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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신/ 마블링

by 김성신 시인

마블링


김성신


중심에서 맴돌며


물컹하거나 흰, 풀을 뜯다가 노래하는 습관



초원의 한때로 우레를 치거나


타닥타닥 소낙비로 타들어 가지



쿡쿡 손가락 찔러


네 거죽의 이름을 확인한 사람들


몇 개의 암울한 소식도 함께 전하지


목은 예의 없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



갈고리에 걸린 살덩이를 보고


화들짝 놀라 다시 피어나는 꽃봉오리들


혀마다 빨갛게 물결치는 군침



하늘, 나무, 풀, 구름


되새김하는,


입속에 피 고여야


날것은 고소하다



포정(包丁)의 칼날


살치 속에 숨겨져 켜켜이 고여 있는 혓바닥


웅크린 누이가 겁먹은 눈으로 박힌


내 몸의 흰 마블링,


한 점씩 오린다


근육은 쪼그라든다



뭉툭한 꼬리뼈는 아침이면


자라고


또 자라


ㅡ웹진 『시인광장』 (2021,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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