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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종달이 Dec 17. 2022

브런치 좋아하시죠?

저도 브런치 엄청 사랑합니다. 매일 브런치 먹으면서 살고 싶어요 ^^

얼마 전, 브런치에서 메일이 왔습니다. 

"작가님의 글을 기다리는..... "


'음, 뭐지? 나 벌써 책 쓰자고 연락 왔어?'


네, 역시 저는 상상을 꽤나 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끄적끄적 쓰면서 저장해 놓은 글들이 꽤 있거든요. 빨리 그 글들을 갖고 '브런치'내에서 매거진이나 책을 만들라는 것과 한동안 제가 글을 안 썼으니까 정기적으로 쓰라는 경고 같지 않은 경고이자 충고. 


그쵸, 꾸준함이 문제죠. 

그렇다고 제가 꾸준함이 없는 편은 아닌데요. 좀 속도가 느린 편일 뿐인데 말 입죠. 


브런치에 딱 세 번째 합격이 됐습니다. 좀 창피하네요. 


첫 번째, 글 좀 썼던 사람이면 알겠지만  '브런치' 플랫폼이 꽤나 매력적이었거든요. 

돈을 번 사람도 많고, 엄청나게 유명해진 사람도 많고 

직업이 바뀌고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당장 돈은 안 들어오지만, 무언가 '작가'들만의 공간. '작가'의 이름으로 

'브런치 작가'라고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올리면서 

'나'를 알릴 수 있다는 명함. 좀 폼나 보이죠?


그래서 자신 만만하게 썼습니다. '음, 나쁘지 않아.' 하고 몇 번이나 큰 소리로 읽어보고 검사해 보고. 


결과는요? 안타깝답니다. '브런치에 담기에는 내용이.. '. 어쩌고저쩌고.. 


그리고 두 번째는 약간 배짱으로 그냥 막 집어넣었습니다. 일 주일 후에 아무 생각 없이 지원했죠. 

'나 공모전에서 대상도 받았었고, 논술도 가르쳐 봤고, 대회 나가서 상도 여러 번 받았어.' 

역시. 저의 배짱과 미친 척하는 도박은 안 통하더라고요. 

처음의 불합격 메일과 같은 내용_브런치는 '내용을 담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 어쩌고 저쩌고. 



그리고 짜증이 나서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게 주변엔 저 빼고 다들 '브런치 작가'이었습니다. 


'브런치 작가'로 자비 출판, 독립 출판, 공동저자... 책을  내고 , 두 번째 책을 또 출간한다고 하고. 

그래서 열심히 공부를 했죠. 그런데 그들의 글과 제 글이 그다지 많이 달라 보이지도 않았는데, 뭔가 단단히 미쳐 있었던 거죠? (사람은 이런 '자뻑'에 취해야 살 수 있답니다.) 


세 번째는 마음을 담아서 한동안 숨 호흡 좀 하고 썼습니다. 제 아들이 지랄 발광을 하던 날 후에. 

'경찰서'에 아들이 '아빠와 엄마'를 신고하고 

경찰이 시도 때도 집에 찾아오던 그 때.  5분 거리에 경찰서지만, 쪽팔려서 얼굴 마주치기도 싫은 그 분들. 


아들이 '사춘기로 , 거식증과 폭식증'으로 난리 칠 때, 

그 싸움이 엄청 있었던 날_ 저는 브런치에 글을 썼습니다. 울다 쓰고, 꺽꺽 대다가 울고....

그렇게 울면서 쓴 글을 딸에게도 , 애들 아빠에게도 보여 주었습니다. 

"엄마, 진짜 재밌어." 

딸은 마치 웹툰 보듯이 재밌다고 하네요. 자기가 겪은 자기네 가족 이야기인데. 

애들 아빠도 재밌다고, "이거 뭐야?"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심각하게 썼는데, 가족들은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느낌이 왔습니다. '합격'의 기운. 

브런치가 뭘 원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이번에 안 되면, 내가 글을 쓰나 봐라. 대한민국에서 나 정도도 합격 안 시켜주고 다른 사람들이 글을 쓰는데? 데?' 뭐, 이런 심한 자기도취에 빠져서, 기다렸습니다. 

