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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신/ 내림 마장조

by 김성신 시인

내림 마장조


김성신


막연하게 무엇이든

나로부터 멀어져야 할 것들을 찾았어요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구름을 언어로 분리한 채


하이든 트럼펫협주곡 3악장

웃지 않고 서있는 미루나무

얼음, 발자국, 목구멍이 사라진 목소리

더는 할 말이 없을 때까지 손을 휘젓다 빠져나가는 것들


장문의 편지를 입에 물고

밤을 넘어

울한 날들을 기도의 지층으로 걷는다


서로 본 적 없었다는 혼잣말에 놀라

착하지 않는 그녀를 돌아 걷는데

계단을 생략한 ‘오늘’의 포석

붉게 잇몸 부어오르는 기분을 가지런히 교열할 수 있을까


곤줄박이 바짝 매달려 나무 모서리를 통과하고

멀어지는 너를 잡기 위해

청음은 다시 분주해지고

눈 쌓여 드러난 발자국이 얼마나 다행스런 진술인지 들여다본다


최선이 불결해지는 곳에 몰입되지 않으려고

가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양손을 쥐었다 폈다

두렁에 몰딩을 씌워가는 그림자는 왜 울고 있는지

기억이 골똘해진 생각을 따라간다


이 음악의 여행은 빠르고 다소 익숙해

호흡기를 떼어낸 채 흐느적거린 어깨를 붙잡고

바람을 태중으로 키우는

아직, 겨울인 봄


ㅡ2024년, 생명과 문학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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