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모른 채로 계속하는 시간들

그 사이

by 찌니

기회는 언제 오는지 미리 알 수 있었던 적이 거의 없다. 준비가 다 끝났을 때 정확하게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마음이 가장 단단해졌을 때만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기회는 어딘가 부족한 상태에서, 아직 덜 준비된 순간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우리는 늘 비슷한 고민을 반복하게 된다. 지금이 맞는지, 조금 더 기다리는 게 나은 건지, 아니면 그냥 흘려보내는 게 맞는 건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방향을 정해야 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스스로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날은 계속 시도하면서도 마음 한쪽에서는 끊임없이 묻게 된다. 이게 정말 맞는 걸까,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틀린 건 아닐까.

이상하게도 노력은 언제나 결과와 같은 속도로 따라오지 않는다. 분명히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눈에 보이는 변화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시간은 지나가고,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때면 기회라는 것이 정말 존재하기는 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워진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기회는 늘 거창한 모습으로만 오지는 않았다. 아주 작은 형태로, 별것 아닌 선택처럼, 혹은 사소한 순간처럼 조용히 스쳐 지나간 적이 더 많았다. 그때는 그것이 기회인지 몰라서 붙잡지 못했고, 지나고 나서야 그 의미를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망설이게 된다. 이번에도 놓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무언가를 하게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확신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멈추는 것이 더 불안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시간보다, 방향이 맞는지 확신하지 못한 채로라도 계속 움직이고 있는 시간이 그나마 덜 흔들린다. 그래서 우리는 답을 모른 채로도 계속 시도하고, 결과를 알 수 없는 선택을 반복한다. 그 선택이 어디로 이어질지 알지 못한 채로.

어쩌면 기회라는 것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준비되지 않았더라도 계속 움직이고 있는 사람 곁에 조금 더 오래 머무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는 동안 지나가는 것보다, 어설픈 상태로라도 마주한 사람이 그 순간을 붙잡게 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기회를 확신으로 판단하려고 하지 않기로 했다. 이게 맞는 선택인지 끝까지 알 수 없더라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보는 쪽을 선택하기로 했다. 결과가 어떻든 그 시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나를 조금 더 앞으로 밀어주는 방향으로 쌓일 것이라고 믿기로 했다.

기회는 여전히 언제 올지 알 수 없고, 지금 이 순간이 그 기회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계속하고 있는 시간들 역시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의미는 대부분 지나온 뒤에야 비로소 알아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오늘도 나는 여전히 답을 모른 채로, 해야 할 것들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그것이 기회를 향해 가고 있는 길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향은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