합격 메일은 금방 온다고 하던데, 주말을 '홱' 넘기더라고요. 

그리곤 드디어 이곳에 , 이 어마어마한 곳에 왔습니다. 짜잔. 


기뻐서 미치는 줄 알았죠. 사실. 신춘문예 당선되고 1억 원 당선이라도 된 듯한  느낌으로 소리를 지르고. 혼자 난리를 치고. 그렇게 글이 쓰고 싶어서 왔는데, 막상 저의 글을 보는 분들이 생기고 댓글도 막 달리고

조회수도 갑자기 '떡상' 아닌 떡상 (한 번에 6000 이면 떡상인지요?) 도 경험하고. 

저는 일생일대의 처음이었거든요. 온라인 세상에 온 지 얼마 안 된 초보라서요. 

한 동안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브런치에서 '글 좀 쓰라고, 네가 글을 안 쓰니까 구독률이 안 오르잖아. 좀 꾸준히 좀 해봐.'라고 다그칠 때까지 저는 뭘 하고 있었을까요? 쓸 거리가 없을까요? 

아니요. 제 '작가의 서랍'에는 저장된 이야기와 글이 엄청 많거든요. 

갑자기 창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쫄보이고, 사람들 시선도 엄청 생각하고 의식하고 있어서. 

'솔직하게, 글만큼은 솔직하게'라고 엄청 당당하게 외치고는 

갑자기 쓰려하니까 이것저것 따지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리고, 다들 어쩜 그렇게 필력이 좋으신지요? 

저도 브런치에서 좋아할 만한 소재는 무궁무진한 인생을 살았는데, 아직도 진행 중인데,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갑자기 짱구를 굴리지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 돈벌이가 될까?' 

'내년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까?'

'영어 그만 가르치고 , 영어는 기부하고 글 쓰면서 살 건데.'라는 저의 꿈과 목표가 

과연 이뤄질까?? 

물음표가 끝없이 나왔습니다. 뭐라도 된 것처럼, 진짜 '작가'인 것처럼요. 심오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봤자, 저는 영어 일기책과 몇 권의 문제집  정도가 다 인 20년 차 영어 선생님인데요)....


뭐, 감히 주제넘지만, 생각이 많아져서 

제가 쓰는 글 속에서 제 자식들이 다칠까 생각도 들고 

제가 다칠까 생각도 들고. 작가님들 보기 민망할 만큼 생각이 많아서 

용기 내서 쓰질 못했습니다. 갑자기 '필력' 이 딸림을 느낀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은 '안 되겠어'라고 작정하고 도서관에 왔습니다. 


제가 사실 '사춘기, 가족, 거식증, 폭식증, 엄마, 영어교육, 아들, 결혼, 여자, 연애, 부모, 시댁' 할 말이 엄청 많거든요. 뭐가 있어 보이려고 하지 말고 혼자서 미친년처럼 떠든다 생각하고 말해야 할 거 같아요. 

생각이 많아지니, 잡념이 생기고 괜한 걱정이 생기고 말도 안 되는 '체면' 도 생기고 그래서요. 


제가 그토록 약이 바짝 올라서 브런치에 계속 글을 쓴 것처럼 

저는 아직도 브런치가 좋긴 합니다. 

설령, 제가 그토록 기다리는 '책 다운 책' 표지를 만드는 브런치 서재나 조회수 1위, 혹은 '출판사 제안' 등은 아직 꿈만 꾸고 있지만, 늘 브런치 안에서 글을 쓰면 그래도 날뛴 마음은 좀 가라앉거든요. 




저도 언젠가 그날이 올 겁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 한 권, 노트북 , 커피 한 잔에 브런치 먹으면서 글을 쓰는 그 순간. 



그때까지는 브런치를 계속 좋아해 보려고요. 

(정말 이렇게라도 글을 써야 할 것 같아서 썼습니다. 뭐가 두려운지, 뭐가 망설여지는지 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이곳을 찾은 거니까, 그 이야기를 제 식대로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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