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집에 도착한 아이는 꼬박 이틀 동안 잠만 잔다. 산속에서 있었던 일들이 꿈만 같다. 꿈을 꾼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는 하염없이 구르고 범을 만나 도망치고 나비를 쫓는다. 똥이와 푸른 초원을 신나게 달린다. 목이 말라 계곡에서 몸을 숙이는데 어마어마한 잉어가 아이의 머리를 덥석 문다. 갑자기 어둠 속으로 빨려간 아이는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다. 심하게 목이 마르다. 해가 쨍쨍 내리쬐는 밝은 대낮이다.
“똥아... ”
똥이가 보이지 않는다.
“어딜 갔지? 똥아 똥아 똥아.”
어디에 있는지 나타나지 않는다.
“어디 있겠지...”
아이는 실컷 물을 마시고 다시 드러눕는다. 얼마를 잤을까, 배가 고파 잠에서 깨어난다. 식구들은 일하러 나갔는지 아무도 없다. 방구석에 차려진 상을 잡아당겨 허겁지겁 밥을 먹는다. 똥이를 부르지만 보이지 않는다.
“똥아 어딨어?”
상을 밀어놓고 마당으로 나간다. 똥이 집은 텅 비어 있다. 어디에도 똥이의 흔적이 없다.
“똥아, 똥아, 똥아!”
아이는 더욱 크게 똥이를 부른다. 집 주위를 둘러보고, 밭으로 언덕으로 야산으로 똥이를 찾아보지만 그림자도 없다. 지칠 대로 지친 아이는 바위틈 동굴에 누워 똥이를 기다린다.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동굴에서 나와 다시 똥이를 찾아 헤맨다. 아이는 어둑어둑해진 밤이 되어서야 갈증과 허기진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할머니가 아이를 기다린다.
“똥이 없어졌어.”
“제 맘대로 아무 데나 돌아다니는 개인가 보다.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개.”
할머니가 퉁명스럽게 말한다.
“아니야. 똥이는 안 가.”
상심한 아이는 밥맛이 없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벌렁 누워버린다.
“똥이는 올 거야. 꼭 올 거야.”
조그만 소리에도 똥인가 싶어 아이는 황급히 밖을 내다본다.
“밥은 먹어야지.”
할머니가 밥상을 살피며 말한다. 하지만 배가 고프지 않다. 식구들이 나가자 아이는 엉금엉금 똥이 집으로 기어들어간다. 똥이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똥아! 도대체 어디 있어. 똥아! 똥아!”
아이는 조그맣게 똥이를 불러본다.
삼 일째 되던 날 기적처럼 똥이가 돌아왔다. 식구들이 돌아오기 직전 어스름한 석양이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린 시간, 불쑥 똥이가 나타났다. 똥이를 바라보는 아이는 꿈을 꾸는 것만 같다. 마루에 앉아 가만히 손을 흔든다.
“어디 갔었어?”
피곤한 듯 퀭한 눈으로 똥이는 아이를 바라본다. 아이도 퀭한 눈으로 똥이를 바라본다. 똥이 눈가에 눈물이 묻어있다. 털은 지저분하고 냄새가 심하다. 아이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똥이를 안는다. 똥이도 아이의 얼굴을 핥는다. 아이가 똥이의 얼굴과 몸을 자세히 살핀다. 목과 다리에 핏자국이 선명하다. 똥이는 그냥 먼 산을 바라볼 뿐이다.
“정 주지 마라.”
돌아온 똥이를 보며 할머니가 말한다. 아이는 똥이를 쓰다듬고 바라보고 얼굴을 문지른다. 만지고 만져도 또 만지고 싶다. 이제야 입맛이 돌아온 아이는 배가 터지도록 밥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