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 제3화

동화

by 인산

“삼촌... 우리 개 키우자.”

“이거 무슨 개야?”


지게를 내려놓는 삼촌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냥 이리로 왔어.”

“어머니, 이거 뉘 집 개요?”

“모르겠는데? 첨 본다.”


할머니가 관심 없다는 듯이 대답한다.


“개장수한테서 도망쳤나?”

“삼촌, 우리가 키우자.”

“너무 말랐다.”


이리저리 살피던 삼촌이 말한다.


“이걸로 밥그릇 해라.”


할머니가 부엌에서 나오면서 찌그러진 양푼을 건넨다. 아이는 양푼에 밥을 가득 담고 된장국을 말아 개 앞에 놓는다. 개는 처음에는 양푼 주위를 돌면서 눈치를 보더니 허겁지겁 먹기 시작한다. 아이는 쪼그리고 앉아 개가 먹는 모습을 바라본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나더니 양푼은 눈 깜빡할 사이 깨끗이 비워진다. 아이는 빈 양푼을 들고 부엌으로 가서 다시 밥을 가득 채운다. 이번에는 다 먹지 못하고 반절이나 남는다.


“더 먹어.”


아이가 자꾸 권하지만 배가 뿔룩해진 개는 입맛만 다신다.


아이는 잠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혹시라도 개가 도망치면 어쩌나 하는 생각뿐이다.


“걱정 마라. 먹이 주면 안 도망간다.”


할머니가 말한다.


“도망가도 별수 없지. 어디서 온 지도 모르는 개잖아.”


삼촌이 거든다.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아이가 마당으로 나오자 누워있던 개가 벌떡 일어난다. 아이는 새끼줄로 개의 목을 감는다. 개는 아이가 하는 짓을 가만히 보고 있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아이는 다시 새끼줄을 푼다.


“안 도망갈 거지? 여기서 나랑 살 거지?”


아이가 머리를 쓰다듬자 개는 눈을 껌뻑거리며 아이를 멀거니 쳐다본다. 헛간에서 가마니를 꺼내어 땅바닥에 깐다. 개 옆에 쪼그려 눕는다. 뭉게구름이 놀던 하늘에는 별들로 가득하다. 아이는 반짝이는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쉰다. 개는 앞발에 턱을 괴고 아이를 바라본다.


“너 무슨 생각해”


아이가 개를 쓰다듬는다. 모기들이 왱왱거리고 벌레 소리가 요란하건만 아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야 개새끼, 웬 똥을 이렇게 많이 싸냐?”


새벽에 삼촌이 똥을 치우며 툴툴댄다.


“야 너도 일어나. 개 옆에서 자니까 좋으냐?”


아이가 눈을 뜨려 하지만 떠지지 않는다.


“어제 밥을 몇 번이나 준 거야? 너무 많이 준 거 아냐? 아직도 남았네?”

“두 번밖에 안 줬는데.”


아이가 눈을 비비며 말한다.


“다음부턴 네가 똥 치워. 짜식 엄청 싸네. 그러다 똥이 될라.”


삼촌이 손을 털면서 돌아본다.


“똥이? 그래 똥이라고 불러라. 어때?”

“똥이, 똥이 좋아. 똥이... 이제부터 넌 똥이야.”


아이는 아직도 어수룩한 하늘이 떠나갈 듯 똥이를 크게 부른다. 똥이는 알아들은 것처럼 꼬리를 흔들어 댄다.

오늘은 아이도 식구들과 함께 새벽밥을 먹는다. 숟가락이 밥그릇에 부딪히는 소리만 들릴 뿐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식구들은 숟가락을 놓고 물 한 그릇 마시고 딸그락거리며 연장을 챙겨 어스름한 새벽을 향해 밖으로 나간다. 모두 꿀 먹은 벙어리다. 식구들이 사라지기가 무섭게 아이는 잠자리채를 손에 든다.


“우리 갈 데가 있어.”


