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어딘가에 무인도가 하나 있다.
그 무인도에는 내가 운영하는 작은 상점이 하나 있다.
나는 그곳에서 내가 직접 개발하여 만든 제품을 팔고 있다.
어쩌다 나의 개업 소식을 들은 지인이 내가 보낸 배편을 타고 와서 물건을 사갈 때가 있다. 내가 배편을 보내지 않으면 나의 지인들도 결코 나의 상점을 자발적으로 찾아오기가 쉽지 않다. 물론 배를 크고 화려하게 만들어서 누구든지 타고 오면 좋겠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내가 갖고 있는 배는 한 두 사람이 겨우 탈 수 있는 작은 돛단배이다.
누구든지 온라인 마켓에 직접 개발한 물건을 판매하고 있는 나의 상황을 물을 때면, 태평양 어딘가에 있는 무인도를 예를 들어 설명한다.
나의 처지를 태평양 어딘가에 있는 무인도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다. ‘태평양 한가운데’라는 표현도 쓸 수 없는 것이, 그럴 경우 한가운데라고 하는 어느 정도 위치가 잡히기 때문이고, 실제로 한가운데라는 말도 쓸 수 없을 만큼 알 수 없는 곳에 위치했다는 그 적나라한 상황을 위해서는 ‘태평양 어딘가에 있는 무인도’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이제는 온라인 마켓이 대세라고들 한다. 하지만 광고를 하지 않는, 광고를 할 수 없는 온라인 마켓은 태평양 어딘가에 있는 무인도와 같다.
2024년 1월 중견 사업체를 운영하시는 대표님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1년간의 준비 끝에 작년 12월에 제품을 처음으로 생산하게 되었다.
그렇게 첫 생산을 하고 나서 입점한 나의 마켓은 태평양 어딘가 있을 무인도가 되었다. 물론 마케팅에 많은 돈을 지불하면 무인도에도 뱃길이 많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자본금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정부 지원금 하나 믿고 사업을 시작하여, 생산비에 얼마 안되는 자금마저 몰빵하고 나니 마케팅비가 턱없이 부족해서 광고를 할 수가 없다.
마케팅비가 없어서 광고를 못하면 물건이 안 팔리고, 매출이 없으면 마케팅비가 없고, 그러면 물건은 더 안 팔리고... 이렇게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케팅비가 없다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작년과는 다른 분야의 정부지원사업에 지원을 했다. 지원 목적은 당연히 지원금으로 마케팅을 하여 매출을 올리기 위함이다. 그런데, 올 2월부터 지금까지 지원했던 몇몇 지원사업 심사에서 떨어졌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그중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매출이 적다는 이유였다. 심지어 최근 대출을 알아봤지만 같은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물론 모두가 나처럼 무인도에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생산도 하기 전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져 판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나도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냉정했다.
그래서 간간히 게시하던 SNS 광고를 거의 매일 하나씩 만들어 게시하고 있다.
1. 채팅창에 프롬프트를 입력만 하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AI 프로그램 월 약 3만 원
2. 이미지에 내가 원하는 문구를 넣어 광고 장면처럼 만들 수 있도록 편집하는 이미지 편집프로그램 약 1만 8000원
3. 만든 이미지를 음악도 넣어 편집하여 영상을 만드는 영상편집 프로그램 약 1만 원
이 비용만 지불하면 매일 광고 영상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만들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프로그램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힘들었고 시간도 많이 걸렸는데, 조금씩 시간도 줄어들고 있고, 인플루언서 입장에서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구독자수도 조금씩 늘고, 조회수도 늘기 시작했다. 아주 가끔 조회수가 평소보다 많이 나올 때가 있는데, 그때는 누군가가 무인도에 있는 나의 상점을 방문하는 경우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 재미에 매일 광고 영상을 만드는 게 즐거워졌다.
이왕 만드는 거 즐겁게, 어차피 혼자 만들고 눈치 볼 사람 없으니, 내 취향대로 만들어 보자 했다. 그 재미도 없으면 매일매일이 끔찍했을 것이다.
하다 보니 편집기술도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가끔 구독자 반응이 좋을 때에는 물건을 팔기 위해 광고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몰입한다.
온라인 마켓에서 쉽게 자리를 잡는다고 오래 롱런하는 것도 아니고, 어렵게 겨우 자리를 잡았다고 상점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금방 쉽게 풀리기도 하고, 발전이 더뎌서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고 하니, 나로서는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SNS 플랫폼을 이용한 영상 게시물 광고 만들기는 내게 또 다른 몰입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바다는 여전히 망망대해이고, 나는 여전히 혼자지만, 이 작은 무인도에서 만든 광고 영상 하나하나가 조금씩 누군가에게도 즐겁게 닿기를 바란다.
오래전 보았던 외국 영화처럼—병 속에 편지를 넣어 바다에 띄워 보내던 난파자의 마음이 이랬을까라며 상상해 보기도 했다.
지금 나는, 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매일 한 편씩의 메시지를 바다에 띄우고 있다.
P.S. 태평양 어딘가에 있는 작은 섬의 이름은
마에스트롤(MaeStroll)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