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어스름한 무렵 집에 들어오니 까까머리 엄마가 마루에 앉아 있다.
“똥이 안 잡아먹는다더라.”
갑자기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 아이는 문득 똥이를 쓰다듬으며 붉은색이 감도는 하늘을 쳐다본다.
“엄마가 많이 찾더라.”
“똥이를 잡아먹으려고 해서.”
아이는 여전히 똥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걱정 많이 하던데.”
“싫어요. 똥이 잡아먹을 거예요.”
완강하게 말하는 아이를 보며 까까머리 엄마는 잠자코 있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까까머리 엄마는 흰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이상한 물건으로 가득 찬 방 안은 아이들 차지가 된다. 방문을 열자 크고 작은 나방들이 삽시간에 전등 주위에 날아든다. 아이는 잠시 커다란 나방을 바라본다. 두 아이는 마루에 물건을 몽땅 꺼내놓고 놀이를 한다. 아이는 거울을 집어 든다. 마루에 턱을 기댄 채 아이들을 바라보는 똥이에게 거울을 비춘다. 거울을 바라보는 똥이는 킁킁거리며 이상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전등 빛을 반사시키자 똥이 얼굴에 커다란 나비가 펄럭인다. 똥이가 눈을 껌뻑거린다.
“이게 너야. 똥이. 이게 너야.”
똥이에게 다시 거울을 들이대자 똥이가 뒷걸음질 치더니 도망친다.
“이게 무서워? 네가 무서워? 바보!”
아이는 자신의 모습을 비춰본다. 까까머리도 비춰본다. 까까머리가 울긋불긋한 옷을 입고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쓴다. 옷이 커서 까까머리 모습이 허수아비처럼 우스꽝스럽다. 벽에 비친 그림자가 도깨비 같다. 아이가 킥킥대지만 까까머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조용히 거울을 쳐다보더니 팔을 들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뭐 해?”
“춤추는 거야.”
“춤?”
“응, 엄마가 알면 기절할걸. 춤추면 죽어.”
“그럼, 왜 춰?”
“기분이 좋아.”
까까머리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펄쩍펄쩍 뛰기 시작한다. 아이는 가만히 앉아서 까까머리를 바라본다. 한참을 뛰던 까까머리는 제풀에 지켰는지 털썩 주저앉는다.
“아이고, 덥고 힘들다.”
“그런데도 재밌어?”
“속이 후련해. 엄마 없을 때 가끔 해.”
아이는 번쩍거리는 긴 칼을 들고 늠름한 자세를 취한다.
“난 장군이다. 너 왕 해. 내가 지켜줄게.”
“싫어. 왕 안 해.”
까까머리가 머리를 흔들며 말한다.
“왜?”
“왕비 할래.”
“어? 왕비라고?”
아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잠시 생각한다.
“일곱 살 까지는 머리를 기르면 안 된댔어. 엄마처럼 된다고.”
까까머리도 머리를 만지며 조그맣게 말한다. 아이는 멍하니 까까머리를 쳐다보다가 키득거리기 시작한다.
“와하하하하”
한번 시작된 웃음은 그칠 줄 모른다. 마룻바닥에 드러누워 발을 동동거리며 웃어대니 눈에서 눈물이 난다. 멀뚱히 쳐다보던 까까머리도 아이를 따라 웃는다.
“아이고 배야. 너무 웃었더니 눈물이 나네.”
가까스로 웃음을 그친 아이는 마룻바닥에 드러누운 채 별들이 초롱거리는 하늘을 바라본다. 까까머리도 나란히 눕는다.
“결국은 엄마랑 살아야 해.”
까까머리가 말한다.
“넌 처음부터 엄마랑 살았어?”
“재밌었는데.”
“똥이를 잡아먹지 않을까?”
“너네 엄마도 똥이를 좋아하면 잡아먹지 않을걸.”
“똥이를 데려갈 수 있다면...”
“좋은 수가 있다.”
까까머리가 벌떡 일어난다.
“뭔데?”
아이도 일어난다.
“똥이를 데려가지 않는다고 하면 우리 집에 놔. 그리고 종종 놀러 오면 되지? 똥이도 볼 겸.”
두 아이는 마루에 걸터앉아 별들이 쏟아지는 하늘을 바라본다. 똥이는 꼬리를 흔들며 두 아이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본다.
다음 날 아침 엄마가 아이를 찾아온다.
“똥이도 같이 가자.”
엄마는 아이에게 조용히 말한다.
“똥이 안 잡아먹을 테니까. 걱정 말고.”
“약속할... 수... 있어요?...”
아이가 더듬더듬 말한다.
“그래 약속할게. 절대 안 잡아먹을 게.”
아이는 까까머리를 쳐다본다. 까까머리는 땅바닥에 뭔가를 끼적이고 있다. 미적거리던 아이가 엄마를 따라나선다. 똥이도 아이 뒤를 따라간다.
“이거 가져가야지!”
밭고랑 사이를 걸어가는데 뒤따라온 까까머리가 헐떡이며 잠자리채를 내민다.
“필요 없어. 너 가져... 아니다. 없애버려.”
“잠자리 안 잡을 거야?”
“응. 이젠 아무 것도 안 잡아.”
아이가 화가 난 듯 크게 말하자 똥이가 길게 내민 혀를 쑥 집어넣는다. 엄마와 아이와 똥이는 마을로 향하는 대신 읍내로 가는 큰길 쪽으로 간다. 아이는 돌멩이를 차지도 않고 풀도 뜯지 않는다. 행여 땅이 꺼질 새라 고개를 숙인 채 조용조용 걷는다.
까까머리는 잠자리채를 들고 목을 길게 늘인 채 오랫동안 그들이 사라진 곳을 바라본다. 바람이 일자 잠자리채 끝에 달린 망이 살짝 일어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