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아이

첫 시련

by 세모

부산 북구.
뒤로는 금정산이, 옆으로는 대천천이 흐르는,
평화로운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나의 첫 번째 초등학교는
어딘가 모르게 시골 느낌이 나는 곳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나름 괜찮은 무리에 속해 있었다.


학교 친구들은 나와 친해지고 싶다며 쪽지를 건넸다.

도로 옆 중학교에 다니는 양언니와 양오빠도 있었고,

생일 땐 슈퍼마켓에서 주워온 라면 박스에

과자를 한가득 채워 서로에게 선물하는 게 유행이었다.


체육시간 피구를 할 때면,

친구들은 우리 무리를 괜히 맞추지 않으려

슬쩍 공을 빗겨 던지기도 했다.


6학년 새 학기,

그날도 난 평소처럼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가방을 정리하고,

친구들이 모여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지만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친구들은 나의 인사에 대답은커녕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뭐지?'


나는 당황스러운 마음을 뒤로한 채,

혹여나 다른 친구들이 이 상황을 눈치챌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숨기며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쉬는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나는 하루아침에 투명인간이 되어 있었다.


1교시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화장실 칸으로 숨어들었다.

도저히 친구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무시당하는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없었다.


어제까지 둘도 없던 나의 '단짝친구'들은

화장실까지 날 기어코 쫓아와

일부러 나한테도 다 들리게 욕을 했다.


"쟤 왜 저렇게 나대냐. 재수 없어. “


난 한없이 작아졌다.

괴로웠다.


결국, 나는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차로 10분 거리인 옆 동네 학교로 전학을 택했다.


‘괜찮아. 친구는 다시 만들면 되지.’


열세 살, 나는 너무 어렸다.


처음 맞닥뜨린 배신과 무시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그저 도망치는 길밖에 떠올리지 못했다.


그렇게 회피는 내 삶의 습관이 되었고,

잘못 꿰어진 단추 하나가

그 뒤의 수많은 선택들을 조금씩 어긋나게 만들었다.


외면한 문제는

언젠가 다른 모습으로 되돌아온다는 걸 알기엔

나는 아직 너무 어렸던 것이다.


그렇게 난,

아주 오랜 시간

이 선택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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