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김성신
지평선을 맨땅에 묻었다
발자국을 무늬로 만들며 지축을 흔들던 바람은 여전히 구르고 있을까
제대로 다리 뻗지 못한 날씨
아득해진 예감이 돌 틈에 머리를 찧는다
다짐들이 힐끔거리고
날씨에 민감한 흙냄새가 구역을 나누는 지하
그림자를 발치에 붙이고 자주 구르고 닫아도 되는 것일까
달걀과 단무지로 만 당신의 김밥은
심장에 콕콕 박히는 기억이었지
어떤 날은 풍우 속에서
어떤 날은 폭설 속에서
손톱 속 흰 뿌리처럼 쉽게 사라지질 않아
커졌다가 작아지는 인상을 따라
흔들려야 견디는 굽은 등
그림자를 지운 노을에서 사라진 목소리를 찾는다
당신이 친 벽을 이해하기 위해
혀끝에서 지워진 선을 잇대면
넝쿨 칭칭 감은 다래잎은 새가 된다
감은 눈 좀 다시 떠봐
자꾸 열렸다 닫힌 생각들이 무성할 때
그늘은 창문을 닫는다
아직, 태어나질 않은 방추형의 내가 5월을 횡단한다
원이 얼마나 커져야 꿈속 같을까
빛은 가장 오래된 원
-2025년 시와 경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