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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몰토크 Oct 10. 2024

말벌은 벌이 맞아?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을 시간에 며느리로부터 전화가 온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긴장한 채 받아 든 전화기 너머로 "어머니 저 벌에 쏘였어요. 그것도 말벌에요."

약간 흥분한 목소리다.

"어쩌다가? 밖이니? 사무실에서 모두 나들이라도 나간 거야?

"아니요. 화장실에서요"

"뭐? 화장실? 그 높은 곳에 벌이 있었다고?" 

"그러게 말이에요"

사무실이 20층이 넘는 고층인데 아무리 날개 달린 곤충이라지만 그 높은 곳까지 어떻게 날아 들어갔을까? 

얼마나 많은 날갯짓을 해서 그곳까지 닿을 수 있던 거지?

게다가 내가 아는 벌은 자신의 최후 병기인 침을 쏘고 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전사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찌 두 군데나 물릴 수가 있는 거지? 궁금해진다.



여자들은 어딜 가든 주로 함께 다닌다.

매점엘 가든, 휴게실을 가든... 물론 화장실도 예외는 아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친한 동료와 평소처럼 화장실에 들러 치카치카 거품을 입에 물고 양치를 하고 있었는데 엉덩이가 따끔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가게 된 손이 무언가와 닿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순간 손가락에도 주사를 맞듯 따끔한 통증을 느꼈고 그 때문에 놀라 무의식적으로 휘두른 팔에 땅으로 툭하고 떨어져 날개를 푸드덕거리고 있는 물체를 보니 도대체 저것이 무엇인고? 


분명 벌모양이긴 한데 그 크기에 놀라고, 순식간에 퉁퉁 부어오르는 손의 통증으로 비명을 지르니 같이 간 동료가 화장실에 있다 놀라서 뛰쳐나왔다고 한다.

쏘인 부분들에서 통증과 함께 마비가 오기 시작하면서 며느리는 완전히 패닉에 빠져 버렸고 정신이 없어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아이를 간신히 진정시킨 후 그녀는 침착하게 상황 정리를 시작했다고 한다.

먼저 저 괴상한 곤충의 정체를 확인하고자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검색을 하고 그것이 말벌(Hornet)이라는 것을 알아낸 다음, 무서워 떨고 있는 며늘아이의 남편인 아들에게 전화를 해 이 사건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을 마치고 직접 병원으로 데려가는 수고까지 하면서 끝까지 옆에 있어주었다고 한다.


나이도 어린데 언니처럼 하나하나 챙겨주었다고 하니 내가 다 고맙고, 그런 동료를 곁에 두고 있는 우리 아이는 참으로 행운이고 복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약간의 마비증상과 메스꺼움이 있긴 하지만 박혀있는 침도 없고, 무엇보다도 벌독 알레르기가 없다면 괜찮을 거라는 의사의 말에 별다른 조치 없이 사무실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쁜 우리 며느리를 공격한 범인, 악랄한 벌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갑자기 옛날 생각이 떠오른다.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민속촌에 갔다가 꿀벌에 쏘인 적이 있다.

사람들 틈을 뚫고 걸어 다니고 있는데 난데없이 왼쪽 손바닥에서 찌르는 통증이 느껴짐과 동시에 악!~ 소리를 질러 버렸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모두 쳐다보고, 깜짝 놀란 남편이 내 손바닥을 보고는, 뭘 알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침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면서 후벼 파듯 눌러댄다.

벌에 쏘이자마자 벌겋게 부어오른 손바닥보다 치료를 사칭한 그 과정이 어쩌면 더 아픈 듯했다. 


현란하게 펼친 독침 제거술(?)이 끝나자 그는 기다리라는 말만 남기고 쏜살같이 식당 쪽으로 달려간다.

잠시 후에 손에 무언가를 들고 나타난 그는 쏘인 부분에 연고를 떼서 바르듯이 살살 문지른 후 간단한 응급 처치(?)를 끝낸다.

남편이 가져온 묘약은 된장이었다.

처음 있는 일이라 당황한 나는 욱신 욱신 쑤셔오는 통증과 스멀스멀 올라오는 꼬릿 한 냄새를 고스란히 맡으며 그저 그가 해주는 대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의술이 뛰어난(?) 민간요법 명의의 빠른 대처 덕분인지 그날 나는 별일 없이 지나간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며느리는 꿀벌이 아닌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다는 말벌에 쏘였으니... 사무실에 된장이 있을 리도 만무하고...

더군다나 독침을 한 번이 아닌 여러 번 사용해도 끄덕 없다는 아이한테 두방이나 연속으로 때려 맞았으니 얼마나 아플까?

많이 놀랐을 텐데도 캐나다에 와서 별 경험을 다 해본다고 장난하듯 말하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은 것 같아 그래도 다행이다 싶다.

그러게... 한국에서는 본 적도 없었을 말벌을... 캐나다에서... 그것도 상상도 할 수 없는 고층 건물 화장실에서... 

에휴!~ 얼마나 무서웠을꼬?

쇼크가 있던 건 아니라니까 괜찮겠지 하면서도 괜히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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