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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종달이 Nov 03. 2022

대한민국 경찰관은 완벽했다.(1)

우리 집에 경찰관이 출동했습니다.

"긴급출동 112입니다. 말씀하세요."


"저기요, 제가요. 흑.. 아저씨.. 저기요...... 있잖아요."



"학생, 무슨 일이죠? 지금 엄마 아빠가 싸우나요? 울지 말고 말해요. 괜찮아요."

"아니요. 그게 아니고요."

"그럼, 부모님이 학생을 때리나요?"

"아니요."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좀 크게 말해 줄래요? 몇 살이죠?"

"아저씨, 저는 16살, 송xx 입니다. 아빠가 전주에서 오시는데, 제가 무서워서요."

"네? 자세히 좀 말해 줄래요? 아빠가 오고 있다고요? 혹시 옆에 어른들 계세요?"




그렇게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아들 녀석이 핸드폰을 내게 건넸다. 전화기에서 들리는 저음의 남자 목소리,

진짜 경찰관이었다. 46년 살면서 처음으로 112 경찰관이랑 통화를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신고를 한 것이 아니라 신고를 당한 것'이다. 바로, 16세 사춘기 아들 녀석에게 애 아빠가 신고를 당했다.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더 웃긴 건, 신고당한 애 아빠는 정작 집에 없다는 것이다. 

지방 근무지로 가던 중, 아들과 한바탕 전화로 싸우고 열이 받아서 집으로 오고 있는 중이다.


나는 경찰관에게 집 주소, 간단한 상황을 이야기했다.

"네, 아들이 신고했고요, 지금 아빠가 전주에서 차를 돌려 오고 있어요. 네네, 불안해하고 있어요.

빨리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전화를 끊자 위치가 자동으로 경찰서에 전송된다는 메시지가 연달아 왔다. 5분, 아니 3분 만에 경찰관이 문 앞에 와 있었다. 두 명의 경찰관이 마스크를 쓰고 '실례하겠습니다. 좀 들어갈게요.'라고 하면서 집 안으로

성큼 들어왔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경찰관을 보자마자 손에 땀이 '쫘악' 났다.  

얼른 마스크를  쓰고, 눈물범벅이 된 아들도 마스크를 썼다. 두 명의 경찰관은 거실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나와 내 아들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경찰관들이 '이 집 여자가 정리정돈을 잘하는지'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빠졌다.


"학생이 신고한 거예요?"

"네. 맞아요."

두 명의 경찰관이 나와 내 아들을 각각 조사한다고 하였다. 아들은 아들방으로, 나는 부엌 식탁에 앉았다.

'가정폭력으로 신고가 되면, 이렇게 각각 조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내 앞에 있는 경찰관은 여러 가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경찰관의 질문이 점점 많아졌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갑자기 쪽팔렸다.


'에잇, 씨 x. 내가 지금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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