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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신/ 드론

by 김성신 시인

드론

김성신


어떤 날은 동그랗게 날아야

나를 빠져나갈 수 있다


비자나무 숲 새들도 내 그림자를 돌아가느라

울음이 한 박자 늦다

볕 좋은 곳으로 산양들이 떼로 몰려왔을 때

가는 눈 뜨고 주린 배 움켜쥐면

날아간다, 날기 위해 날아갈 뿐


나는 것들은 꿈이 가볍다

앉고 걷고 품어내는 것의 바람은

이마를 간질이기도 할 텐데,


어제가 닳은 무릎을 편다

흘러간 노래를 흥얼거린다

거짓은 비로소 활짝 날개를 편다


내 머리 위로 겹치는 상상

세로줄 무늬

바퀴만 있어

구름이 정좌로 돌려세운 기차는 직선으로 굽이친다


어떤 날은 슬픔을 주렁주렁 매달아놓고는

끌어안는 자세로 잠을 잔다

지상으로 툭, 떨어지는 한 마리의 공벌레


아무렇지도 않게 내일은

순한 표정으로 오늘의 해를 띄운다


나는 것들의 소원은 오직 잠든 나와 맞닿는 것

먼저 뒤꿈치를 든다


바람이 뒤돌아나가고 있다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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