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다음 날 늦은 오후, 잠깐 사이에 똥이가 보이지 않는다.
“똥이 어디 갔지? 똥아. 똥아.”
“저놈은 맨 날 개새끼만 찾네.”
할머니가 혀를 차며 쳐다본다.
“할머니 똥이 어디 갔어?”
“몰라.”
아이는 할머니 눈치가 이상한 것을 알아차린다.
“똥아, 똥아...”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진 아이는 잠자리채를 들고 개울 쪽으로 뛰어간다. 어른들이 개울가에서 개잡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순간적으로 똥이도 그리로 끌려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울에 다다르자 저쪽에서 깨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똥아, 똥아, 똥아.”
아이 눈에서 불꽃이 튄다. 아이는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돌이나 집어 든다. 세 명의 어른이 개울가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둘러싸고 있다. 한 사람이 똥이 목에 줄을 묶고 나뭇가지에 기대어 힘껏 잡아당기고 있다. 똥이는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아이는 어른들을 향해 힘껏 돌을 던진다.
“아니 저 놈이.”
몽둥이를 든 삼촌이 뒤를 돌아보며 말한다. 아이는 다가가면서 커다란 돌을 집어던진다. 돌이 무거워서 어른들이 있는 곳에 이르지 못하고 물에 풍덩 빠지고 만다. 물이 튀자 어른들이 살짝 몸을 숙인다. 아이의 소리를 들었는지 나무에 매달린 똥이가 발버둥 친다. 삼촌 손에는 몽둥이가 들려있고 낑낑거리는 똥이 입에서는 피가 흐른다. 아이는 돌을 집어 마구 던지며 똥이에게 다가간다. 어른들이 욕하면서 옆으로 몇 발짝 물러난다. 그 바람에 똥이 묶은 줄을 놓치고 만다. 낑낑... 땅바닥에 떨어진 똥이는 얼른 일어서지만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
“야 이놈아! 뭐 하는 짓이냐?”
삼촌이 크게 화를 내며 다가온다.
“똥이를 왜 죽여?”
아이가 몸을 떨며 돌을 집어 들자 아무도 다가오지 못한다.
“이놈아 네 엄마 불쌍하지도 않냐?. 넌 엄마보다 개새끼가 좋으냐?”
“똥이가 제일 좋아. 누구든지 똥이 건들면 돌 던질 거야.”
조그만 꼬마지만 돌을 든 채 거품을 물고 노려보는 아이를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어른들이 눈치를 보는 사이 아이는 똥이 목에 달린 끈을 잡고 순식간에 개울을 건너 달린다.
“가자”
“어이쿠. 야, 거기 안 서. 얼른 잡아!”
어른들이 달려들자 아이가 몸을 돌려 돌을 던진다. 돌이 삼촌 무릎에 정통으로 맞자 삼촌이 꼬꾸라진다. 때를 놓치지 않고 아이는 죽을 힘을 다해 달린다. 똥이도 죽으라고 달린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더는 어른들이 따라오지 않는다. 아이는 재빠르게 옥수수밭으로 들어간다. 어른 키만 한 옥수수를 헤치며 걷자니 숨이 차고 가슴이 콩당거린다. 옥수수밭 한가운데 이르자 아이는 걸음을 멈춘다. 아이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똥이 목을 어루만진다. 사방이 조용하다. 할딱거리는 똥이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고 입에서는 피가 흐른다. 아이는 러닝을 벗어 똥이 입을 닦아 준다.
“집에 가지 말자. 어른들은 믿을 수가 없어.”
아이가 말하자 똥이는 신음소리를 낸다. 몽둥이로 맞았으니 많이 아플 것이다. 긴장이 풀리는지 졸립다. 똥이를 두 손으로 꼭 껴안은 채 깊은 잠 속에 빠져든다. 아이는 똥이 등에 올라탄다. 신이 난 똥이는 푸른 초원을 힘껏 달린다. 무엇인가에 걸렸는지 똥이가 갑자기 넘어진다. 내동댕이쳐진 아이가 놀라 똥이한테 달려간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똥이가 아니라 몸집이 공룡처럼 커다랗고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는 괴물이다. 괴물이 엄청나게 커다란 입을 벌리며 침을 흘리고 있다. 아이는 있는 힘을 다해 고함을 지르다 눈을 번쩍 뜬다. 옥수수밭은 사방이 어둑어둑하다. 똥이도 아이의 고함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난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다. 서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옥수수밭에서 나온다. 저 멀리 동네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배고프다. 그치?”
옥수수밭을 나서자 고구마밭이 보인다.
“우리 고구마 캐 먹자.”
고구마밭으로 막 뛰어가는데 발바닥에 뭉클한 것이 밟히더니 발목이 따끔하다. 온몸에 서늘한 기운이 밀려온다.
“아얏! 이게 뭐야?”
발을 쳐드는데 무엇인가 반짝이며 풀 속으로 스르르 사라진다.
“이놈의 뱀이?”
아이는 잠자리채로 뱀을 내리치지만 뱀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컹 컹 컹”
똥이가 짖어대며 뱀이 사라진 쪽으로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다.
“그냥 놔둬. 어... 물린 데가 부어오르네.”
뱀한테 물린 자리가 붉은 선홍색이 되어 부어오른다. 아이는 여드름을 짜듯 두 손가락으로 피를 짜낸다.
“이거 봐. 이렇게 됐어.”
똥이한테 보이자 똥이가 발목을 핥는다. 하지만 아이는 몇 발짝 나가지 못한다.
“이상하네. 몸이 이상해.”
몸이 공중에 뜨는 느낌이 드는가 싶더니 아이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똥이의 짓는 소리가 어두운 밤하늘에 커다랗게 메아리친다.
컹 컹... 컹 컹... 컹 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