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 제11화

동화

by 인산

두 아이와 똥이는 대문 밖으로 나온다. 녹슨 대문 옆 대나무에 높이 걸려있는 붉은 깃발이 바람에 펄럭인다. 조그만 집 뒤로 산이 우뚝 서 있다. 붉은 잠자리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닌다. 아이는 문득 잠자리채를 가져올까 생각하다가 무심결에 말한다.


“잠자리 잡으면 안 돼.”

“잠자리? 안 잡아. 난 아무것도 안 잡아. 우리 버섯 따러 가자.”


까까머리가 말하고 “좋아”하고 아이가 대답한다. 두 아이와 똥이는 재미있는 일이 있는 것처럼 산을 향해 뛰어간다. 산에는 버섯 천지다. 모양도 가지가지 색깔도 가지가지다.


“이건 못 먹는 버섯이야.”


붉은 점이 있는 예쁜 버섯을 보며 까까머리가 말한다.


“그래? 그럼 밟아서 없애야지... 이얍!”


아이는 예쁜 버섯을 발로 짓이긴다. 버섯이 힘없이 뭉개진다.


“밟지 마...”


까까머리가 말리지만 이미 늦었다.


“맞다. 밟으면 안 돼.”


아이는 금방 후회하는 몸짓을 하며, 이젠 밟지 않아야지 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떻게 알아? 먹는 버섯, 못 먹는 버섯.”

“엄마가 알려줬어. 독버섯 먹으면 바로 죽어.”

“독버섯? 버섯에 독이 있구나. 이얍! 독버섯아 죽어라. 아니다 밟으면 안 되지.”


아이는 겸연쩍게 발을 쳐들고 서 있다. 아이의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까까머리가 말한다.


“근데 넌 독버섯 때문에 살았어.”

“뭐?”

“넌 독뱀에 물렸거든. 엄마가 상처에 독버섯 가루를 발랐어. 엄마가 그랬어. 독으로 독을 물리치는 거라고.”


아이가 우뚝 멈추어 선다.


“독버섯 때문에 살았다고?”

“응, 엄마 말이 뭐든 다 쓸모가 있대.”


아이들은 생선을 엮은 것처럼 긴 풀에 버섯을 주렁주렁 매달고 집으로 뛰어온다.


“이야기 하나 해 줄게.”


신이 난 아이는 까까머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떤 사람이 혼자 살았어. 하루는 산만 쳐다보다가 산을 오르기 시작했어. 그리고 내려오지 않았대. 사라져 버렸대.”

“그래서?”

“그게 끝이야... 크 크 크.”

“재미없어. 나도 이야기해 줄게.”


까까머리가 말한다.


“어떤 여자가 있었는데 배가 불렀어. 엄청나게 불렀는데 너무 불러서 사람들이 뾰족한 거 근처에는 못 가게 했어.”

“왜?”

“찔리면 터지니까. 와하하하하하하. 근데 뾰족한 거가 뭐야?”


아이는 질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나도 이야기할 거 있어. 소를 잡아먹으면 소가 된다. 돼지를 먹으면 돼지가 되고.”

“정말? 나 돼지고기 먹었는데. 그럼 돼지 되겠네.”

“그렇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고.”

“그럼 언제?”

“죽을 때.”

“근데 닭고기도 먹고 오리고기도 먹었는데.”

“그럼 머리는 돼지 몸통은 닭, 다리는 오리.”


와하하하하하... 깔깔깔... 두 아이는 배꼽을 쥐며 웃어댄다.


“우리 꿀 따러 가자.”

“꿀?”

“산속에 있어. 엄청 나.”

“꿀벌 말고?”

“응. 산속에 있어.”

“안 무서워?”

“안 무서워.”


두 아이는 똥이를 데리고 다시 산을 오른다. 고불고불 산을 오른 뒤 야트막한 모퉁이를 돌자 울창한 잡목 한가운데 커다란 나무가 우뚝 서 있다.


“여긴 첨 본다.”

“사람들이 잘 몰라.”

“왜?”

“나도 몰라. 우리 집 뒷산엔 사람이 별로 없어.


커다란 나무는 나이를 많이 먹은 탓인지 줄기가 굽었고 나뭇잎이 듬성듬성하다, 나무 주위로 벌들이 날아다닌다.


“저기 나무에 구멍 보이지? 거기가 벌집이야.”

“무섭지 않아?”


벌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보자 아이는 오금이 저려온다.


“여기 가만히 있어. 갔다 올게.”

“벌 죽이지 마.”

“난 아무것도 안 죽여.”


아이는 똥이와 함께 널따란 바위 뒤에서 멀어져 가는 까까머리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조그만 체구가 커다랗게 느껴진다. 까까머리가 천천히 오래된 나무 곁으로 다가가자 벌들이 까까머리 주위에 모여든다. 까까머리는 발끝을 세워 구멍 속을 오랫동안 바라본다. 점점 벌들이 많아진다. 까까머리가 구멍 속에 팔을 쑥 집어넣는다. 구멍 속에서 윙윙 소리를 내며 엄청난 벌 떼가 쏟아져 나온다. 윙윙거리는 소리가 산을 가득 채운다. 벌 떼는 까까머리 주위를 돌더니 머리와 얼굴과 팔에 달라붙는다. 벌 떼를 뒤집어쓴 까까머리는 나무가 된 것 같다. 까까머리가 팔을 꺼내자 손끝에 꿀 덩이가 들려있다. 까까머리는 결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움직인다. 벌 소리가 더욱 요란하다. 까까머리 손끝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 까까머리가 움직이면 벌들도 따라 움직인다. 까까머리가 멈추면 벌들도 멈춘다. 한발 한발 걷는 모습이 춤추는 것 같다. 까까머리가 움직일 때마다 몸에 붙어있던 벌들이 조금씩 떨어져 나간다. 아이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침을 삼키며 까까머리를 바라본다. 아이 곁에 다가온 까까머리는 꿀 덩이를 건넨다. 저만치 윙윙거리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아득하다.


“먹어 봐.”


까까머리가 옷을 툭툭 턴다. 꿈을 꾸고 있는 듯 아이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꿀 덩이에서 한 조각을 떼어내어 입속에 넣는다.


“맛있다. 정말 맛있다. 꿀맛이다.”


아이는 똥이에게도 한 조각을 떼어 준다.


“무섭지 않아?”


아이는 아직도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조금 나눠 먹는 거야.”


아이는 까까머리를 다시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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