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 제2화

동화

by 인산

“삼촌, 잠자리 두 마리가 붙어서 날아다니는 거 봤다.”


삼촌이 들어오자마자 아이는 잠자리 이야기를 한다. 할머니처럼 무뚝뚝한 삼촌은 아이가 말을 걸기 전에는 좀처럼 말을 하지 않는다.


“교미하는 거다.”

“어? 뭐?”

“장가가는 거라고.”

“잠자리도 장가 가?”


아이는 어둑어둑한 하늘을 바라보며 멀뚱히 생각에 잠긴다.


아이는 잠결에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식구들이 나갈 채비를 한다. 언제나 똑같은 소리를 들으며 잠시 잠에서 깨어나던 아이는 또다시 깊은 잠에 빠져든다. 아침 햇살이 방안 깊숙이 들어올 때야 겨우 눈을 뜬다.


“어... 이거... 뭐지?”


머리맡에 무엇인가 놓여있다. 아이는 덜 깬 눈으로도 잠자리채를 알아본다. 아이의 눈에서 후다닥 잠이 달아난다. 어른 키보다 큰 대나무 끝에 둥근 철사가 달렸고 철사에는 모기장을 뜯어 만든 망이 흔들거린다.


“와! 잠자리채다. 야 신난다.”


방안을 마구 뛰어다니던 아이는 갑자기 다급해진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잠자리채를 들고 집을 나선다. 해는 솟았지만 여전히 이슬에 젖은 풀이 무릎까지 올라온다. 잠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언덕을 넘어 고구마밭과 깨밭과 도라지밭을 지나 산을 향해 구불구불 걸어간다.


“이것들이 다 어디로 갔지?”


대낮에 쉼 없이 날아다니던 잠자리지만 막상 잠자리채를 손에 들고 보니 그림자도 안 보인다. 나뭇가지 틈새로 거미줄이 이슬을 머금고 호박꽃처럼 피어 있다. 거미줄 한가운데 손톱만 한 노란 거미가 거만하게 매달려있다. 자세히 보니 몸을 뒤덮은 털이 무섭게 생겼다. 풀을 뜯어 거미줄에 던지자 거미는 그네를 타듯 앞뒤로 흔들어댄다. 재미가 붙은 아이는 풀로 거미를 툭 하고 건드려 본다. 거미가 놀랬는지 더욱 세차게 흔들어댄다. 흥분한 아이는 “와” 소리를 지르고는 잠자리채 손잡이로 거미줄을 훑어버린다. 순식간에 거미줄이 뜯어지자 맹렬하게 움직이던 거미가 깜짝 놀라 빠른 속도로 나뭇잎 뒤로 숨는다.


“숨으면 모를 줄 알고?”


잠자리채로 나뭇잎을 마구 내리치자 거미가 땅바닥에 떨어진다. 거미는 사력을 다해 풀 속으로 숨으려 한다. 아이는 씩 웃으며 발로 거미를 밟아 버린다. 하얀 액체만을 남긴 개미의 형체는 온데간데없다. 아이는 고무신을 풀에 비벼대고는 잠자리채를 어깨에 멘 채 길을 재촉한다. 잠자리를 찾아 사방을 두리번거리는데 무슨 소리가 들린다.


“서걱서걱... 서걱서걱...”


걸음을 멈추고 귀를 쫑긋 세우지만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얼른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별일이 아니라는 듯 잠자리채를 곧게 세우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막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또 소리가 난다.


“서걱서걱... 서걱서걱”


이번에는 또렷하다. 갑자기 몸이 시원해지며 팔에 소름이 쏙 돋는다. 차마 고개를 돌리지 못한 채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긴다.


“서걱서걱”


걸음을 옮기면 소리가 나고 멈추면 소리도 멈춘다. 아이는 결심한 듯 몸을 흔들더니 고개를 홱 돌린다. 저만치 잡초 사이로 비루먹은 개 한 마리가 서 있다. 지저분하고 못생겼다.


“개? 저리 가. 훠이!”


살짝 무서운 마음이 들어 잠자리채를 흔들어 댄다. 개가 주저앉을 듯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선다. 개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이는 다시 걷기 시작한다. 머뭇거리던 개가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뒤따라온다.


“저리 가. 따라오지 마.”


아이가 소리치면 개는 멈추었다가 다시 따라오곤 한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아이는 갑자기 개를 향해 뛰어간다. 깜짝 놀란 개가 몸을 돌려 달아난다.


“도망가지 마. 이리 와”


마음이 급해진 아이는 개를 향해 더 빨리 뛰어간다. 개도 힘껏 달아난다.


“왜 그래?”


달음질치던 아이가 걸음을 멈춘다. 개도 걸음을 멈추고 아이를 쳐다본다. 한참을 바라보던 아이는 집 쪽으로 걷기 시작한다. 그러자 개도 어슬렁거리며 따라온다.


“배고프지? 이리 와, 먹을 거 줄게.”


아이는 부엌에 들어가 감자 한 개를 들고 나와 개를 향해 던진다. 무척이나 배가 고팠나 보다. 개는 힐긋힐긋 아이의 눈치를 보더니 감자를 덥석 문다. 감자를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며 아이는 다시 부엌에 들어간다. 이번에는 바구니를 통째로 들고 나온다.


“이거 다 먹어.”


아이는 감자를 다 쏟아 버린다. 개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입맛을 다시며 다가온다. 큰 입을 벌려 마구마구 감자를 먹기 시작한다. 아이가 머리를 쓰다듬는다. 냄새가 나쁘지 않다.


“너 어디서 왔어?”


감자 묻은 혀로 개가 아이의 얼굴을 핥는다.


“어이쿠 흐흐흐 간지러워.”


아이가 개를 밀어낸다. 하지만 개는 다시 아이에게 달려든다.


“그러지 말래도. 간지럽단 말야.”


너무 심하게 밀었는지 깨갱 소리를 내며 저만치 나가떨어진다.


“야, 우리 잠자리 잡으러 가자.”


아이는 잠자리채를 들고 파란 들판을 향해 달음질친다. 개도 컹컹거리며 뛰어온다. 언덕을 힘껏 뛰어오르던 아이는 그만 깨밭에 꼬꾸라지고 만다. 가만히 엎드려 있으니 달곰쌉쌀한 깻잎 냄새가 보슬보슬 풍긴다. 개가 달려와 엎어져 있는 아이의 주위를 돌며 짓는다.


“컹컹 컹컹”

“놀랐지?”


아이는 개 목덜미를 움켜쥐고 데굴데굴 구른다. 깨밭에 길이 생긴다.

이전 01화똥이 제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