러한 상황에 처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점이 답답했다. 인스타 내에서 어느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었기에 그야말로 알지도 못했던 규정 위반으로 온라인 감옥에 갇히고 만 것이다. (계속)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태평양 어딘가에 있는 무인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