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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종달이 Nov 11. 2022

중학교 2학년, 거식증이 찾아오다.

'아들 죽일 맘 없어요. 단지 다이어트를 한 거라고요.'

71kg

"아휴, 듬직하다, 이 귀여운 볼살 좀 봐!"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의 몸무게가 최고점을 찍었을 때다.

성장지수가 어렸을 적부터 상위 1%에 해당하는 자랑스러운 내 아들. 내 키가 160cm가 안 되는 것에 대한 보상이랄까?


6학년 1학기가 지날 즈음, 아들의 반 아이들이 '살 빼기 챌린지'를 시작하였다.

아들 반에는 아들보다 몸무게가 더 나가는 '진짜 뚱뚱한' 아이도 있었다.

그 아이 옆에 있으면, 우리 아들은 상대적으로 너무 날씬하다.

나를 닮아서 얼굴이 작은 것도 내심 기뻤다.



친구들과 복싱을 다니면서 2 kg 정도 살을 뺀 아들한테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턱선이 조금 보이는 것뿐인데, 다들 잘 생겼다고 한다.

'치, 원래 잘 생긴 애한테 이제야...'


아들의 다이어트는 정말 무서웠다.

1시간 달리기, 줄넘기 1000번, 복싱 배우기 1시간 , 마지막으로 잠자기 전 '복근 만들기' 영상 보면서

'윗몸일으키기, 홈트 1시간'.

애인지 어른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칼같이 지켰다.

하루에 700kcal  안에서 음식물 섭취하기. (급식은 자체적으로 안 먹었다고 한다.)


"엄마, 닭가슴살 주문해 주세요."

"오케이, 벌써 다 먹었어?"

"그럼요. 엄마도 탄수화물 끊고 단백질 섭취하셔야 해요. 닭가슴살이 최고죠."


이 녀석, 효자다. 운동하고 식단 관리하면서 공부도 하고. 엄마의 뱃살까지 걱정해 주다니.

드디어 중학교 2학년 3월이 되자 아들의 다이어트는 '꽃'을 피웠다.

겨울 방학 내내 그렇게 애쓰더니만, 아들의 노력과 집념이 대단할 뿐이다.

몸 안의 뼈들이 그대로 보인다. 복근이 선명하다 못해 튀어나올 것 같다.


"엄마, 멋있죠?"

"응. 응.. 근데, 좀 아파 보여..."

[ 47-8kg 일 때 사진이다. BMI 16 때이다. BMI (Body Mass Index)가 17 이하 이면, 거식증으로 뇌의 정상적인 작동이 힘들어진다. 무월경이 오고 배란이 되지 않는다. 뇌와 호르몬이 교란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



아들이 이상해졌다. 탄수화물을 끊으면서 혹독한 다이어트를 하긴 했지만, 정도가 심하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칼로리 계산을 한다. 편의점에 가서 과자를 살 때도, 음료수를 살 때도 온통 '~칼로리, 당이 얼마이고, 단백질이 얼마 들어 있고.' 이 타령이다. 이렇게 머리 좋은 놈인 줄 몰랐다.

칼로리가 조금만 높으면 음식을 먹지 않는다. 물만 먹는다.


"엄마, 내가 지금 1kg 이 쪘거든요. 아무리 운동을 해도 이건 안 돼요. 그래서 28시간 단식을 할 거예요.

말리지 마세요!"

"야, 그건 좀 심하지 않니? 지금도 충분히 말랐는데. 너, 여자애들보다 말랐어. 그만해."

"아이, 짜증 나게. 그냥 굶으면 돼요! 이렇게 굶는다고 안 죽어요!"


'간헐적 단식'을 선언한 아들은 38시간 후에 방에서 나왔다. 정말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방에서 잠만 잤다.  비틀거리면서 쓰러졌다.


"어머님, 지금 애 죽일 작정이세요? BMI 가 15에요. 14이면 지금 당장 입원시켜야 한다고요. 죽기 일보 직전이에요. 아니, 애가 이 정도 될 때까지 대체 뭐 한 거예요?"


어지럼증, 구토, 복부 통증을 호소하는 아들을 데리고 근처 내과를 갔다.

의사 선생님은 내게 화를 냈다.


'왜, 다짜고짜 소리를 질러? 내 아들, 설마 내가 죽이겠어? 나, 이 녀석 엄마라고!'


의사 선생님의 따가운 눈총과 호통을 고스란히 받았다. 자꾸만 아들이 내게 기댄다. 손을 잡았더니, 손에 살이 하나도 없다. 옆구리, 가슴, 허벅지, 엉덩이에도 뼈 밖에 없다.



70 KG에서 48 KG까지 뺀 아들은, 결국 거식증 환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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