아이와 똥이는 동터오는 붉은 하늘을 바라보며 밭을 지나 산으로 올라간다. 아이의 발걸음이 왠지 조급하다. 조금이라도 빨리 바위 밑에 있는 동굴을 보여주고 싶다. 언덕배기를 지나 산길을 걷다가 개울 쪽으로 살짝 내려가자 여러 개의 바위들이 서로 부둥켜 있다. 바위 모습이 화난 사람들 같다. 바위 사이에 보일락 말락 틈이 있다. 얼마 전에 메뚜기를 쫓다가 우연히 틈을 비집고 들어가자 공간이 제법 널따랗다. 마른 솔잎을 한 움큼 깔자 시원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포근한 느낌이 좋아 실컷 잠을 자다가 밥때를 놓친 적도 있다.


“여기가 우리 비밀 장소야. 누가 잡으러 오면 여기에 숨어, 알았지?”


비밀 장소가 있어 아이는 마음이 든든하다. 아이는 벌렁 눕는다. 똥이의 부드러운 털이 얼굴을 간질인다. 갑자기 둘만의 집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잠깐 사이에 땀이 식어버리고 냉기가 올라온다. 아이는 동굴에서 나와 꼭대기로 향한다. 파란 하늘과 푸른 산 아래로 마을이 한눈에 보인다. 저 멀리 제법 널따란 저수지가 오붓하게 앉아 있다. 산과 산 사이에 꼬불꼬불 길이 나 있고 집들도 듬성듬성 자리를 잡았다. 산에는 꽃과 열매와 벌레들이 웅성거린다. 잠자리 한 마리가 아이 옆을 지나 저만치에 앉는다.


“쉿! 가만히 있어.”


아이는 똥이를 향해 검지를 세우고는 허리를 숙여 한발 한발 다가간다. 잠자리가 낌새를 챘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잽싸게 날아간다.


“에이, 들켰다.”


섭섭한 마음도 잠시 잠자리가 근처에 다시 앉는다. 아이는 잠자리채를 단단히 붙들고 숨을 죽인 채 살금살금 앞으로 나아간다.


“얍!”


잠자리채를 휘두르자 망 안에 갇힌 잠자리가 팔딱거린다.


“잡았다.”


아이는 망에서 잠자리를 꺼낸다. 잠자리가 입을 오물거리며 이빨을 드러낸다. 손가락을 잠자리 입에 갖다 대자 콱 깨물지만 아프지 않다.


“이히히 간지러워.”


아이는 잠자리를 똥이 코에 갖다 댄다. 잠자리 다리가 코에 닿자 똥이가 놀라며 재빨리 도망간다.


“히히히 겁쟁이.”


처음 잡아보는 잠자리가 신기하긴 한데 조금 놀다 보니 싱거워진다.


“너 먹을래?”


잠자리를 똥이한테 내밀자 똥이는 뒷걸음질 친다. 아이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잠자리 꼬리를 반쯤 잘라내고 풀을 꽂는다.


“자 날아 봐. 장가가는 거야.”


잠자리를 하늘에 던지자 비틀거리며 힘없이 날아가다 바닥에 떨어진다. 아이는 큰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친다.


“빨리 날란 말야.”


아이는 비행기를 날리듯 잠자리를 힘껏 던진다. 잘린 꼬리에서 풀이 떨어지자 잠자리가 비틀거리며 풀 속 어디론가 사라진다.


“뭐야?”


아이가 눈을 번득이는 사이 이번엔 좀 더 큰 잠자리가 아이의 곁을 빠르게 스쳐간다. 아이의 눈이 반짝 빛난다. 잠자리를 뒤따르다 펄쩍 뛰며 잠자리채로 원을 그리자 잠자리가 망 안에 들어온다. 날개가 구겨진 잠자리는 꼼짝도 못 한 채 겨우 머리만 휘젓고 있다. 손가락으로 날개를 붙잡고 아이는 잠자리를 유심히 살펴본다. 머리며 날개며 몸통이 무섭게 생겼다. 머리며 몸통이며 꼬리를 잡아당기기도 하고 눌러도 본다. 처음에는 거세게 몸을 떨던 잠자리는 점점 움직임이 둔해진다.


“그냥 놔 줄까?”


날개를 뗄까 하다가 아이는 잠자리를 하늘로 던진다. 잠자리는 날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진다. 갑자기 안쓰러운 마음이 살짝 밀려온다. 잠자리를 솔잎 위에 올려놓는다. 잠자리는 겨우겨우 지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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