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며칠 후 저녁밥을 먹고 있는데 흰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집 안으로 쑥 들어온다. 마른 얼굴에 카다란 흉터가 선명하다. 낯선 사람을 보기가 뜸해서인지 똥이가 귀를 세우고 신나게 짖어댄다.
“그만 짖어. 이 놈의 개. 저리 가지 못해.”
할머니가 크게 소리치며 팔을 내 젓는다. 웬만하면 소리치지 않는 할머니라 아이는 할머니를 멀뚱히 쳐다본다. 할머니는 젊은 여자를 붙잡고 운다. 젊은 여자도 운다. 으르렁거리는 똥이를 쓰다듬으며 아이는 무슨 일인지 궁금해한다.
“네 엄마다.”
울음을 그친 할머니가 말한다. 아이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한다.
“네 엄마래도. 이리 와. 네 엄마야.”
그러나 아이는 뒷걸음질 친다. 똥이도 뒷걸음질 친다.
“네 엄마야. 이리 오라니까.”
할머니 음성이 더욱 커진다. 갑자기 아이는 무서운 생각이 든다. 몸을 돌려 문밖으로 힘껏 뛰어간다. 똥이도 덩달아 마구 뛴다. 귓전에 할머니 음성이 메아리친다.
“야 이놈아. 네 엄마라니까... 어딜 도망가.”
아이는 밭을 가로질러 단숨에 언덕배기로 올라간다. 산길로 접어들어 개울을 건너 커다란 바위틈 공간으로 재빠르게 들어간다. 아이가 헉헉거리며 대자로 눕자 똥이도 배를 깔고 눕는다.
“그게 엄마래. 난 누군지 몰라. 울 엄마 아닌 거 같아. 처음 보거든.”
듣는 둥 마는 둥 똥이는 혀를 길게 내놓고 헐떡거린다.
며칠 후 엄마가 다시 왔다. 얼굴이 팅팅 부어서인지 다른 사람 같다.
“몸보신해야겠다. 똥이 잡자.”
삼촌이 말한다. 아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똥이 잡자. 낼모레가 초복인데 겸사겸사 잘 됐다.”
“안 돼. 안 돼... 똥이 안 돼.”
“거참 자식 똥이가 네 동생이냐?”
“절대 안 돼.”
아이가 완강하게 거부의 몸짓을 한다.
“주인도 없고. 그냥 돌아다니는 들개라고 생각하면 돼.”
“안 돼. 똥이가 죽으면 나도 죽어버릴 거야.”
“그럴 때가 있지.”
아이의 말을 들은 삼촌은 피식 웃는다.
“오늘은 할머니랑 엄마랑 같이 자자. 똥이 집에서 자지 말고.”
“싫어 똥이랑 잘 거야.”
아이는 절대로 엄마랑 자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다. 한집에 사는 똥이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아이는 똥이가 죽으면 정말로 자기도 죽어버리겠다고 생각한다. 똥이 곁에 누워 귓가에 속삭인다.
“삼촌한테 잡히면 절대 안 돼. 잡히면 죽어. 삼촌이 잡으려고 하면 무조건 도망쳐. 우리 아지트 있지? 그리로 도망쳐.”
똥이 곁에서 잠이 들었는데 언 듯 잠결에 할머니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고... 지지리 복도 없지.”
할머니의 푸념하는 소리가 들리고 그 사이 엄마의 울음소리가 섞여 나온다. 아이는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새근새근 잠자는 똥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상한 소리에 아이는 잠을 깬다. 낑낑대는 똥이 소리다. 삼촌이 똥이를 밖으로 끌어내어 새끼줄로 묶으려 하고 있다.
“삼촌 왜 그래? 왜 똥이를 못살게 구는 거야?”
“상관 마라. 된장 좀 바르련다.”
“아, 안 돼.”
아이는 힘껏 삼촌을 밀치고 얼른 새끼줄을 빼앗는다. 삼촌은 예상외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아이의 힘을 어쩌지 못하고 뒤로 물러선다.
“똥이야, 얼른 가. 도망가.”
아이가 똥이를 멀찌감치 쫓아 버린다.
“거 참. 이 자식은 지 에미보다 개새끼가 좋은가 봐.”
삼촌은 쩝쩝거리며 저만치 서 있는 똥이를 바라본다.
하루를 더 머문 뒤 엄마는 다시 떠난다. 식구들은 또 새벽처럼 집을 나서고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온다. 그렇게 한 달이 후다닥 지나간다. 똥이는 처음 집에 왔을 때보다 몰라보게 건강해졌다. 몸집도 커지고 살도 쪘다. 아이 곁에는 똥이가 있고 똥이 곁에는 아이가 있다. 삼촌은 똥이를 노려보며 노골적으로 입맛을 다신다. 그런 삼촌을 보면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든다.
얼마 후 엄마가 다시 왔다. 엄마를 보자 아이는 덜컥 겁이 나서 할머니 뒤로 숨는다.
“야는 참... 지 엄마가 왔는데 반갑지도 않은 갑다.”
“낳기만 했지 키우지도 않았는데 뭐가 반갑겠어.”
창백한 엄마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감돈다.
“똥아 조심해. 삼촌이 또 널 잡으려 할지 몰라. 삼촌이 다가오면 도망쳐야 해.”
아이는 똥이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신신당부한다.
“널 잡아먹으려고 할 거야.”
똥이는 눈을 뻐끔거리며 꼬리를 흔들어 댄다.
“이젠 엄마랑 같이 살아야지.”
“싫어.”
“뭐 싫어? 엄마가 너 데려가려고 온 거야.”
“절대 안 가.”
“저 개새끼 때문에 그런 거지?”
“아냐. 똥이하고는 아무 상관없어. 엄마하고 안 살 거야.”
엄마는 저쪽에 앉아 할머니와 아이의 말다툼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다.
“이놈아. 네 엄마가 얼마나 불쌍한 줄 알기나 해. 그까짓 개새끼 때문에 안 간다고?”
“싫어, 싫어. 안 간다고.”
아이가 크게 고함을 지르며 밖으로 나오자 똥이도 따라 나온다. 기분이 우울하다. 엄마의 슬픈 얼굴이 자꾸자꾸 떠오른다.
“에이... 우리 산에 가자.”
아이는 똥이를 데리고 온 힘을 다해 산으로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