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가 좋은 영어 강사

by 하랑

학원의 시간은 두 가지 흐름으로 나뉜다. 성수기와 비수기. 성수기에는 교실이 활기로 가득 찬다. 방학 특강이 시작되면 학원은 하루 종일 북적이고,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학생들은 문제 하나라도 더 풀기 위해 교실에 남는다. 나도 덩달아 바빠진다. 자료를 만들고, 보강 수업을 하고, 학생들의 질문을 받아주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다. 수업이 끝난 후에도 개별 질문을 받거나 추가 상담을 하다 보면 밤늦게야 집에 도착하곤 한다. 피곤하면서도 뿌듯한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들이다.


반면, 비수기의 학원은 한결 조용하다. 시험이 끝난 직후에는 학원을 옮기는 학생들이 많고, 방학 전에는 잠시 쉬어가는 아이들이 많아진다. 까르르하던 몇몇 아이들이 떠난 자리를 바라볼 때면, 마음 한구석이 헛헛해진다.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을 응원하면서도, ‘더 노력할걸, 더 잘해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비수기의 한가함은 나에게도 새로운 시간이다. 강의 준비를 더 깊이 있게 하거나, 새로운 교수법을 고민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가끔은 한숨 돌리며 지난 학기를 돌아보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다음에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를 고민하며 내 강의의 방향을 다듬어 간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들의 빈자리가 주는 적막함에는 익숙해지기 어렵다. 언젠가 나도 떠나는 학생들을 담담하게 배웅할 수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을 후회 없이 전해주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그들이 다시 돌아와 "선생님 덕분에 여기까지 왔어요"라고 말하는 순간이 오기를 조용히 바라본다.


그래서 난 아무리 바쁘고 지치고 힘들어도 성수기의 분주함이 좋다. 비록 숨 가쁘지만, 아이들과 으쌰으쌰 하는 그 분위기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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